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達摩와 달마達磨
이규행 / 전 불교신문 사장
48. 진경가眞經歌
스승 달마의 설법이 한 줄기 빛이 되어 혜가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달마는 자비의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사람 몸으로 동녘 땅에서 태어나는 것은 난사難事 중의 난사이고, 더군다나 진도眞道의 명사明師를 만나는 것은 바닷가 모래 속에서 진주를 구하기보다도 어려우니라. 그대는 이미 이 땅에서 태어났고, 대도大道를 알게 됐으니 서둘러 수련에 전념하여 초승超昇을 이루도록 할지어다.”
혜가는 스승의 뜻에 따르기를 다짐하면서 거듭 예를 올렸다. 달마의 설법은 한층 장중하게 혜가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대가 궁금하게 여기는 성명性命이란 두 글자는 음양陰陽을 말하는 것이니라. 하늘(天)에서는 해(日)와 달(月)이 되고, 땅(地)에서는 물(水)과 불(火)이 되고, 허공虛空에서는 바람(風)과 구름(雲)이 되고, 방方에서는 남南과 북北이 되고, 시간에서는 자子와 오午가 되고, 괘효卦爻에서는 감坎과 리離가 되고, 사람 몸에서는 성性과 명命이 되는 것이 바로 음양이니라. 하늘에 해와 달이 없으면 어찌 뭇 별자리가 존재할 수 있겠으며, 땅에 물과 불이 없으면 어찌 생령生靈을 기를 수 있겠는가. 허공에 바람과 구름이 없으면 어찌 백성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겠는가. 방각方角에 남과 북이 없으면 어찌 사방四方을 알 수 있겠는가. 괘효에 감괘와 리괘가 없으면 어찌 수화水火가 승강昇降할 수 있겠는가. 시간에 자시와 오시가 없다면 어찌 낮과 밤을 분별할 수 있겠는가. 사람에게 성과 명이 없다면 몸 둘레 전체에 주지主持할 것이 없게 된다. 음양을 떠나서는 만물이 결코 생겨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혜가는 내친 김에 미세한 것까지도 질문했다.
“스승님이시여, 사람 몸에서 무엇을 일러 높고(高) 밝음(明)이 하늘과 짝한다고 하는지요. 그리고 무엇을 일러 넓고(博) 두터움(厚)이 땅과 짝한다고 하는지 하교下敎하여 주시옵소서.”
달마는 즉답했다.
“건乾은 하늘(天)이고 곤坤은 땅(地)이니 선천先天에 있을 때는 하늘이 위(上)에 위치하고 땅은 아래(下)에 위치하느니라. 그러나 사람이 어머니 뱃속을 나와 탯줄이 끊기면서 울음을 터뜨리게 되면 사상四相 곧 눈, 귀, 코, 혀가 열리면서 건곤乾坤이 전도轉倒되느니라. 이때 건괘乾卦는 중효中爻의 양陽을 잃어 리괘離卦가 되느니라. 리離는 헤어져서 떠남을 뜻하는 것이니라. 사람이 선천先天의 집과 고향을 떠났으니 다시 돌아갈 날을 기약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니라. 곤괘坤卦는 건乾 가운데의 양陽을 얻어 감괘坎卦가 되느니라. 감坎이란 떨어져 빠짐(陷落)을 뜻하는 것이니라. 한 점(一點)의 진양眞陽이 후천後天의 단전丹田으로 떨어져 빠져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니라.
넓고(博) 두터움(厚)은 무겁고(重) 탁(濁)한 기氣를 뜻하는 것이니라. 리화離火 속의 진음眞陰을 감坎으로 보내, 감괘의 진양과 바꾸어 진음을 굳히면 곤坤 곧 땅(地)이 되어 박후博厚의 극極에 이르느니라. 높고(高) 밝음(明)은 가볍고(輕) 맑은(淸) 기氣를 뜻하는 것이니라. 감수坎水 속의 진양眞陽을 리괘로 뽑아 올리고 리괘의 진음과 바꾸어 진양으로 모이게 하면 건乾 곧 하늘(天)이 되어 고명高明이 극에 이르느니라. 이렇게 되면 하늘과 짝하고 땅과도 짝하게 되니 천지정위天地定位가 되어 본래의 선천先天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느니라.
