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형 사드’ 요격시험 성공…“북한 단거리미사일 다 맞출 수 있다”
정우진입력 2023. 6. 1. 16:51수정 2023. 6. 1. 16:58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독자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의 탄도탄 요격시험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L-SAM 요격미사일 발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30일 충남 태안군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센터.
센터 중앙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5개의 모니터에는 서해 남부 무인도에 대기 중인 이동식발사대와 서해 중부 해상에 떠 있는 바지선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오후 2시48분, 무인도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상정한 표적 미사일이 북쪽으로 발사됐다.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 ‘L-SAM’의 핵심 구성품인 다기능레이더는 즉각 이를 탐지하고, 레이더 화면에 표적 미사일의 실시간 위치를 표시했다.
레이더가 탐지한 표적 정보를 전달받은 L-SAM 교전통제소는 발사대에 요격탄을 발사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발사 명령이 내려진 후부터는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요격 절차가 이뤄진다.
약 4분 후, 표적 미사일 발사 원점에서 약 200㎞ 떨어진 서해 바지선에서 L-SAM 요격미사일이 발사됐다.
레이더 영상 화면에는 표적 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의 예상 궤적이, 열상감시장비(TOD) 영상 화면에는 솟구쳐 오르는 요격미사일의 모습이 각각 생중계됐다.
표적 미사일과 이를 겨냥한 요격 미사일 모두 초음속으로 비행했다.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2단 추진체까지 분리된 요격미사일은 정점 고도를 찍고 낙하하는 표적 미사일의 비행경로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요격미사일의 3단에 해당하는 ‘직격비행체(KV·Kill Vehicle)’는 위치를 조정하면서 표적 미사일을 직격해 터뜨렸다.
요격미사일 발사 후 실제 요격까지 수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화면에는 미사일 파편들이 낙하하고 있었다.
‘요격 성공’ 방송이 나오자 현장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독자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의 탄도탄 요격시험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표적미사일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우리 군이 독자 개발 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전력 L-SAM의 요격시험에 성공한 것이다.
ADD는 지난 30일 ‘L-SAM 탄도탄 요격시험’ 전 과정을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이번 시험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박종승 ADD 소장 등도 참관했다.
이번 요격시험은 지난해 11월 표적 미사일을 처음 요격한 이후 네 번째다.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세 차례 표적 미사일 격추에 성공했다.
박 소장은 “L-SAM 다기능레이더의 표적 탐지·추적 능력부터 표적 정밀유도를 통한 실제 요격에 이르기까지 L-SAM의 성능을 종합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이어 “이전 시험에선 KV로 탄두를 맞췄는데 파편이 많이 떨어져 이번엔 일부러 추진기관을 겨냥해 맞췄을 정도로 정확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며 “적 미사일이 변칙기동하더라도 표적 고도에 진입하면 다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도 50~60㎞를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추적하는 ‘시커(정밀추적기)’와 유도 조정 기능이 탑재돼 미사일을 직격하는 KV는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이 같은 성능의 유사무기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L-SAM은 고도 40㎞ 이상 구간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하는 상층 방어체계다.
정확한 요격 고도는 군사기밀에 해당하지만, 사드 요격고도(40~150km)에 준하는 수준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0km 미만의 저고도에선 현재 실전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과 국산 중거리지대공미사일 M-SAM의 개량형 ‘천궁-Ⅱ’가 요격에 나선다.
사드까지 포함하면 고도별로 최소 4차례의 요격 기회를 갖게 된다. 요격 확률을 극대화하는 방어체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군 은 추가 시험평가를 거쳐 L-SAM 개발을 내년까지 완료하고, 2025년부터 양산에 착수해 2020년대 후반쯤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군은 L-SAM보다 요격 고도를 높인 ‘고고도 요격미사일’과 하강 단계에서 변칙기동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활공단계 요격미사일’을 각각 확보하는 ‘L-SAM-Ⅱ’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종섭 장관은 “L-SAM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중 핵심으로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 능력을 높은 고도까지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며 “L-SAM-Ⅱ 까지 전력화한다면 미국 수준 못지않은 복합다층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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