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0만 원
이재영
“이번에 받은 50만 원이 없었으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3월 27일, 40대 이모 씨가 흐느끼며 이같이 말했다. 신용 등급이 낮은 취약 계층에게 최대 100만 원을 빌려주는 ‘긴급 생계비 대출’ 첫날의 현장에서다.
그는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 병원비와 간병비 때문에 쌓인 빚을 갚기 위해 ‘휴대폰 깡’에 손을 댔다. 본인 명의로 핸드폰 한 대를 개통해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넘기고 300만 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악랄한 업자는 이 씨 명의로 8대를 개통하고, 1,500만 원을 소액 결제수법으로 빼갔다.
빚이 1,500만 원으로 불어난 이 씨는 빚 독촉하는 추심업자들을 피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
팔뚝에 문신한 반 깍두기 머리 덩치가 나타나 돈 내놓으라고 다그치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광고처럼 “돈 없으니 배 째!”는 고려 시대에나 통하던 말이다.
연도별 대포폰(차명 휴대전화) 적발 규모가 2017년~2020년은 매년 1만 6천 개 이하였는데, 2021년 5만 5,141개로 급격히 늘었고, 2022년에는 1월~6월 간에 2만 7,176개나 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저소득 서민층의 생활이 급격히 궁핍해졌음을 보여준다.
‘긴급 생계비 대출’은 처음엔 50만 원까지 빌려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하게 납부하면, 50만 원을 더 빌려준다. 하지만 병원비·학자금 등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하면 처음부터 100만 원을 빌려준다.
소액 생계비 대출은 신용 평점이 하위 20%이고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급전을 빌려준다. 한 달에 소득이 292만 원 미만인 사람에 해당하니, 어떤 사람은 “저소득자가 아니잖아? “ 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 중앙센터에서 앞으로 4주 동안의 상담 예약을 지난 22~24일 받았는데, 2만 5,144명이 신청했단다. 4주간 상담할 수 있는 인원의 98%가 사흘 만에 꽉 찬 것이다. 그만큼 급하게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많았던 거다.
60대 권모 씨는 ”너무 답답해서 여기 직접 찾아왔다. “라며 ”전화를 열 번 넘게 했는데, 계속 먹통이었고, 인터넷을 할 줄 몰라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고 했다.
서울에 살지만, 대출을 빨리 받으려고 대전에 신청한 사람도 있단다.
단돈 100만 원! 그 필요성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참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기부금 500억 원에 은행권 기부금 500억 원을 합친 1,000억 원이 ‘소액 생계비 대출’의 재원이란다. 모든 사람이 100만 원을 빌릴 경우, 최소 10만 명이 생계비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재원이 열 배인 1조 원이면, 100만 명이 100만 원씩 당장 급한 생계비를 빌릴 수 있다. 고리채 쓰는 서민들 숨통 한번 제대로 트이지 않겠는가?
돈 줄 쥔 국회의원 나리들, 엉뚱한 짓 말고, 머리 한번 제대로 좀 굴려보시지요.
일본 정부가 ‘출세형 장학금’ 제도의 도입을 추진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월 28일 보도했다. 대학등록금을 내기 위해 대출받은 돈을, 경제적으로 자립한 뒤 상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출세형 장학금은 대학과 대학원 재학생의 등록금과 수업료를 정부가 무이자로 대납(代納)하고, 이들이 졸업한 뒤 연(年) 소득이 일정 금액에 도달할 때까지 상환을 유예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 2024년 가을 학기를 목표로 시행을 검토했는데, 당시 ‘출세’의 기준을 연 수입 300만엔(약 2,975만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선 상환 기준이 되는 연 수입을 500만엔(약 4,960만원) 정도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다.
아까 우리나라 ‘소액 생계비 대출’ 기준이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였다.
그런데, 일본의 출세한 사람 연 소득이 2,975만원~4,960만원이라니?
물론 단순히 수입만 비교해서는 안 되고, 물가며 지출 내용도 비교해 봐야겠지만, 얼핏 일본이 뭐 그렇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기분은 좋다.
우리 대통령이 찾아가서 묵혀둔 문제 좋게 해결하고 앞으로 잘 좀 지내자고 제안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뭣하나 시원한 대답이 없다.
나쁜 왜모누 세키들! 그래도 백성을 위해 마련하는 좋은 대책은 배울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