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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3 바그다드 까페 (Out Of Rosenheim, Bagdad Cafe, 1987)
2012년 홍대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다. 붐비는 홍대쪽이 아닌, 반대쪽의 외진 곳이어서 손님도 없고, 장사도 잘 안됐다. 이곳에서의 낙은 밤에 가게 문을 닫고 카페 한쪽 벽에 프로젝트를 통해 그 동안 보고 싶었지만 못 봤던 영화들을 보는 것이었다. 1년여 동안 약 100편 가까운 영화를 봤는데, 주로 과거의 명화들을 엄선해서 봤다. 당시의 카페 이름을 따서 같이 봤던 사람들끼리 ‘애틱 극장’이라고 부르곤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좋은 영화들을 굉장히 많이 봤는데,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재미있게 본 것으로 손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는 평가가 좋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2차대전 막바지 지중해 연안에서 벌어지는 얘기라고 스토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 그 줄거리의 영화는 지중해(Mediterraneo, 1991)인데, 완전히 착각이었다. ㅠㅠ- 영화가 시작되고, 다소 엉뚱한 줄거리로 흐르는 것을 보고는 내가 완전히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영화가 시작되고 한참 지날 때까지도 당연히 이라크의 바그다드(Baghdad)가 배경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영화 속의 배경은 미국 라스베가스 근처의 사막이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포일러 주의)
독일에서 미국에 관광 온 쟈스민은 부부싸움을 대판하고, 남편과 헤어져서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바그다드 카페를 찾는다. 모텔 겸 주유소, 그리고 카페이기도 한 바그다드 카페는 브렌다가 운영하는 곳. 남편을 포함해서 어느 누구 하나 도움을 주지 않기에 이곳 카페는 먼지만 날리고 있다. 브렌다 역시 남편과 한바탕 싸움을 했고, 남편도 집을 나가버렸다. 이처럼 손님과 주인으로 만난 쟈스민과 브렌다. 처음 쟈스민을 싫어하던 브렌다는 그의 따뜻한 마음과 친절에 조금씩 마음을 연다.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화가 루디는 쟈스민의 초상화를 그리며 조금씩 다가간다. 카페는 쟈스민의 마술쇼 덕분에 점점 손님이 늘어나고… 이민법 등의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지만, 마침내 쟈스민은 브렌다와 다시 조우한다.
처음 영화가 시작했을 때, ‘이 영화가 왜 평점이 높은 걸까?’라는 의문을 갖고 봤는데, 영화가 흘러가면서 영화에 점점 빠져드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때, 나는 10점 만점을 주고 싶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연기를 잘 해서, 정말 관광객과 카페 여주인을 캐스팅한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지만, 그들은 독일과 미국에서 연기를 잘 하는 것으로 소문난 연기파 배우들이었다.
이 영화는 그 좋은 평점에 비해, 상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1988년 제14회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것이 전부다. 아무래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영화계에서 이 영화는 독일의 자본이 더 많이 들어간 영화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영화에는 매우 유명한 배우나 미모의 여배우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 외모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님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함을 준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주변 사람에게 소개할 때에 ‘편안함과 따뜻함을 주는 영화’라고 얘기한다. 뭔가 기분이 언짢을 때, 화가 날 때에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생긴다.
이 영화의 매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주제가다. Jevetta Steele이 부른 ‘Calling You’는 우리 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 OST 중에서 항상 순위에 들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다. 영화를 못 본 사람도 많이 들어봤을 이 노래는 영화를 보고 나면 더 좋아진다. 그만큼 영화와 잘 맞는 노래다.
https://youtu.be/Y8pvv5A8dgA?si=kPPQbfWDWoOysH6o
녹록치 않은 현실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다면… 바로 이 영화 ‘바그다드 까페’를 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 이 영화는 일반적으로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여권 운동과 같은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라, 그저 여성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휴머니즘이 가득한 영화라고 생각한다.(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