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참가도 오랜만이지만 지평선대회도 도대체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질않아 자료를 찾아보니... 제법 많네!
기록으로 나열해보자면, 2006년 제5회 대회때 하프를 뛰어 1:24:29를 기록했고 그전엔 2004년 1:22:33로 8위 입상, 2002년 첫 회 대회땐 1:26:53를 기록했었다.
02년은 당시 간절히 소망하던 30분 벽을 넘어서며 서브-3를 향한 발걸음을 떼는 단초가 되었고, 04년엔 당시 공인코스에서 최고기록을 세우며 입상까지 해서 상금으로 옷도 사고 기분을 냈던 것이었고, 06년은 별로스키라 패스~, 03년과 05년엔 단체전 우승. 08년엔 풀코스 3시간30분 페이스메이커를 했다.
따져놓고 보니 09년과 10년만 빠졌구만!
타지에 나가있을 때라 아마도 여유가 없었을 듯.
이번대회는 복귀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
아침을 먹고 집사람과 둘이 스타렉스를 타고 김제공설운동장으로~
예전에 비해 참가인원이 대폭 줄어 허전한 감이 돌지만 그래도 어제 장수대회에 비하면 메이저급으로 느껴진다.
다행스럽게도 아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몸을 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주고받기에 바쁘다 바뻐!
30분 가량 아주 느린 페이스로 워밍업을 하고 최종 런닝복장으로 갖추는 도중 색이 들어간 안경이 차안에서 보이질 않는다.
집사람이 고글을 쓰라고 권하지만 극구 사양,
제대로 뛰지도 못하면서 폼만 잡으면 쪽 팔려서...ㅎㅎ
결국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에 그냥 평상용 안경을 쓰고 출발하게 된다.
목표로 하는 기록은 25분대에서 26분대 정도.
훈련거리는 많지만 강도있는 내용이라고는 5Km지속주 밖에 없으니...
올해는 코스가 바뀌어서 수영장 주변을 돌아서 나가고 돌아서 들어오는데다 도로에선 기존의 죽산면 방향이 아니라 석교리 쪽으로 해서 만경삼거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고 한다.
김제대회 최고의 난코스인 지하차도 부근과 경기장으로 향하는 기나긴 오르막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바뀐코스의 영향은 거의 없을 듯.
대회 초반에 선두권 대열이 형성될때 느껴지는 몸상태가 아주 가볍다.
날씨 또한 약간 손이 시려울 정도로 차갑기 때문에 속도를 높혀 달리기에는 딱 좋고!
2Km쯤 지난 지점에서 이미 판은 다 짜여진 것 같다.
앞에 열명가량이 달리고 있는데 조만간 떨어져 나갈 사람 두어명을 제외하곤 거의 그대로 굳히기에 들어갈 듯.
선두권이 예상했던 것보단 탄탄치 않은 것 같다.
당초에는 10위권에 들기가 힘들 것 같아 그 뒷쪽 연령대라도 어찌어찌 끼어보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선 한자리 등수를 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싹튼다.
일단 앞에가고 있는 우수현선수만 놓치지 않고 잘 붙어도...
3.5Km쯤 되는 지점에서 석교리 방향으로 들어서고 2차선으로 길이 좁아지기 때문에 집중력이 더 생긴다.
근데...내가 몸이 좋은건지? 우선수가 나쁜건지??
우선수와 그 앞의 선수(지금 찾아보니 서판종인듯)의 뒤만 따라서 4Km무렵까지 가다보니 되려 뒤에서 누가 추월해 나가는데...헐!
익산마라톤 유니폼을 입은 그 선수(역시 찾아보니 김동준 인듯)는 거칠 것이 없이 그 앞의 선수까지 들이밀고 있다.
나도 더이상 우선수를 뒤따라 가는 것이 영양가가 없다고 생각되어 추월에 나선다.
