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피곤하다. 서재에서 책을 읽고 드들강을 걷고 그리고 걷고 싶은 길을 걷고 글을 쓰고, 사색하고 사는 게 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은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않다. 우선 맡고 있는 전남대총동창회 일과 천생에 타고난 오지랖으로 무형의 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시간에 너무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쉼은 낭비가 아니라 충전의 시간이며, 새로운 일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런 시간을 아직도 낭비처럼 생각한다. 그런 이유랄까 핑계 중 하나는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천성에 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적당히 둘러대고 약속을 피하면 될 터인데 그 짓을 못한다. 그러니 몸이 피곤할 수밖에,
작년 회사를 그만 둘 때 가장 큰 이유는 글쓰는 시간이 없어서다.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하면 무슨 책을 준비하는 걸로 오해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책도 될 수 있겠지만 그런 목적보다는 그냥 일상을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여행을 하거나 또는 산에 갔거나 그에 대해 쓰고, 일상의 느낌에 대해서도 쓸 수 있는 시간을 원하는 것이다. 일상에 대해 쓴다는 것은 사색이 필요하기에 시간이 더욱 소중한 자산이 된다. 지금 쓰고 있는 글들도 거의 즉흥적이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글을 쓴다면 생각이 글에 숨어 있을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3월 작년 12월 시작했던 일본 시코쿠(四國)의 오핸로 길을 걸었다. 오핸로 길은 홍법대사가 시코쿠의 둘레을 걸으면 수행을 했던 그 길을 따라 걷는 1,200년의 역사를 가진 1,300여 km의 88개 사찰을 도는 길이다. 많은 일본인들과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외국인들도 와서 걷고 있다.진즉 이 길에 대해 알았고 걷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작년 말 늦둥이 진영이와 둘이서 일본 여행을 하며 이 길을 일부 걸엇던 게 인연이 되어 이 길을 완주하리라 다짐했다.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시코쿠의 가장 남쪽 고치현의 17개 사찰을 순례했다. 고치현은 옛날 도사국이다. 우리가 아는 도사라는 개가 이곳이 원산지다. 태평양을 접해 있는 고치현은 풍광 자체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300여km가 넘는 길이라 다 걷지는 못하고 이동 중에는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걷는 기쁨은 컸다. 앞으로도 2~3번은 더 가야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15일 대학에서 민주길 회의가 남평에서는 저녁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있었다. 16일 작년부터 마음 먹었던 박성수 원장께서 이끄는 산들길 모임에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참여하지 못하다 드디어 오늘 참석을 해서 용전에서 비아장까지를 걸었다. 지금까지 행사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며, 준비하는 분들이 즐거워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극락강변도 걷고 공원 숲길도 걸었다. 코스에 대해 조금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광주의 주변부를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비아장도 구경하고 점심도 함께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18일은 국민통신 임원들과의 저녁이 있었다. 금년 아름다운 납세자 상을 수상하고, 또한 입찰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고 윤풍식 회장이 마련한 자리였다. 20일 민주길 회의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새로 출범한 34대 전남대총동창회 회장단 상견례에 참석했다. 10여 명의 상임부회장이 새로운 얼굴로 합류했다. 지난 2년 동안 함께 하다 임기가 끝난 상임부회장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23일은 대학시절 동아리인 산하회원들 30여 명과 함께 완도 청산도 1박2일 여행을 했다. 슬로길과 명품길을 걷고 선후배들이 술과 정을 나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진영이를 학교 기숙사에 내려주고 집사람괗 함께 서울로 가서 공항인근에서 자고 난 25일 새벽 공항에서 일행들을 만나 일본 시코쿠로 갔다. 일본 여행기를 아직 쓰지 못했는데 조만간 써야 겠다고 게으름을 탓해 본다.
4월1일 만우절인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거짓말해 주는 사람도 없다. 오후 막둥이회관에서 저녁약속이 있어 인근 미술관에서 사진전을 하고 있는 김옥렬 사진전 '아시아의 미소'를 관람했다. 옥렬 아우가 기다리고 있다 설명도 해주고 사진첩도 선물해 줘서 감사하고 미안했다. 3일 목포에 일찍 내려가 유달산에 올라 케이블카 진행사항과 아름다운 우리 바다를 구경했다. 저녁에는 목포지부 동문들과 만찬을 하고 2차까지 가 나는 목포에서 자고 아침 기차로 서울로 올라갔다. 4일 저녁에는 고위공무원으로 근무하다 교육 중인 후배들과 만나 위로하고 마지막 기차로 내려왔다.
5일 장수CC에서 운동약속이 있어 집사람의 도움으로 장수에 갔으나 컨디션 탓인지 무엇 때문인지 엉망으로 골프를 쳤다. 6일 전남대총동창산악회 정기산행으로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에서 출발하여 성제봉을 넘는 힘든 코스인데 날씨마저 더워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니 행복이 따로 없었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남평 서재로 이동하여 후배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아침을 함께 하고 서재에서 나와 늦둥이 챙기고 저녁에는 김유환 아우를 만나 해파랑길 걸을 계호기을 세웠다. 금년 목표 중 하나가 해파랑길 660km를 완주하는 것이다. 우선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80여 km부산구간을 걷기로 했다.