하늘은 성性의 주인主人이고 땅은 명命의 빈객賓客이니라. 사람이 청정淸淨하기만 하면 천지天地가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느니라. 음양합일陰陽合一 곧 성명性命을 닦아 하나로 돌아가면 천지조화도 그것을 뺏을 수 없고, 천지도 또한 나를 감히 구속하지 못하리라. 하물며 어찌 십전염라十殿閻羅를 두려워할쏘냐. 사방四方으로 영산로靈山路를 열어 가면 소요자재逍遙自在를 얻어 옛 관음[古觀音]을 볼 수 있을 것이니라. 누구든 조화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영산회상靈山會上의 참사람이니라.”
설명을 마친 달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게송을 읊었다.
“뱃속에 진경眞經을 지녔나니, 니환泥丸이 주主와 빈賓을 아는구나. 벽력소리 한 번 울려 관통하니, 손을 털고 속세를 벗어나는구나.”
혜가의 눈에선 감동의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스승님이시여, 제자 비로소 생사生死 성명性命의 근원과 유래를 알았나이다. 제자는 수십 년에 걸쳐 설법을 해왔지만 여태껏 그 근원을 깨닫지 못했었나이다. 그 동안 헛되이 세월을 보낸 일이 후회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현묘한 이치를 깨달았으니 곧 죽어도 여한이 없나이다. 제자는 종이 위에 적힌 경經이 한낱 가치 없는 것임을 진정으로 알게 되었나이다.”
달마는 혜가가 옷소매로 눈물을 닦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경經은 경徑이라는 글자와도 상통하느니라. 경徑이란 지름길을 뜻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경전은 사람들을 입도수행入道修行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느니라. 그러나 미몽에서 깨어나 깨닫기를 바란다면 서둘러 스승을 찾아 도道를 물어야 하느니라. 득도한 뒤에는 경전을 시금석試金石으로 삼아 도의 진위眞僞와 이치의 시비是非를 밝히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나아가서 정도正道와 방문旁門 곧 사도邪道를 판별하고 쓸 데 없이 사람들에게 염송念誦을 가르쳐서도 안 되느니라. 초생료사超生了死하게 되면 염군閻君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설해야 하느니라. 거듭 말하거니와 진경眞經은 글자나 종이 위에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구전심수口傳心授될 뿐이니라. 그대 이제 진전眞傳을 받았거늘 육신六神이 조종朝宗할 곳을 알고 있는가?”
혜가가 곧바로 대답했다.
“스승님께서 한 점[一點]을 지점指點해 주셨을 때 금새 알았습니다.”
달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가 신선되는 도리를 이미 얻었으니 점차 금선金仙의 길로 오를 수 있으리라. 내가 진경가眞經歌를 들려 줄 터이니 마음에 새겨 둘지어다.”
달마는 가락에 맞추어 진경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진경가를 부르세, 진경가를 노래하세. 진경을 모르면 마침내 마魔에 잡히리라. 사람들아, 종이 위의 글자 뜻 찾지도 마소. 되지도 않은 소리 외우지도 마소. 송경과 염불하며 초탈超脫을 찾지 마소. 그리해서 생사를 벗어날 수 있다면, 세상의 중들 어찌 모두 성불하지 않았겠소.
진경을 얻어야 고해를 벗어나오. 진경을 모르면 나락으로 떨어질 뿐. 진경이 무엇인지 가닥이라도 찾아보소. 진경, 진경 하지만 그것이 선천조화임을 왜 모르오. 순順의 길로 가면 죽음이 있고, 역逆의 길로 가면 삶이 있소. 오고 가며 가르쳐도 이치를 깨닫는 사람 없구려.
