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한 때는 기독교에 온 열정을 불태워보기도 했었고, 어느 날 방향을 돌려
절을 열심히 찾아 다니기도 해 봤지만, 다 흘러간 이야기지요.
이제는 그렇게 어느 종교교단의 신자도 아니지만, 여전히 사월 초파일이면 법당
한구석에 앉아 보석 같은 귀한 말씀을 듣곤 한답니다.
언젠가 순천 정혜사의 젊은 비구에게서 지나가듯 흘려 들었던 한 토막의 말씀이
평생을 두고 제 좌우명이 되었거든요.
“즐거움이나 행복, 혹은 극락을 바라지 마세요, 그것이 바로 고(苦)랍니다.”
귀동냥으로 들은 바로는, 불교의 고(苦)가 사실은, 두카(duhkha)를 중국 한자로
번역하면서, 딱 맞는 글자가 없어 비슷한 글자로 잘못 번역된 것이라지요.
두카(duhkha)란, 무상(無常) 무아(無我)를 모르고, 나(我)라는 본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인함에서 오는 마음의 불안정 혹은 번거로움이랍니다.
이것을 한자로 고(苦)라 쓰고 보니, 중국어의 고(苦)는 낙(樂)의 반대말이어서,
불교의 목표가 마치 고에서 벗어나 낙으로 가는 것인 양 오인하게 되었다지요.
아무튼 저는 이번 초파일에도 가까운 절에 들러 좋은 말씀 많이 들으려 합니다.
절에 가면, 마음공부 하러 온 사람도 많지만, 죽어서 극락 가게 해달라는 사람,
시험 잘 치게 해 달라는 사람, 사업 잘 되게 해 달라는 사람도 많이 오지요.
물론 스님 중에서도, 공부에 전념하시는 스님, 교단권력과 명예를 탐하는 스님,
복 빌어주고 돈 모으는 재미로 사는 스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제가 우연히 들른 어느 절의 스님도 그런 사이비 스님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는, 도둑의 손에 있든 살인범의 손에 있든 부처의 손에 있든
그것이 어느 누구의 손에 있든, 여전히 귀한 보석임에 틀림이 없지요.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말씀 또한, 돈 좋아하는 스님 입에서 나오든, 권력 탐하는
스님 입에서 나오든, 똑 같이 귀한 말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나아가, 신부님의 입에서 나오든 목사님의 입에서 나오든 이맘의 입에서 나오든
훌륭한 말씀 그 자체는 똑 같이 귀중한 가르침임에 틀림이 없지요.
그래서 저는 절에 가면, 한 눈 팔지 않고 부처님의 말씀만 새겨듣고 온답니다.
좋구나 좋구나 대단히 좋구나 지극히 좋구나 그래서 기쁘구나!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