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과 타력
1. 왕생론주
1) 난행도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⑴ 선(善)한 외도들의 모습이 보살법을 어지럽힌다.
⑵ 성문의 자리(自利)가 대자비를 장애한다.
⑶ 악인이 그 사람의 수승한 공덕을 파괴한다.
⑷ 전도된 선업의 과보가 범행(梵行)을 무너뜨린다.
⑸ 오직 자력뿐이어서 타력이 받쳐주지 않는다.
2) 이행도는 부처님의 원력을 탐
다만 부처님을 믿는 인연으로, 정토왕생을 발원하고 부처님의 원력을 타면 곧 저 청정한 국토(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되는데, 불력이 주지하여 곧 대승의 정정취에 들게 된다. 정정이란 곧 아비발치를 말한다. 마치 수로(水路)를 배를 타고 가면 즐거운 것과 같다.
3) 어리석구나, 후학들이여! 타력을 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마땅히 신심을 낼 것이니, 스스로 자신을 국한시키지 말지어다.
2. 자력과 타력에 관한 비유
난행과 이행, 자력과 타력은 정토종에서 일대시교에 대한 총체적인 분판分判이다. 정토를 배우고자 하는 자라면 이 뜻을 몰라서는 안 된다. 두 법의 난이難易를 알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먼저 자력과 타력의 승열勝劣을 알아야 하고, 자력과 타력을 알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먼저 무엇이 힘力인가를 알아야 한다.
이른바 ‘힘’이란, 공덕의 힘을 말한다. 즉 번뇌를 끊는 힘, 생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이다. 작게 말한다면 생사를 끝내고 삼계를 벗어나는 힘(소승)이고, 크게 말한다면 성불하여 중생을 구제하는 힘(대승)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두 가지 힘이 있으니, 이를테면 자력과 타력이다.
자력이란, 곧 자신의 수행력에 의지하여 번뇌를 끊고 생사를 해결하는 힘을 말하고(만약 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설사 오계와 십선 등을 닦더라도 여전히 인천의 유루복업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자력이 아니다.),
타력이란, 곧 부처님의 원력에 힘입어 생사를 해결하는 힘을 말한다.
1)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비유
불법에는 무량한 문이 있다. 마치 세간의 길에 어려운 게 있고 쉬운 게 있어서 육지를 걸어서 가면 수고롭고, 물길에 배를 타고 가면 안락한 것과 같다.
보살도 역시 이와 같다. 혹 부지런히 정진하는 법문이 있는가 하면, 믿음을 방편으로 한 쉬운 행으로 빠르게 아유월치에 이르는 법문도 있다.
⑴ 만약 질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을 갖고 염불하여 서방정토 왕생을 구한다면 공부의 깊이와 공덕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부처님의 자비력에 의지하여 서방에 왕생할 수 있다. 이는 마치 화륜선에 앉아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아, 기꺼이 배에 오르기만 하면 피안에 도착할 수 있으니, 이는 배의 힘이지 자신의 능력이 아니다. 신원염불로 서방정토왕생을 구하는 것 역시 그러하여 전적으로 불력이지 자신의 도력이 아니다.
⑵ 만약 부처님께서 설하신 정토법문을 믿을 수 있고, 진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으로 아미타불의 명호를 부르며 서방정토 왕생을 구할 수 있다면, 업력이 크든 업력이 작든 모두 부처님의 자비력에 기대어 서방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 예컨대 작은 모래알이 물에 들어가면 바로 가라앉게 되지만, 설사 수천만근에 달하는 돌이라도 큰 화륜선에 싣는다면 가라앉지 않으면서 다른 곳으로 옮겨져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돌은 중생들의 업력이 두터움을 비유한 것이고, 큰 화륜선은 아미타불의 자비력이 광대함을 비유한 것이다.