8일 목포해상케이블카 연기 기자회견 사회를 보았다. 기자회견을 끝내고 급히 광주로 올라와 전대총동창회 고문모임에 참석했다. 저녁 모처럼 적십자동문 모임에 참석하여 금년 회장을 맡은 정상철 아우의 기를 살릴 겸 저녁을 샀다. 9일 남평 아파트 작은 도서관 회의에 참석하고 서재로 돌아와 그동안 읽고 독후감을 올리지 못한 책들의 글을 올리고 모처럼 12시 전 일찍 잤다. 아침 5시에 기분좋게일어나 신문도 보고 일도 하다 7시 반경 누가 부탁한 일이 생각나 전화통화를 하다 갑자기 기침이 심해져 물을 마시러 가다 인터넷 선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워낙 순간적으로 일어나 당황했으나 통화 중이라 살필 겨를도 없이 통화를 마치고 보니 오른쪽 손목에서 피가 흐르고 얼굴에도 두 군데나 약간의 상처가 생겨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상처는 깊지 않았으나 뇌를 다치지 않았을까 염려가 되었다. 마침 윤택림 교수에게 전화를 했더니 병원에 일찍 나와있어 빛고을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소식을 듣고 집사람에게 놀라 병원으로 와서 집으로 돌라오는데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다 다쳤다고 핀잔을 들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 여겼다. 평소 성격이 급해 모든 행동을 빨리 하다보니 이런 실수를 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이를 생각하며 조금 천천히 사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우리는 어떤 사고를 당하거나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액땜을 했다고 자위한다. 나 역시 액때을 했다며 자위했다. 손목의 상처가 조금만 깊었다면 동맥을 상했을 것이고, 얼굴 복사뼈를 벽에 부딪치지 않고 눈이나 또는 턱을 부딪쳣다면 더 큰 사고가 되었을 것이다. 집사람은 자신이 평소 기도한 덕분이라며 자신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한다.
이남재 아우와 점심을 하고, 저녁에는 후배들이 서재를 방문하기로 하여 농수산시장에서 몇 가지 안주를 구입하여 다시 남평으로 돌아왔다. 11일 박승현 총동창회장과 LH 백인철 본부장과의 점심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 참석했다. 12일 국제의료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최원일 아우가 광주를 방문하여 저녁을 하고, 13일에는 광주공고총동창산악회 정기산행으로 대구 비슬산을 등산하고 현풍 박소선할매곰탕집에서 이른 저녁을 하고 광주로 돌아왔다. 14일 결혼식에 들렸다 서울에서 내려온 덕봉 형과 만나 점심하고 풍암제를 걷고 김치찌게로 저녁을 하고 서재로 함께 와 잠을 잤다. 아침을 마치고 인근 화순 세량지를 돌아보고 담양 에코산업단지에 자리한 숨튼 공기청정기공장을 방문했다. 필터를 이용하지 않은 수냉식공법로 미세먼지를 잡는 강소기업이다. 일행들과 점심을 함께 하고 담양 소쇄원을 구경하고 그들과 헤어져 광주로 돌아와 푸른용봉회 모임에 참석했다.
16일은 상임이사회를 앞두고 사무처 직원들과 점심을 하고 저녁에는 법원에 있는 후배들과 새로 광주본부세관장으로 부임한 김경호 후배와 김경태 광주은행 부행장과 등 동문 후배들과 자리하고, 17일은 서부교육청을 이재동 무등산 생태탐방원장과 함께 방문 취임한 이영주 교육장을 축하하고 점심을 했다.저녁에는 전대총동창산악회 임원모임에 참석하고, 18일은 상임이사회에 참석했다. 조성희 이사장(법대), 유영국(공대), 정연실(경영대) 부이사장을 선출했다. 19일 상경하여 산하모임에 참석하고 20일 골산회 시산제를 대모산에서 가졌다. 수서역에서 서울 둘레길을 따라 능인선원까지 걸었다. 도심에 이런 좋은 숲길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많은 시민들이 이 길을 걸으며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산주를 한잔하고 광주로 내려와 처가제사에 참례했다. 21일은 이식 전 부총장 결혼식에 참석하고 다시 남평으로 들어와 강변도시 주민들을 위한 축제를 준비하기 위한 축제준비위 회의에 참석하고 위원들과 저녁을 하며 좋은 결과를 다짐했다.
봄이 왔다. 날씨도 좋고 드들강변에 신록이 봄이 왔음을 느께게 한다. 봄은 희망이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싹을 틔운 꽃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진한 향기로 우리를 유혹한다. 시간의 흐름은 유수와 같다고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시간의 흐름은 더욱 빨라진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싱싱한 하루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