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규방칠우 원문보기 글쓴이: 무무
우리 가구는 특이하게도 남녀가 구별돼 있다. 조선시대에 유학을 지배이념으로 삼으면서, 성차별적 사회를 구현해놓은 탓이다. 따라서 생활하는 방이 남녀별로 나뉘게 됐고, 가구(家具)도 남자를 위한 사랑방 가구와 여성을 위한 안방가구로 갈렸다. 사랑채 가구는 단순함을 통해 남성미를 강조하고 있다. 장식을 최대한 없애면서 간결함을 내세웠다. 안채 가구는 패물함(佩物函), 의걸이장(欌·옷장), 농(籠) 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장식이 화려하고, 쓰임새가 다양하도록 오밀조밀하다. 천장이 낮고 방이 좁은 한옥의 구조와 온돌장치로 인한 좌식생활은 가구의 크기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복은 차곡차곡 접어 보관해도 잘 구겨지지 않는다. 그런 특성 때문에 가구도 적당히 크면 됐다. 무엇보다 우리 가구가 이런 형태를 띠게 된 것은 나무의 질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다. 게다가 사계절이 뚜렷하여 나무들이 아름다운 결을 갖고 있다. 장인들은 천혜의 자연미를 한껏 살리고자, 인공을 최소화하는 미덕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적 미가 가득한 가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소목장(小木匠)이다. 소목장이 가구의 기본골격을 만들면, 거기에 옻칠을 하고, 목상감 등 공예미를 덧붙여 하나의 가구가 태어나게 된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소목장 이정곤(李貞坤·중요무형문화재 55호 소목장 기능전승자)씨. 그는 아직도 예전 소목장의 체취를 간직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인 학교 건물 벽에는 2∼3년 된 통나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나무들은 비를 맞고, 다시 햇볕에 말려지기를 되풀이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뒤틀림이 없단다. 그는 소반 하나를 만들더라도 원목 통판을 사용하고, 속을 파고 끼워맞추는 등 전통을 지키려 애 쓴다. 나무가 틀어지는 것을 막는 탕개질이나 풀칠 등도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손수 한다.
그는 “조선시대 가구는 조형도 단순하고 소박하며 친근한 분위기가 우러난다.”면서 “가구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이 녹아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글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서울신문
|
|
조선시대 가구는 크게 안방 가구, 사랑방 가구, 주방 가구로 분류되며, 각 가구의 기능과 용도에 따라 종류와 형태를 나눌 수 있다. 사랑방가구는 검소한 방을 격조높게 생각하여 색채도 없고 장식이 많지 않다. 안방가구는 사랑방보다 금구장식 기타 채색이 들어간 화각(華角) 및 나전칠기장으로 화려하며, 방 아랫목 뒤에는 부엌 천장에 해당되는 다락이있 다. 이 문짝에는 흔히 화조도를 붙이며 그 밑에 보료를 깔고 안주인이 거처한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일생을 거의 부엌에서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주방구조가 소홀히 되어 많은 불합리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중류 이상의 주택에는 찬방이 부엌과 연결되어 찬장과 찬탁자 등이 여기에 놓이고, 찬마루에 앉아 음식을 장만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두주는 대청마루에 놓고 그 위에 용충항아리를 겹겹이 얹어 장식한다. 주방가구는 일반적으로 소나무, 버드나무 같은 자연목을 살려 자귀 자국을 그대로 살린 것 이 많다.
서장 책을 보관하는 장으로서 해충을 막는다 하여 오동 서장이 일품임. 경축장 서책 및 문서를 보관하는 단층장으로서 머릿장이라고도 함. 문갑 보료 옆에 두고 일용품을 수납하거나 장식하는 넓 고 얕은 장. 사방탁자 네 면이 뚫린 장식장으로서 수납부분이 있는 것을 탁자장이라고도 함. 서안 서랍이 하나 달린 소형 책상으로 몸체가 뚫린 것도 있음. 경상 원래 사찰에서 불경을 읽을 때 쓰는 것인데 뒤에 사대부집 서안으로 사용되었음. 연상 벼루를 보관하는 상자로, 뚜껑 없는 것은 호연 상, 뚜껑이 한개인 것은 小碩床, 뚜껑이 두개인 것은 大碩床이라 함. 고비 서함. 두루마리 문서를 끼워 보관하는 도구로 문 갑 위 벽면에 걸어놓음. 필통, 필가 필통은 붓을 보관하는 통. 필가는 붓을 바닥에 걸 쳐놓을 때 쓰는 도구 서견대 서책을 받치는 대로서 床板이 경사진 것과 부챗 살 같이 폈다 접었다 하는 것도 있음. 함, 통, 궤 함은 도장함·문서함·서함·관모함 등. 통은 탕 건통·망건통·화살통 등. 궤는 의류궤가 대표적으로 종이제가 많은 것이 특징임. 평상 휴식용의 침대와 같은 상. 살평상과 널평상이 있음. 죽부인 퇴침 죽부인은 1년생의 대나무를 12날로 연통같이 만들어 속 을 비게 하여, 안고 자면 시원하다고 하여 평상과 함께 사용함. 퇴침은 베개 종류로 목침· 등침·죽침 등이 있음. 궤상 팔꿈치를 기대어 몸을 편하게 하는 기구로, 임금이 늙은 신하에게 하사하는 것을 사궤장이라 함. 바둑판 바둑판은 방형의 통나무나 괴목판으로 만들었 음. 담배함 담배함은 목제나 은상감 함이 있으며, 상류층일수록 담뱃대 길이가 길어 담뱃대걸이가 있음.
