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손으로 쓴 편지를 받는 일이 드물어졌는데요. 이 처럼 편리함 때문에 사라지게 된 것들 중 그리운 것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오늘 하루는 컴퓨터를 벗어나 잠깐이라도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생활의 편리함을 주었지만 편리함에 너무 길들여져 단순한 사고에 집착해서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데요. 남을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인터넷 문화를 위하여 저 자신도 노력하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건강하고 밝은 미래를 살 수 있도록 인터넷 문화도 건강하고 밝게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조그만 소망이네요.
인터넷 때문에 사라진 것 30가지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의 일입니다. 그 후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터넷 때문에 우리의 노동환경, 생활습관, 사고방식, 놀이문화가 엄청나게 바뀌었습니다. 몇날 며칠이 걸리던 일이 불과 몇 초 만에 뚝딱 끝나버리고, 수 세기 동안 갈고 닦아온 전통과 기술들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상품, 비즈니스모델, 생활습관 등등 많은 것들이 사라졌는데요. 영국 일간 데일리 텔래그래프 지는 '인터넷 때문에 사라진 30가지'를 골랐습니다.
1. 정중한 논쟁의 기술
유튜브 창시자들의 공허한 말싸움만 그런 게 아니겠지만, 인터넷은 분명히 토론을 더욱 신랄하게 만들어 독설들이 판을 치게 만든 게 사실입니다. 댓글로 시끌벅적한 블로그 세상의 대부분은 의견 차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의견을 말할 때도 '행동강령'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2. 약속 지키기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는 약속 시간을 칼 같이 지켜야 했습니다. 요즘엔 조금 늦어질 경우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면 약속 시간 5분전에 상대방에게 문자 메시지만 보내면 됩니다.
3.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인터넷 덕분에 싱글이 다시 뜨고 있습니다. 이를 두 가지 시각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시시한 노래 두 세곡까지 포함해 트랙 8개를 모두 참고 들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4. 전화번호부
전화번호부를 뒤져 책방에 전화를 걸어 어떤 책이 있는지 물어 볼 필요가 없습니다. 웬만한 전화번호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5. 집중력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 휴대폰 메시지, 미니홈피, 뉴스를 오가다 보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멀티태스킹도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6. 변신
대학 입학 전에 겨울방학을 이용해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새로운 얼굴로 태어나기 위해서 인데요. 하지만 미니홈피에 올린 어린 시절 사진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곤란합니다.
7. 시계
손을 들어 시계를 보는 것이 시간을 보기 위해 호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내는 동작보다 훨씬 우아한데요. 하지만 멋진 시계와 휴대폰을 사는 것보다 근사한 휴대폰 하나 장만하는 게 낫습니다.
8. 편지쓰기, 펜팔
이메일은 빠르고, 싸고, 편리한 통신 수단입니다. 친구로부터 손으로 쓴 편지를 받는 것은 극히 드물면서도 추억까지 되살리는 즐거움인데요. 저 자신만 해도 편지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9. 기억력
기억이 어렴풋하거나 확실히 기억이 나는 사실까지도 인터넷으로 잠시 검색해보면 확인됩니다. 머리를 쥐어짜며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10. 쓸데없이 시간 보내기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 물끄러미 창밖만 보고 있거나 읽은 책을 다시 읽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주변에 널린 PC로 인터넷서핑을 하면 됩니다.
11. 사진 앨범과 슬라이드 쇼
우리가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과 함께 돌려보는 방법은 미니홈피, 블로그 등등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요. 이로 인해 사진과 슬라이드 필름의 생산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빛바랜 사진 앨범이 창고에서 뒹굴고 있는데요. 오늘 하루는 빛바랜 사진 앨범을 보고 옛 향수를 되새겨보려 합니다.
12. 함께 TV 시청하기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모습을 동네 만화가계와 얼음집에 모여 함께 시청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요즘엔 가족 친구끼리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같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TV 방송의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기'도 가능합니다. 물론 여럿이 함께 보면서 즉석에서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것은 어려워졌습니다. 또 스포츠 경기나 라이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방송과 같은 시간에 봐야 제 맛입니다.