진경은 본래 글자 한 자도 없지만, 중생을 제도하고 극락에 가게 하오. 진경을 알면 도道와 마魔를 알 수 있소. 그른 것을 내치고 옳은 것을 서로 합하니 하늘을 낳고 땅을 낳고 사람을 낳았구려. 음양조화의 이치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소.
진경을 설說하니 웃음이 넘쳐흐르고 현관에서는 황금빛이 나오네. 오천사백 권의 불경이 중앙 황도黃道로 돌아오니, 이것이 바로 한 권의 대장경일세.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기온이 오르네. 땅에는 조수潮水가 밀려들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네. 달마 친히 입으로 전하니 대승大乘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로다.
초사흘에 서쪽에서 달이 뜨니 곡강曲江 위에 달빛이 고고하네. 꽃 한 송이 피어올라 구슬 같은 이슬을 머금으니 호혈용담虎穴龍潭에서 탁함과 맑음을 찾네.
물(水)이 하나(一)에서 생生기니 참된 달(月)의 정기로세. 삼三을 기다린다면 가히 나아가지 못하리라. 임수壬水가 처음에 오고 계수癸水가 다음에 오네. 마땅히 급히 채취採取하여 부침浮沈에서 벗어나리다. 금솥(金鼎)으로 연단하고 옥로玉爐로 삶아내니 따뜻한 문화文火와 거센 불길의 무화武火로 조절하네.
진경를 쏘아 현관을 뚫으니 화살이 붉은 표적을 맞힌 것 같네. 온몸이 뜨거워지고 찜통같이 되니, 회광반조廻光返照로 중정中庭에 들어가네. 한 번 진경을 얻으면 술을 마신 듯 호흡이 온몸을 돌아 뿌리로 돌아가네. 정精은 기氣에 들고 기는 신神이 다시 돌아오네. 이런 조화의 참 이치를 밝게 아는 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꼬.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삶이 있으니, 예로부터 신선은 진경에 의지했네. 이런 조화를 잘만 알면 염부세상閻浮世上의 모든 사람을 제도할 수 있으리라. 대도大道는 태극太極으로 단초를 이루니 부모가 나를 낳기 전부터 있었네. 사람은 제도하려면 오직 진경으로만 할 수 있으니, 진경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수은이 곧 연鉛이라고 대답하리. 진경가를 부르세, 진경가를 노래하세.”
혜가는 스승의 노랫말에서 진법의 진수를 맛보았다. 스승에게 배례拜禮하면서 은혜에 깊이 감사드렸다. 혜가는 이미 깨달음의 어떤 경지에 이른 것을 스스로 느꼈다. 하지만 아직도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스승에게 물었다.
“제자, 스승님의 교시敎示로 주천周天의 조화를 분명하게 알았나이다. 하지만 소장消長하는 이치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하나이다. 가르침을 주시옵소서.”
달마는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마음이 부처이고, 부처가 마음이니, 무인無人 무아無我 무중생無衆生이어야 하느니라. 삼심사상三心四相을 깨끗이 하고 십악팔사十惡八邪를 청정하게 제거해야 하느니라. 은애정욕恩愛情慾에 물들지 말며, 탐진치애貪嗔癡愛를 일으키지 말아야 하느니라. 자오묘유子午卯酉에 맞추어 부지런히 좌선하고 하루라도 방심하고 산만하게 수행하지 말지어다. 염라를 피하려면 언제나 미타彌陀와 옛 관음[古觀音]과 함께 해야 하느니라. 자기의 현관이 열리고 하늘 북소리가 들리면 황홀감이 온몸을 감싸면서 삼계三界를 벗어나게 되리라. 이때 육문六門을 굳게 닫지 않으면 육적六賊이 문밖에서 소란을 피워 자칫 주인공이 혼미하기 쉬우니 막아야 하느니라. 내 몸 속의 보배를 도둑맞으면 일신一身 사체四體가 편안키 어려우니라. 이것이 바로 소장消長의 이치이니 마음 닦기를 우선으로 삼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