[안방가구 _ 명칭 용도 및 종류] 농 분리된 두개의 궤를 포개놓고 쓰는 옷상자. 개판과 마대가 없으나 후기에는 부착된 것도 있음. 반닫이 장방형의 단층 옷궤로서 문판을 아래위로 열게 되어 있음. . 박천반닫이(평안도) - 구멍이 많은 무쇠장식을 사용 . 강화반닫이(경기) - 왕실용으로 우아함 . 충청반닫이 - 거멀쇠를 쓰지 않고 장식이 없음 . 경상반닫이 - 높이가 중보다 얕다 . 제주반닫이 - 무쇠로 된 불로초경첩장식 사용 경대 소형함으로 된 것으로 뚜껑을 열면 거울을 세워 쓰 게 되어 있고, 남성상투용의 더 작은 것도 있음. 빗접 경대와 비슷하나 거울이 없고 빗 등의 도구를 넣기 위한 서랍이 있음. 함궤 함에는 바느질함, 실함, 혼함 등이 있고, 궤에는 의궤, 죽제품으로 채상, 유상 등이 있음. 문갑 사랑방용과 크기와 용도는 같으나 나전칠기와 금 속장식 등으로 화려함. 등촉구 초는 희귀하여 상류층에서만 썼음. 사랑은 거멀쇠, 안방은 백동, 놋쇠로 만든 촛대를 사용하였음. . 등경 : 두자형으로 벽에도 걸며 서민용으로 사용되었음. . 좌등 : 상류층에서 창가에 놓고 쓰는 등. 사면사나 백지를 발라 만듬 . 등농 : 안에 초를 넣어 밤에 들고 다니는 등임.
[부엌가구 _ 명칭 용도 및 종류]
|
![]() |
▲ 목재의 최대 장점은 목재 특유의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지만, 반면에 뒤틀리기 쉬워서 2,3년간 비를 맞은뒤 말리기를 반복한다. 건조시에는 습도를 맞추기 위해 불을 지핀다. |
|
|
|
우리나라 가구의 의장적 특징으로는 첫째, 소탈하고 꾸밈새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것은 나뭇결이 뚜렷한 재목을 써서 아름다운 나뭇결을 살렸으며, 자재가 지닌 자연미를 그대로 표현하기 위하여 과다한 장식을 피하고, 기능과 용도에 적합한 것 외에는 지나친 광택이나 색채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수직과 수평을 강조한 직선이 일관되면서 현대적 조형 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직선을 많이 사용하는 가구가 예리하고 강직하여 시각적 피로감을 주는 데 반하여, 선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굴리는 정교한 기술로 제작된 우리나라 가구는 이러한 단점을 없애 준다. 셋째, 금속못의 사용보다 판(板)과 주(柱)의 다양한 결구식 목공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골재와 판재의 수종(樹種)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심재 (心材)와 표면재(表面材)의 구분을 명확히 하면서 역학상의 무리가 없게 하여 결구방식의 표면처리를 아름답게 한 것이 특색이다. 넷째, 좌식 생활에 알맞은 높이와 규격 및 면분할의 비례가 아름답다. 비교적 얕은 천장과 좁은 실내공간의 면적에 조화된 아담한 규격이다. 그리고 장방형과 방형의 연속적인 면분할은 과학적 이고 합리적인 황금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다섯째, 금구장식은 장식의 기능뿐만 아니라 이음의 구조적 보강을 겸하고 있으며, 또한 장식문양도 미적인 감각 내지 민간신앙의 상징을 표현하여 행복과 강녕을 기원하는 복합적인 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 목재
우리나라 수목의 종류는 1,556여 종이지만 재목으로 쓸만한 나무는 109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가운데에서도 조선시대 가구재로 쓰인 나무는 소나무, 잣나무, 자작나무, 대추나무, 흰노송나무, 밤나무, 버드나무, 가래나무, 호도나무, 수창목(水蒼木), 오동나무, 피목(皮木), 벚나무, 회화나무, 돌배나무 등이다. 이와같은 나무들은 그 나무의 재질에 따라 골재(骨材), 판재(板材), 부재(附材)로 구분된다.