13. 저작권의 집행력
음반사, 영화사, 언론사들이 저작권 보호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댐이 넘쳐흐르는데 수문을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도 좋은 다운로더가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4. 결혼축하전보
결혼축하전보를 대신하여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요. 그래도 이메일이 결혼축하전보를 받았을 때의 느낌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15. 유명인사에 대한 소문의 궁금증
인터넷만 검색해도 유명인 관련 소문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유명인의 행동도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것 같은데요. 유명인에 대한 허위사실이나 험담을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16. 스포츠 경기 스코어 이튿날 아침에 알기
궁금한 경기 결과를 다음날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경기 결과가 리얼타임으로 생중계됩니다. 이제 다음날 신문은 경기 결과보다 해설과 분석 기사를 싣게 되었습니다.
17. 책 뒷장에 붙은 신간 주문서
아마존 닷컴에서 소개하는 '이 책을 산 사람들이 구입한 책'들이면 충분합니다.
18. 전화번호 외우기
친구 전화번호 몇 개쯤은 훤하게 외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젠 콘택트 북(contact book.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을 입력, 검색하는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면 끝납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19. 의사나 다른 전문가에 대한 존경심
건강 관련 웹사이트의 범람으로 의사의 지위가 약화됐습니다. 의사의 진단은 온갖 사이트에서 출력한 프린트로 무장한 환자들의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지식에 의사들도 점점 더 피곤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20. 팬진
종이로 된 팬진(팬클럽 회보)보다 블로그나 미니홈피, 팬 사이트가 훨씬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또 구독자도 훨씬 많습니다.
21. 프라이버시
인터넷으로 감시 문화가 만연하게 된 데 대해 정부에 항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빅 브라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개인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고 있습니다.
22. 휴가철 뉴스에 대한 무관심
한 때 외국 여행을 다녀온 후 공항에 도착해 신문 1면을 펼치는 것은 스릴 넘치는 경험이었습니다. 누가 죽은 사람은 없나. 큰 사고는 나지 않았나. 하지만 요즘 해외 휴가 중에도 인터넷 스위치를 켜고 국내 뉴스 헤드라인을 봅니다.
23. 주류 언론
무료 인터넷 뉴스의 등장, 인터넷 광고 시장의 확대로 모든 미디어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비즈니스 모델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24. 유명인의 죽음으로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트위터는 세상을 떠난 유명인에 대한 우스갯소리의 교환소가 되어왔습니다. 약간 천박하긴 하지만 '팬들의 애도'로 인한 역겨움을 해소하는 좋은 처방이 되었습니다.
25. 권위 있는 사전, 참고문헌
지금도 믿을 만한 정보를 찾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위해 돈까지 지불하진 않습니다.
26. 빅토르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오렌지 혁명은 구체제에 저항한 학생들이 인터넷의 힘으로 이뤄낸 것입니다. 빅토르 유시첸코가 권좌에서 물러난 것은 인터넷의 힘 때문입니다.
27. 외국어의 신비
Babelfish 같은 사이트는 조금 거칠긴 하지만 웬만한 외국어는 즉석에서 번역해줍니다. 물론 원어의 뉘앙스나 리듬을 살리는 것까지 기대하지는 못합니다.
28. 점심시간
오늘 점심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시켜 먹으면서 개인 e메일을 보거나 주말여행 할 관광요금을 체크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29. 지리 실력
자동차에서부터 스마트폰까지 GPS 시스템의 도입으로 A에서 B까지 가는 길을 잘 안다고 해서 별로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택시 운전사들도 네비게이터로 다니기 때문에 길을 물어 보면 잘 모릅니다. 시내 골목골목을 샅샅이 알아야 자격증을 주는 그런 택시 운전수라면 모를까.
30. 직업여성의 명함, 길거리의 호객 행위
직업여성은 길거리보다 온라인에서 싸고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고 팔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넷 때문에 사라진 것들이 그 외에 더 많이 있는데요. 인터넷이 생활의 편리함을 주었지만 편리함에 너무 길들여져 단순한 사고에 집착해서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남을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인터넷 문화를 위하여 저 자신도 노력하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건강하고 밝은 미래를 살 수 있도록 인터넷 문화도 건강하고 밝게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조그만 소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