7월, 장경호 선생님 이지윤 선생님과 읽은 논문.
사회복지사의 인식론적 신념과 지시적 실천정도
유영준 (사회복지연구)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를 둘러싸고 있는 체계의 변화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클라이언트의 현 상황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인식은 실천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유사한 상황에 처한 클라이언트라 하더라도 사회복지사가 선호하는 이론적 전제들의 상의함은 클라이언트의 문제상황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며,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회복지사의 역할도 다르게 제시한다.
사회과학은 인간의 행위와 사회현상을 다루는 과학으로써 인간의 자유의지와 사회현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방법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 과확화를 달성하고자 하기 위한 시도들은 자칫 클라이언트의 자기의사결정 원칙과 상충할 여지를 안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를 의존적 존재로 보는 전문가주의에 경도된다면, 사회복지사는 지식에 대한 우위를 선점하면서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힘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의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어떠한 지시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고, 사회복지사가 전문가의 지식체계를 지나치게 강조할 때 사회복지사의 실천행위는 지시적 형태(determinative mode)로 드러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인식론적 신념에 관한 초기 연구로 Perry(1968)는 대학생의 인식론적 신념을 발달적 측면에서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 신입생의 경우 권위를 지닌 사람에 의해 전수되는 절대적 지식을 신봉하다가 점차 복합적이고 잠정적인 지식을 수용하기 시작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고학년으로 갈수록 지식의 불완전성과 상대성, 맥락성을 수용하는 생태주의적 관점이 발달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인신론적 신념은 인간 경험이 물리적 현상과 달리 조작과 실험의 결과처럼 예측하는 것과 다르게 반응할 수 있고, 사회현상에 대한 예측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객관주의 인식론과 구별된다. 나아가 구성주의는 인간들과 상관없이 주어진 사실보다 인간의 가치가 개입되어 구성된 의미와 신념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삶의 의미라는 것은 그것이 구성된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사회적 구성주의에 의하면 객관적 현실이란 사회적 구성의 산물이며, 문화와 역사, 정치, 경제적 조건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것이다 (...) 단지 객관적인 절차나 내용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과 경제적 조건들의 영향을 받음 구성된다는 것이다.
국내 사회복지의 실천유형은 사회복지사의 클라이언트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거나 인권 개입 수준이 높을수록 지시적 실천 정도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 특히 남성의 경우 교육수준, 급여가 낮을수록 지시적 실천정도가 높았으며, (...) 노인이나 장애인 등 신체, 심리 및 사회적 기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상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지시적 실천유형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았다.
증거기반실천은 '견고한 조사연구에 기반한 증거, 지침서나 메뉴얼이 있고, 효과성을 나타내는 일관돤 다각도의 증거에 기반을 둔 실천'을 최고의 실천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가 과학적 지식을 실천과정에 엄격하게 적용할 때 클라이언트 관계에서 권력의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사회복지실천에서의 전문성 강조 등과 맞물려 클라이언트의 지식체계는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복지사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실천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클라이언트의 자기결정의 존중이라는 일견 상반되는 두 가지 지향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객관적 지식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때 드러나는 결과이다.
구성주의에 근거한 실천은 실천주체들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의미 체계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본다. 구성주의가 가진 이러한 특징은 클라이언트를 둘러싼 '실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클라이언트의 신념과 문화, 개인의 인식체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구성주의 가족치료에 의하면 가족은 치료적 개입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본질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현실을 어떻게 자각하느냐에 따라 현실의 문제는 다르게 존재한다고 본다.
결국 사회복지사의 인신록적 신념과 사회복지 실천유형과의 관계에서 찾아야할 성찰의 핵심은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실천에 요청되는 객관적 지식의 획득을 위해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구성하고 잇는 세계가 어떤 것이며, 자신도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관해 지속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객관주의 인식론의 경우 지시적 실천정도가 높은 유형일수록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사회복지 지식체계가 클라이언트의 다양성과 실천현장의 복잡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구성주의 인식론에 기반한 현장중심의 실천교육과 윤리적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사회복지사는 기술적-합리성에 기반한 지식체계와 더불어 실천 장에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때 사회복지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실천의 전문성은 객관화된 이론적 지식을 학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클라이언트의 강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실천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복지사는 객관주의 인식론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지시적 실천정도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회적 기능이 약하거나 본인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클라이언트 집단의 권익을 보호하고 윤리적 실천이 되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청된다. 사회복지실천은 다양한 이론적 지식을 중요시해야할 상황과 전문직의 가치체계를 강조해야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실천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화를 필요로 하고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의 긍정적인 변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메모]
객관주의 인식론 :
경험과 합리를 바탕으로 상황을 인식. 증거기반실천. 사회복지의 과확화를 보장, 전문성을 완성.
합리는 체계적이며, 경험으로 증명할 수 있음. 이를 바탕으로 실천.
다양한 당사자일지라도 보편적 원칙이나 규칙 따위가 존재하며, 이를 기반으로 실천.
당사자의 어려움을 도울 때, 쌓인 경험(데이터)와 증거로써 해결 방법을 찾아나감.
구성주의 인식론 :
당사자는 각자 자기 나름의 이유로 지금의 모습에 다다랐다고 이해.
따라서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당사자들일지라도, 각자 다른 방법으로 실천.
당사자를 도울 때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그로써 다양한 실천이 등장할 수 있음.
여러 당사자를 도우면서 쌓인 경험(데이터)로 만들어진 보편적 실천보다
각자 독특한 특성을 지닌 개성 있는 존재로 보고, 개인화하여 지원함.
사회사업 현장에서는 사람 상황 사안에 따라 두 인식으로 상황을 '인식'하여 도울 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