골재는 구조상 힘을 받는 단단한 나뭇결이 좋은 목재로서, 소나무, 돌배나무, 회화나무, 단풍나무, 호두나무 등이 쓰인다. 판재는 나뭇결이 아름다운 판목재로서, 오동나무, 소나무, 전나무, 뽕나무 등이 쓰인다. 부재는 가장 치장에 아름다운 판목재로서 회화나무, 수창목, 버드나무 등이 쓰인다.
▶ 죽재
대나무는 화본과 식물로서, 곧고 속이 비어 있어 자연형태 그대로를 살린 공예품 재료로 많이 쓰인다. 더욱이 청량하고 강직한 모습이 선비의 기품을 나타낸다 하여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곧잘 문방구로서 애용되었다. 종류는 6백여종이나, 공예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약 30여종이다.
그 중에서 고죽(苦竹), 맹종죽(孟宗竹), 담죽(淡竹), 오죽(烏竹), 반죽(班竹)이 대표적인 것이며, 전주, 남원, 옹주, 담양 등지에서 주로 생산된다. 가공법은 벌채한 대나무를 다듬어 윤을 내고 표백하거나 껍질을 벗기고 도장(塗裝), 또는 낙죽(烙竹)하여 접합한다. 접착법은 대나무의 원 부분이 보이게 하는 내향법(內向法)과 속부분이 보이게 하며 낙죽하는 외향법(外向法)이 있다.
▶ 나전
나전이란 소라, 전복, 진주조개 등의 껍질을 가공하여 여러 문양으로 백골(白骨) 위에 붙이는 것을 말하며, 이 위에 옻칠을 한 것을 나전칠기라 한다. 조선시대에는 소함에서 장과 같이 큰 가구에 이르기까지 나전장식이 많았고, 기교는 세련되지 못하여도 다양 하였다. 가공법 으로는 상감법과 부착법이 있는데, 상감법은 파고박기와 눌러박기로 나뉜다.
파고박기는 백골(白骨)에 상감할 문양을 그려 새김칼로 파낸 뒤 재료를 넣고 칠하는 것이다. 눌러박기는 백골바탕에 옷칠을 두껍게 한 뒤 굳기 전에 재료를 눌러 고착한 뒤 갈아내는 것이다. 부착법은 접착제를 이용하여 나무에 자개를 붙인 뒤 뜨거운 인두로 지져 고착시키는 것으로, 지짐질이라고도 한다.
▶ 화각(華角)
투명도가 좋은 소뿔을 얇게 펴서 각지(角地)로 만든 뒤 그 뒷면에 채색 그림을 그려 백골표면에 붙여 장식하는 기법이다. 이러한 기법은 원래 중국 당나라 때 복채(伏彩)라는 채화 대모기술에서 영향을 받았으나, 대모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우각을 쓴 것 같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여 규모가 작은 애기장, 함, 경대, 패물궤, 반짇고리, 실패, 부채 등에 치장하였다.
조선시대 가구도장은 자연재를 그대로 길들여 소박미를 나타내도록 하였기 때문에 나뭇결을 살리기 위한 투명한 식물성 기름을 많이 썼고 내구성이 필요한 소반 등에는 불투명한 칠을 하였다. 그리고 특수가구에는 색상이 들어간 흑칠(黑漆), 주칠 (朱漆)을 하였다. 도장법에는 두가지가 대표적이다.
▶ 유도장(油塗裝)
들깨기름(트는 것을 방지), 호도기름(광택), 콩기름(견고성), 오동나무 기름 (해충방지) 등을 사용한다. 광택을 위한 도장법으로는 콩기름, 깨기름, 들기름, 오동나무 기름을 끓여서 풀과 같이 하여 칠하는 임도법(荏塗法)과, 나뭇결이 확실한 표면을 인두로 검게 태워 볏짚으로 강하게 문지르는 유목법(油木法)이 있다.
▶ 칠도장
옻칠이란 옻나무즙으로 만든 도료로, 칠장막이 매끄럽고 단단하여 방수에 좋고 견고성이 강하여 칠 중에서 가장 높게 평가된다. 칠곡 함양면은 옻나무보호지역이고 평안북도 태천지방과 모천군이 생산지로 유명하다. 종류로는 생칠, 숙칠, 주칠, 흑칠, 황칠 등이 있다.
생칠은 옻나무 껍질에서 흐르는 액체상태의 옻칠이며, 숙칠은 옻나무를 불에 쪼여 받은 즙으로 하는 칠이다. 주칠은 주라는 도료를 칠과 혼합한 것이며, 흑칠은 숯가루나 황토를 불에 구워 만든 지분(地粉)을 생칠과 혼합하여 흑색칠한 것이다. 황칠은 황갈색이 나는 옻칠로, 주로 도서지방에서 생산되며 지장, 도배지 등에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