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제90회]마왕을 항복시키다[1]
오공이 호로병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은각은 재빨리
병위에 부적을 부쳤다.
그 보물은 본래 본명, 가명을 가리지 않고 대답만 하면
끌어당기는 것이다.
호로병속은 매우 캄캄하였다.
오공은 머리로 위를 치 받아 봤지만
마개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공은 점점 초조해졌다.
"저 산에서 요괴를 만났을 때 호로병이든 정병이든
일단 사람을 끌어 담으면 두 세 시간 만에
녹아서 고름이 된다고 말했다.
그 말 대로라면 나는 녹아서 고름이 될게 아닌가?"
그러다가 그는 고쳐 생각했다.
"문제없다. 걱정할 것은 없다. 난 오백년전에 천궁을 분탕 쳤을 때
태상노군의 팔괘로에도 갇혔었다.
그때 사십고일이나 나를 달구었지만 나를 녹이기는 커녕
내 몸은 더욱 단단해지기만 했다.
이 속에서 두세시간 있는다고 호락호락 녹을리가 만무해
저놈이 어쩌나 꼴이나 보자."
은각은 호로병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형! 잡아왔어."
"누구를"
"자행손을 이 속에 담았어."
금각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거 잘됐군. 아우 앉아 앉아, 움직여선 않돼.
잠시뒤에 흔들어보고 물소리가 나거든 부적을 떼어내야해."
오공은 그 말을 듣고 씨물거렸다.
"내 몸이 녹아 흔들려서 출렁출렁 소리가나? 어림도 없지,흥!
녹아서 멀건 국물이 되어야 그 소리가 날테니 어디 오줌이나 갈겨줄까?
그러면 흔들려 소리가 날테니 뚜껑을 열겠지, 그사이에 도망쳐야지.
"아니 그렇지만 그래서 안돼! 그런짓 했다가는 이 직탈이 더러워 질테니까
침을 모아두었다가 흔들면 입으로 찌걱찌걱 소리를 내야지"
오공은 만반에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두 요괴는 술에 정신이 팔려서
통 흔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를 꾀어서 흔들게 하려고
오공은 큼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아 발이 녹아버렸다!"
그러나 마왕은 병을 흔들지 않았다.
"아! 살려다오, 허리뼈까지 녹았다."
"허리뼈까지 녹았으면 다 녹아가는거다.
어디 부적을 떼어봐라."
금각이 하는소리다.
오공은 그 소리를 듣고 털을 하나떼어 "변해랐!" 소리텨
허리 아래가 없는 몸뚱이로 둔갑시켰다.
그러고는 호로병 밑바닥에 그걸 두고 자신은
각다귀로 변해서 병의 입구쯤에 올라가 붙었다.
은각이 부적을 떼고 속을 드려다보려고 할때
오공은 날아나와 곤두박질을 쳐
의해룡으로 둔갑해서 대왕 곁에 섰다.
궁굼했던 금각이 병을 당겨 들여다보니
오공의 몸이 반쯤만 보이므로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겁이 벌컥나 황망히 소리를 쳤다.
"아, 마개를 얼른 닫아라. 아직 다 녹지 않았다."
은각이 본디대로 부적을 붙였다.
오공은 곁에서 그 꼴을 보고 비웃었다.
"흐흐흐 이 어른이 여기에 있는 것을 너희들이 어찌 알겠느냐!"
금각은 잔을 하나 들어 술을 철철 넘치게 부어
은각에게 공손히 주었다.
"자! 아우 들게"
"형, 우리는 이미 술을 많이 마셨는데 또 주시니 어쩐일이요?"
"여보게 아우! 아우는 당나라 중과 팔계 오정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손행자를 묶어오고 자행손을 변속에 가둬놓았으니
이건 정말 큰공이지, 자! 이제 술을 실컷마시게."
은각은 형이 정중해 권하므로 술잔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손에 호로병을 들고 있던 터라 한손으로는
받을 수가 없어서 의해룡에게 맡기고 두손으로 잔을 받았다.
의해룡으로 둔갑한 오공은 호로병을 들고 정중히 시립해 있었다.
은각이 잔을 단숨에 비우고나서 그 잔에 술을 부어 근각에게
내미니, 금각은 한손으로 내저었다.
"잔을 돌릴건 없어. 내잔은 여기 있으니까 이걸로 대작을 하자."
두 마왕은 술잔을 서로 사양했다.
오공은 호로병을 머리에 인채 눈한번 깜빡하지않고 마왕이 술잔을
주고 받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틈을 보아서
호로병을 소매속에 넣고 털을 하나 뽑아 그것과 같은
호로병을 만들어 받쳐들고 있었다.
은각은 잔 돌림이 끈나자 아무런 의심도 없이 다시 호로병을 받아들고는
자리로 돌아가 계속 마시었다.
오공은 보물을 손에 넣었는지라
살짝 그자리를 빠져나와 기뻐하며 중얼 거렸다.
"네 아무리 수단이 있다해도
호로병은 결국 내손에 들어왔어."
마왕의 호로병을 소매속에 넣은 오공의 마음은 매우 기뻤다.
"네 놈이 고심참담 나를 잡으려 한다만 그건 물속에 달으라
건지려하는 격이지 뭐야. 그렇지만 이 손선생이 널 잡기는
불속에서 어름 가지고 놀듯 쉬운거야."
오공은 보물을 간수하고 몰래 빠져나와 문밖에서 본래 모습을
나타내고는 고함을 고래고래 질러댔다.
"요괴야! 문을 열어라"
문지기 졸개가 옆에 있다가 물었다.
"너는 누구이기에 함부로 큰 소리를 치느냐?"
"너의 마왕에게 빨리 전해라.
행자손님이 납시었다고!"
졸개가 황망히 안으로 들어가 전했다.
"대왕님, 문밖에 행자손이란 놈이 와서 떠들고 있습니다."
"아우, 맹랑하게 됐군, 괜히 벌집을 쑤셔놨지! 아까 황금승으로
손행자 놈을 끌어왔고 호로병에다 자행손이란 놈을 가두어 넣었는데
이번엔 행자손놈이 왔다네.
보아하니 그놈 형제들이 다 몰려온게 분명해."
"형, 염려 말아요. 이 호로병엔 천명이라도 담을 수 있단 말이요.
아까 자행손이란 놈도 끌어 담았는데 행자손이라고 별 수 있겠소?
어디 나가서 그 놈마져 끌어 담아볼까?"
"아우, 조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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