두 사람을 한꺼번에 앞질러 나갔지만 아무도 따라붙지 않는다.
내가 몸이 좋은건가?
아닌게 아니라 첫5Km에서 19:45 내외를 기록하며 선전을 했음에도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뒤따라 올 사람을 걱정하기보다는 앞서가는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집중!
만경삼거리의 반환점까지 가는 동안 맞바람이 부는 것으로 봐선 되돌아 올땐 등바람의 덕을 좀 볼 수 있을 것 같아 희망을 안고~
반환점에 가까워져서 되돌아오는 선두권을 보니 나종태, 류진석, 어제 장수에서 함께 뛴 익산서동(전세진), 정복원, 그리고 내 앞에서 둘이 치열하게 순위다툼을 하고 있는 김동준, 최종섭, 그리고 없다. 그 다음은 바로 나.
우와~ 기분 째진다!
이대로 가도 7위, 앞의 두 사람을 한꺼번에 잡으면 5위, 둘 중 하나만 잡아도 6위...
골라 잡아잡아^^
'이렇게 선두권에서 눈썹을 날려본게 얼마만이냐고요!'
반환점 이후 뒤따라오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가늠해보니 이미 300미터 이상 벌어져 있다.
내가 스스로 퍼지지 않는 이상 자력으론 따라잡을 수 없는 거리를 확보해 둔 셈.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한결 여유로운 얼굴로 경기를 맘껏 즐긴다.
10Km 19:45 [39:30]
15Km 19:52 [59:22]
10Km반환점을 지나고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맞은편에서 배번없이 런닝복장으로 걸어오는 한사람, 코스모스를 만지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참으로 여유있어 보인다.
경기를 마치고 누군가를 마중나가는 것 같기도하고 (그러기엔 경기장에서 너무 먼 거린데...)
거리가 가까워진때 눈이 마주쳤는데...헐, 장영형님이네!
그쪽에서 되려 크게 놀라 외친다.
"야, 기상이 너 도대체...10Km뛰다가 퍼진거지?"
"아뇨, 하프 뛰고 있어요!"
"아니, 그럼... 7위?!"
'그게 나도 어떻게 된 영문인진 몰라도 오늘 억세게 컨디션이 좋은가 봅니다. ㅎㅎ'
앞서가던 두 사람은 한치의 물러섬이 없이 경합을 벌이던 게 깨지고 익산마라톤 선수(김동준)가 점점 거리를 벌려가고 있고 반팔티를 입은 선수(최종섭)는 오르막 코스부터 페이스가 떨어져 나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지하차도를 지날 즈음에 20미터 정도까지 거리를 좁히고 오르막의 정점에선 10미터 이내까지 따라붙었는데 수영장 주변을 한바퀴 돌아 경기장에 들어설 때까지 피치를 올려 달아난다.
후반에 스피드가 올라가지 않는 것이 역시 지금의 한계.
트랙에서 거리를 다시 좁히지 못하고 15미터쯤 어중간하게 벌어진 채 피니쉬.
넷타임으로 1:24:02를 기록하며 7위.
반환점에서 41:43를 기록했으니 전반에 비해 후반이 35초 까졌는데 코스의 특성상 그 정도는 충분히 양호한 결과일 듯.
경기를 마치고 나니 여기저기서 격려와 덕담이 건네진다.
고향으로의 복귀전은 연이틀간 아주 기가 막히게 잘 치룬 듯.
내가 생각해도 참 신통하네!
불과 사흘전까지만해도 뛰기는 커녕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해 절룩거리던 사람이 이게 뭔일이래요?
6월부터 넉달동안 매달 320Km내외를 주파했다지만 거리만 채웠을 뿐 영양가는 별로 없었는데...
많이 땀흘리고 꾸준히 노력했다는 그것만으로도 이처럼 큰 결실이...!
10Kg짜리 쌀 한포대가 시상의 전부지만 온 세상을 다 짊어진 듯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