2) 전륜성왕의 보배를 타는 비유:
사람이 삼악도를 두려워하는 까닭에 금계禁戒를 수지하고, 금계를 수지하는 까닭에 선정을 닦을 수 있으며, 선정이 있는 까닭에 신통을 닦을 수 있고, 신통이 있는 까닭에 능히 사천하를 두루 다닐 수 있게 되니, 이와 같음을 자력이라 말한다. 그리고 예컨대 졸렬한 사내가 당나귀를 탈 수 없지만, 전륜왕을 따라 나선다면 하늘을 날아 사천하를 다니면서 아무런 장애가 없게 되니, 이와 같음을 타력이라 말한다. ――왕생론주
일반법문은 마치 보행으로 길을 떠나는 것과 같아 힘이 센 자도 하루에 백십리를 걷지 못하고,
특별법문은 마치 전륜성왕의 윤보輪寶를 타는 것과 같아 하루면 사대부주를 두루 도달할 수 있다.
―― 인광대사
3) 순풍에 돛단배의 비유:
정토법문은 이치와 근기에 계합하여 힘을 적게 들이고 성공률이 높다. 마치 순풍에 돛단배와 같으니, 불력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기타 각종은 힘을 많이 들이고 성공하기 어렵다. 마치 개미가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으니, 오로지 자력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4) 산과 물을 비추는 비유:
일반법문은 마치 산수화와 같아 한필 한 획으로 점차적으로 완성된다. 특별법문은 마치 산과 물을 거울로 비추는 것과 같아, 비록 수십 겹의 초목이 무성한 산봉오리라도 한번 비춤으로 해결할 수 있다.
5) 태자가 태어나는 비유 일반교리는 마치 세간의 선비가 자격으로 말미암아 관직에 오르는 것과 같고, 특별교리는 마치 세간의 왕자가 태어나자마자 모든 대신들로부터 공경을 받는 것과 같다.
3. 어떻게 부처님 원력의 배에 오를 것인가
1) 자신에게 힘이 없음을 믿을 것
⑴ 경전적 증거:
① 남염부제중생들의 행동거지와 마음의 활동은 업이 아닌 게 없고 죄가 아닌 게 없다. ― 지장경
② 마음으로는 항상 악한 생각을 하고, 입으로는 항상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는 항상 악한 행동을 한다. ― 무량수경
⑵ 조사의 증거
① 자신은 현재 죄악생사범부로서 광겁이래 항상 침몰하고 항상 유전하여 벗어날 기연이 없음을 결정코 깊이 믿는다. ― 선도대사
② 만약 대승에 의거한다면 진여실상인 제일의공(第一義空)에 마음을 두지 못하였고,
만약 소승을 논하자면 견제위(見諦位)와 수도위(修道位)를 닦아 들어가고, 나아가 아나함과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五下를 끊고 五上을 제거함은 승속을 막론하고 몫이 없다. 설사 인천의 과보가 있더라도 모두 5계와 10선을 닦아 이 과보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5계와 10선을 지니고 이 과보를 얻은 이는 매우 적다. 만약 악한 마음을 일으키고 죄업을 짓는 것을 논한다면 폭풍이 불고 소나기가 내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 도작대사
③ 내가 무시이래 삼계를 빙빙 돌며, 허망한 수레바퀴처럼 회전하였으니, 일념 일시에 지은 업만으로도 족히 육도에 묶이고 삼도에 빠질만하네. ― 담란대사
④ 자력에 의지해 수행을 한다는데 자신에게 무슨 힘이 있단 말인가? 다만 무시이래의 업력뿐이어서 만겁천생이 지나도록 해탈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 인광대사
2) 아미타불께 힘이 있음을 믿을 것
아미타불의 본원은 이와 같다
3) 오로지 명호를 부를 것
① 미타세존께서는 본래 깊고 크신 서원을 세우시어 「광명명호(光明名號)」로써 시방중생들을 섭취하고 교화하시는데, 다만 믿음을 내어 발원을 하고 위로(길게)는 평생을 다하고, 아래로(짧게)는 열 번、 한 번만 염불을 한다면 부처님의 원력으로 쉽게 왕생할 수 있다.
② 일심으로 믿고 기뻐하며 왕생을 하고자 발원하여 위로는 일생을 다하고 아래로는 십념을 거두시니, 부처님의 원력에 올라 모두 왕생한다.
③ 다만 위로 평생을 다하고 아래로 십념에 이르기 까지 부처님의 원력으로 모두 왕생하기 때문에 쉽다고 말하는 것이다. ―― 선도대사
* 동영상은 불력회의 정인법우님이 촬영했고, 자료는 순정시대 카페의 정전스님 강의자료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