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네요. 설상가상으로 아이들 방학이라 삼시세끼 밥상 차려주는 일이 쉽지않은데요. 배달음식 시켜먹는 메뉴도 바닥이나 뭘 먹어야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한여름이면 입맛 잃은 우리를 위해 항아리에 담가놨던 짠지를 꺼내 고추 송송 썰어넣고 물김치도 만들고 고추장에 참기름 넣고 무쳐 주셨는데요. 보리밥에 짠지 무침 넣고 양푼에 쓱쓱 비벼 먹던 맛이 최고였습니다. 문득 엄마 손맛이 그리워 아미여울로 향했습니다.
농가맛집 아미여울에서는 꺼먹지를 비롯한 옛음식을 재해석해 소박한 음식으로 상을 차리고 있는데요.
꺼먹지는 11월 말경 당진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무청을 수확해 소금, 고추씨와 함께 항아리에 넣고 절여 놓은 뒤, 이듬해 5월부터 꺼내 먹는 당진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입니다.
150여 일 동안 항아리 안에서 김치가 검게 숙성되기 때문에 ‘꺼먹지’라고 불리며, 식이 섬유와 무기질이 풍부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아미여울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재료는 윤기가 흐르는 해나루쌀부터 고구마, 꽈리고추, 콩, 양파, 대파 등 상에 오르는 대부분의 재료는 모두 아미여울 지킴이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이라고 합니다.
식당벽면에는 "오래 전 농촌계몽운동의 발상을 알린 심훈의 소설 '상록수' 주인공인 영신이 현 시대의 봉사 철학과 세련된 감각을 겸비하여 다시 태어난 듯 더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자는 뜻으로 농가맛집 아미여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고 쓰여있네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 아미여울 한상 맥적 2인을 주문했습니다. 맥적은 된장과 고추장에 양념한 돼지고기를 후라이팬에 한번 굽고 숯불에 한번 더 구워서 나오는 음식입니다.
화로위에 맥적이 놓여 있어 식사를 마칠때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좋고 어릴적 화로에 음식을 데워먹던 기억도 납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두아이 모두 맥적에 제일 먼저 손이 가네요. 볶은 꺼먹지를 돼지고기와 곁들어 먹는 맥적은 꺼먹지의 깊은맛과 어우러져 어른들이 말하는 고향의 맛 자체였습니다.
겨울내내 말린것을 삶아서 요리하는 무청에 비해 꺼먹지는 말리지 않고 바로 소금에 절인것이라 그런지 식감이 부드럽고 아삭해 숯불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니 일품이었습니다.
솥뚜껑을 여니 갓지은 밥위에 꺼먹지와 콩이 앙증맞게 장식되어 있네요. 먼저 밥을 그릇에 덜고 따뜻한 물을 넣고 눌은밥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밥을 먹어보겠습니다.
식탁에 놓인 아미여울의 맥적 한상차림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요.
밑반찬만 먹어도 될 정도로 정갈한 맛이 일품입니다. 특히 표고버섯구이는 집에서 만들어 먹고 싶을 정도로 맛이 최고네요.
표고버섯구이는 버섯을 살짝 저며서 양념한 고기와 두부를 채워 후라이팬에 구워 나왔는데 표고버섯 향과 고기와 두부의 단백한 식감이 어우러져 먹는내내 음식이 주는 행복이 요런거구나 싶더라구요.
채소를 잘게 다져 만든 전의 색감이 너무 예쁜데요. 채소의 아삭함과 풍미가 배어있는 전의 쫀득한 식감도 일품입니다.
유자청 소스로 맛을 낸 새콤달콤한 샐러드가 온놈의 미각세포를 하나하나 깨우며 삼복더위에 나른해진 입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네요.
가지무침과 깻잎무침도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인데요. 향긋한 깻잎향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가지의 식감이 좋네요.
어릴때는 그 깊은맛을 모르다가 나이 들면서 알게 되는 깊은 맛이 노각무침 인데요. 수분함량이 많고 칼슘, 섬유질이 많아 다이어트와 갈증해소, 피로회복에도 좋은 여름철 별미입니다.
젤리처럼 쫀득한 식감의 연근조림도 맛이 일품입니다.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 된장찌개도 다른 반찬없이 밥만 있어도 좋을 만큼 맛이 좋았답니다.
맥적 한상 거하게 먹고 나니 배가 빵빵해졌네요. 아무리 배가 불러도 눌은밥 먹는걸 포기할 순 없겠죠.
노르스름한 눌은밥 한숟갈 먹으니 입안가득 맴도는 구수함에 아이들과 함께 솥 바닥까지 박박 긁어가며 먹었답니다.
농가맛집 아미여울은 당진 농업기술센터내 생활개선회에서 활동하는 회원 7명으로 구성된 영농법인인데요. 생활개선회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농촌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 여성들의 힘으로 농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농촌여성지도자 단체입니다.
16년 전에 당진군생활개선회 영농조합법인을 창립하고 당진군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꺼먹지를 활용한 수익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이후 당진의 대표음식인 꺼먹지를 상품화해서 당진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2년 동안 긴 준비기간을 거치며 법인을 설립하고, 음식을 개발하고, 시연하며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2018년 11월에 농가맛집 아미여울의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꺼먹지를 만드는 모든 농산물 재료는 조합원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재료를 조달하고 있으며, 농가 맛집에서 꺼먹지를 주메뉴로 탄생시켜 재료에서 판매까지 일괄 공정이 이뤄집니다.
돼지고기를 된장양념에 재워 구워 먹는 전통음식인 맥적과 김숙자 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황태구이가 각각 꺼먹지와 조화를 이뤄 한상 가득 푸짐하게 차려내고 있습니다. 이밖에 얼큰한 민물새우탕과 새우두부찌개, 꺼먹지비빔밥도 인기가 많은데요.
특히 특허로 등록된 꺼먹지 비빔밥은 꺼먹지 비빔밥은 2014년 교황과 수행한 내빈들, 카톨릭 아시아 청소년 대회 참석자 전원에게 제공되어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홍성남 지킴이에게 아미여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당진에 처음 내려 왔을때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며 잘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생활개선회 회원들과 함께 한식을 연구하고, 지역농산물로 장과 김치를 담그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처음 영농법인을 운영한다고 했을때는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 망설였어요. 하지만 7명이 서로 배려하면서 희망을 갖고 더 열심히 운영하다보니 아미여울이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더라고요. 잊혀가는 맛을 기억하고자 하는 당진 원주민들과 외지인들의 방문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층에게 꺼먹지가 인기를 얻어 꾸준하게 찾아오고 있어요.
한여름에 뜨거운 불앞에서 음식을 하다보면 힘들때도 있지만 그동안 잊혀만 가는 꺼먹지를 새롭게 충남 대표음식으로 내놓았다는 자부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손님들이 음식을 드시고 엄마의 밥상같이 푸근하고 대접받는 기분이라며 고맙다고 말할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