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일을 마치고 아들네 집으로 갔다 오늘이 노동절인데 아이 맡길 곳이 없다고 해서 마누라가 하루 봐주기로 했다 며느리는 아직 산후조리원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언제봐도 천진난만하고 귀엽다 누구 하나 자기자식이 귀엽지 않겠냐만은 나의 첫 손주를 바라보는 나의 심정은 각별하다 아들이 결혼할때 아무런 경제적 도움도 주지 못한채 출가를 시켰는데 이렇게 자립해서 잘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아들은 중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았다 오늘 학교 수업이 있어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겨야 하는데 어린이집이 휴일이라 부득이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친정어머니가 계속 돌봐주든 것을 시어머니가 잠시 대체를 한 것이다
아이와 하루종일 놀아준다는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체험한 하루였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은퇴한후 손주들을 돌보느라 병이 났다고 하는데 그게 실감이 난다 나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인데도 힘이든다
길길이 뛰며 소리지르고 자기 뜻대로 안되면 땡깡부리고 더 심하면 울어버리는 손주의 횡포에 할머니는 그저 넋을 잃고 처분만 바라고 있다 왕중의 왕 상왕이 따로 없다 다들 그 시절을 겪고 지나왔겠지만 요즈음의 손주들은 그야말로 지상천국 속에 살고 있다
변변한 장난감 하나 사주지 못하고 키운 아들인데 손주는 집안 전체가 장난감으로 도배된 곳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으니 한편으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런 아쉬움이라도 달래주듯 마누라는 아들에게 맛있는걸 먹인다고 하루종일 음식을 만든다 무슨 명절도 아니고 생일도 아닌데 그저 부모의 마음은 아들의 배를 든든하게 해주는게 제일인가보다 마침 딸내미까지 시골에서 올라와 온가족이 손주와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전기기사 책을 잠시 펴 보았다 그런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한달넘게 책과 멀리 했더니 벼락치기 공부한게 다 날라갔다 에라 모르겠다 책을 덮어 버리고 손주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경기도 광주라면 꽤 한적한 곳이었는데 그건 옛말이다 서울에서 엄청난 집값에 시달린 직장인들이 대거 이곳으로 유입되면서 이곳이 마치 서울같은 분위기다 시내 곳곳이 인파들로 북적거려 여기가 시골인지 서울인지 분간이 안간다 이곳도 예외없이 선거홍보와 스피커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저녁준비를 한다 나야 반둥빈둥 놀다가 먹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딸내미와 마누라는 연신 바쁘다 아픈 다리를 끌고 손주보느라 하루종일 피곤할텐데도 아들이 학교에서 올 시간 다 되었다고 부지런히 저녁 준비하는 걸 보면 마누라는 평생 일만 하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게 보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마누라 앞에서 나는 그저 기가 죽는다
자식자랑이나 손주자랑 하는 사람을 팔불출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식구들 이야기 써 놓는것 만으로도 나는 이미 팔불출이 되었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할배가 손주를 귀여워 하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인간인가
손주가 뛰노는 모습을 하루종일 관찰 하면서 몇가지를 느껴본다 마음껏 소리지르며 노는게 건강한거고 부모가 옆에서 있어주니 그 빽을 믿고 손주가 제멋대로 떠들며 모든 경비는 제 아빠가 지출해주니 모든일에 자기가 왕이라고 착각하고 산다
손주가 있다는건 내가 그만큼 노쇠했다는 증거다 아무리 부정해도 나는 이미 마지막 황혼열차에 탑승한 상태다 전기기사를 따겠다고 하는 자체가 손주의 재롱만큼이나 의미 없는지도 모른다
할배가 사라지는걸 대신해서 손주가 세상에 나왔으니 나는 용도폐기되고 그 역할을 손주가 이어받는게 너무도 당연한데 왠지 나는 자꾸만 서러워진다
손자를 아직 못 봐서리~~~ 올초에 결혼한 아들놈이 맞벌이하니 자식 낳으면 아이 봐줄거냐며 집사람에게 물어보더랍니다. 집사람은 "너희들 하는 것 봐서"라고 대답하였다는데...
저는 단호하게 NO 입니다. 나중에 손주를 보면 마음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봐줄 생각이 없습니다. 결혼하여 신혼초부터 시부모 돌아가실때까지 모시고 아이들 뒷바라지에게 결혼까지 시켜줬으면 됐지 손주들 까지 봐주는 것은 집사람에게도 미안하기도 하고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기사 아이를 봐줘도 집사람이 봐주겠지만...
첫댓글 손주라... 눈에 넣어도 안아프지.. 요즈음은 수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점점 커지니까 이야기가 달라 집니다.
세월이 흘러가면 그 애틋한 마음도 조금씩 마음이 변해갑니다.
손자를 아직 못 봐서리~~~
올초에 결혼한 아들놈이 맞벌이하니 자식 낳으면 아이 봐줄거냐며 집사람에게 물어보더랍니다.
집사람은 "너희들 하는 것 봐서"라고 대답하였다는데...
저는 단호하게 NO 입니다.
나중에 손주를 보면 마음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봐줄 생각이 없습니다.
결혼하여 신혼초부터 시부모 돌아가실때까지 모시고 아이들 뒷바라지에게 결혼까지 시켜줬으면 됐지 손주들 까지
봐주는 것은 집사람에게도 미안하기도 하고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기사 아이를 봐줘도 집사람이 봐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