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92) 제4권 “신무기”라는 이름으로 물건처럼 소모되는 마루타
제16장. 이시이와 요시다는 다시 한 번 후미코를 사이에 두고 진검 대결
12절. 마루타들과 연구원들간 음식 실랑이
"이봐, 거기 넣으면 어떡해. 막힐지도 몰라. 변기 구멍이 막히면 그 냄새를 어떻게 감당할려고 그래?"
변기가 막히는 듯 하다가 다시 물을 내리자 변기 안에 있는 것이 내려갔다.
745번은 입을 쩍쩍대며 음식을 먹었다.
260번은 누워있는 옆으로 가서 두 손을 모으며 (어차피 수갑을 차고 있어 두 손은 모아져 있지만) 공손한 어조로 물었다.
"저어 교수님. 저녁식사가 들어왔는데 식사하시지요?"
745번은 킥킥 웃었고, 334번은 누워서 아무 대꾸가 없었다.
"교수님, 선생님, 저녁식사 안하세요?"
"당신이나 드시오."
334번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하이, 하이."
260번은 일본말로 대답하며 두어 번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334번의 반합을 당겨놓고 퍼먹기 시작했다.
그는 게장국을 맛있게 먹으며 334번을 향해 말했다.
"아리가도우(감사합니다)"
"이 새끼야."하고 745번이 핀잔을 주었다.
"저분은 우리 조선사람이야. 너 누구한테 일본말 쓰냐?"
"아 참, 그렇지."
그들은 키득거리며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반합을 창구 밖 복도에 밀어냈다.
한동안 지나자 감방 안에 불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시키기 위하여 가볍게 껑충거리고 뛰었다.
소리를 내면서 뛰면 복도 밖을 서성거리던 경비원이 들여다보며 눈을 크게 뜰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발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운동을 하였다.
몇 번 뛰다가 745번은 아이쿠--, 하더니 설사를 하였다.
무슨 약을 먹였길래 계속 설사를 하는지 745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체중이 많이 줄었다.
260번이 지껄이는 말처럼 설사를 하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설사만은 하지 말았으면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60번은 껑충껑충 뛰면서 운동을 했다.
그는 아직 어느 세균에도 감염되지 않은 듯했다.
한 달이 되도록 실험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745번의 말처럼 폐결핵은 시간이 필요하며, 생균을 주사해서 지금쯤 허파가 썩어 들어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폐결핵 균은 잠복 기간이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녁 식사에 들어온 만두에 장티푸스 균이 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실험이 시작되고 있지만 260번 자신이 피하고 피했다는 생각을 하며 260번은 껑충껑충 뛰었다.
만두를 먹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고, 다음에도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260번은 껑충껑충 뛰다가 누워있는 334번을 내려다 보았다.
그가 몹시 떨고 있었다.
통풍구로 바람이 들어오고 있지만 날씨는 후덥지근해서 더웠다.
334번이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은 몸에 이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선생님, 많이 아픕니까?"
260번의 질문에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심한 열로 혼수상태였다.
260번은 손을 뻗쳐 334번의 몸을 만져 보았다. 그의 몸이 뜨겁에 달아올라 있었다.
260번의 중얼거림을 듣고 변기에 앉아 있던 고참 마루타 745번이 설명하듯이 말했다.
"동상실험은 해부의 필요성이 없어 대부분 다른 세균실험과 병행하지.
동상실험의 목적이 끝나면 곧 세균실험으로 들어가는데 저분이 페스트에 감염된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나?"
"고참 마루타의 실력이지. 나는 두 달 동안 이 방에 있으면서 일곱 명이 거쳐가는 것을 보았지.
지저분한 너까지 하면 아홉 명이 되겠지."
"이 새끼야. 설사하다가 뒈질 놈, 네가 먼저 죽을 것이다."
334번은 심하게 몸을 떨며 신음소리를 내는 것인지, 아니면 동상으로 다리에 부상을 입어 열을 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260번은 어떻게 해야 될지를 생각했다.
경비원을 부를 것인지, 아니면 더 두고 보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경비원을 부르면 334번을 데리고 나가 해부할 것만 같아 그를 더 살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망설였다.
745번과 상의하고도 싶었으나 빈정거리는 그의 태도가 미워서 입을 다물었다.
복도에는 또 다시 연구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옆방에서 마루타를 데리고 특별 처치실이 아닌 복도 입구로 그대로 지나쳐 갔다.
그들을 부를까 하다가 260번은 참았다.
334번은 계속 헛소리를 했고, 복도에는 또 다른 연구원이 들어왔다.
분주함은 밤에도 이어졌다.
밤에 데리고 나가는 마루타는 거의 해부하는 사람이었다.
마루타가 따라가지 않으려고 버티며 실랑이질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260번은 철문을 두드리며 그들을 불렀다.
권총을 차고 있는 경비원이 창구를 열며 안을 향해 소리쳤다.
"웬 소란이냐?"
"저기 334번이 죽으려고 합니다."
"뭐? 죽어? 몇 번이냐?"
"334번."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고 경비원은 어디론지 갔다.
그동안 마루타와 실랑이를 하던 연구반들도 복도를 나가고 없었다.
복도는 텅비어 있었으나, 복도 입구에 보초를 서는 경비원이 서 있었다.
그는 334번의 담당 연구반에 연락을 하고 온 듯했다.
"아저씨." 하고 260번은 경비원을 부르며 창구로 복도를 내다보았다.
"334번의 몸이 불덩이 같습니다. 죽으려고 해요."
"알았다니까. 이 새끼들아. 마루타인 주제에 말이 많구나. 기다려, 곧 온다."
"뭐가 옵니까?"
"너 몇 번이냐?"
"260번입니다."
"너 입 닥치고 얌전히 있어. 그렇지 않으면 당장 죽일 것이다."
"하이, 하이, 하이." 하고 260번은 죽인다는 말에 겁을 먹고 철문을 향해 세 번 절을 하면서 물러섰다.
경비원이 들것을 들고 들어왔다.
경비원이 철문을 열고 뒤로 물러서더니 권총을 빼들었다.
낮에 7동 2층에서 있었던 소란 이후로 그들의 경비가 더욱 삼엄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두 명의 연구원들은 들것에 334번을 얹고 그대로 나갔다.
철문이 소리를 내며 완전히 닫히자 경비원은 권총을 총집에 넣었다.
334번이 나가고 있는 동안에도 745번은 변기에 앉아 있었다. 별로 나오는 것도 없으면서 그는 아래가 묵직하고 곧 쏟아질 것 같아 계속 앉아 있는 것이었다.
260번은 334번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동안 한쪽 벽에 기대고 서서 입에 손가락을 넣고 빨며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철문이 닫히고도 그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기대고 있었다.
공포가 그를 유아의 세계로 데리고 간 것이다.
서서 허공을 보고 있는데도 그의 눈에는 어머니가 만두를 빚어주는 환상이 보였다.
그 만두를 형이 많이 먹는 듯해서 그는 소리쳤다.
“형, 내 것은 남겨놔, 다 먹으면 죽일 거야.”
갑자기 소리치자 변기에 앉아 있던 745번이 놀라며 고개를 들어 260번을 쳐다보았다.
260번은 손가락을 빨며 무엇인가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