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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승천’은 기독교에서 성모 마리아가 지상에서의 생애를 마친 다음 하느님에 의해 육체와 영혼이 함께 천상의 영광으로 들어 올림을 받았다는 믿음입니다. 이 교의는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가 사도헌장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해 교황 무류성(교황의 결정은 교리에 대한 오류의 가능성으로부터 보호된다는 논리)으로 선언함으로써 교리로 지정되었습니다. 마리아의 승천은 예수님의 승천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데, 예수님은 하느님이기에 스스로 부활하신 다음 승천하셨으나 마리아는 보통 인간이기 때문에 스스로 승천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 의해 하늘나라로 들어 올림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성모 승천을 ‘몽소승천’ 또는 ‘피승천’이라고도 합니다.
2004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루르드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강론 중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을 베푸시며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요한복음 14장 3절의 내용을 성모 승천 교의의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언급했습니다.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결국 마리아의 승천은 그리스도의 이와 같은 약속의 보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간들의 부활과 승천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와 똑같은 피조물인 마리아도 하느님의 은총에 보답하는 겸손과 순명의 덕행으로 하늘나라에 불러올림을 받은 것처럼 우리도 마리아의 덕행인 겸손과 순명을 실천함으로써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로마가톨릭에서는 정경 중의 요한 묵시록 12장이 성모 승천 교의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성모 승천이 비록 20세기에 들어와서 가톨릭교회에 의해 교리로 규정되긴 했지만, 적어도 3~4세기경부터 외경을 비롯한 몇몇 기록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는 있었습니다. 마리아의 죽음과 승천에 관해서는 그리스어, 라틴어, 콥트어, 시리아어, 에티오피아어, 아르메니아어, 아랍어 등 각종 언어로 저술된 고대 필사본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필사본들의 상호 연관성과 역사에 관해서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으나 그중 가장 오래된 필사본은 3, 4세기경의 에티오피아어 필사본인 《마리아의 안식서》입니다.
이런 문헌들을 가장 많이 수집해서 편찬한 것은 에르베타의 이탈리아어판인데, 그리스어 필사본인 《De Obitu S. Dominae》의 저자는 ‘사도 요한’이라고 보고 있고, 라틴어 필사본인 《De Transitu Virgin》의 저자는 ‘사르미스의 멜리토’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콥트어 필사본의 주제는 마리아의 승천으로 여기서 마리아는 선종한 뒤에 오랜 기간이 지나서 승천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마리아의 죽음을 예수님께서 미리 알려주시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리스어, 라틴어, 시리아어 필사본에서는 천사가 알려주는 것으로 나오며, 이에 따라 사도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고 마리아는 선종한 뒤 즉시 승천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6세기 이후 아레오파고스의 ‘디오니시오’가 작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아르메니아어판 필사본 역시 성모 승천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 다마스쿠스의 요한은 처음으로 교회의 권위로서 성모 승천 교리를 지지하였으며, 동시대를 살았던 투르의 그레고리오와 예루살렘의 모데스토 역시 성모 승천 교의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성모 승천을 다룬 몇몇 문헌들을 보면, 비록 한 지역 내에서 한정적으로 내려오는 전승이기는 하지만, 한결같이 성모 마리아가 승천한 사건은 마리아의 집이 있는 에페소에서 일어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초기 문헌들은 성모 마리아가 예루살렘에서 생애를 마쳤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7세기에 이르러서는, 마리아가 임종할 당시 자리에 없었던 사도 토마스가 뒤늦게 자리에 도착하여 마리아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직접 무덤에 들어가 보았는데, 마리아의 시신을 덮었던 수의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을 뿐, 시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가 등장했습니다. 후대 전승에서는 마리아가 자신이 하늘로 올려졌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자신의 허리띠를 사도 토마스에게 하늘에서 내려주었다고 전해지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후대에 성모 승천을 주제로 한 성화들에 가장 보편적인 내용으로 그려지게 되었습니다.
성모 승천의 이야기는 적어도 7세기 후반부터는 동방 교회, 서방 교회, 콥트 교회, 오리엔트 교회 등 기독교계 전반에 걸쳐 받아들여지고 있었으며, 그 축제일 역시 여러 교회를 막론하고 8월 15일을 기준으로 정해졌습니다. 한편, 성모 승천에 대한 신학적인 논쟁은 1950년에 절정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때 교황 비오 12세는 교황 무류성으로서 성모 승천을 가톨릭교회의 믿을 교리로 규정하게 됩니다. 가톨릭교회는 성모 승천 교의에 대해 외경 등 비경전 문헌의 설명에 기반을 두고 있지도 않으며, 오히려 수 세기 동안 내려져 온 교회의 역사를 통틀어 볼 때, 성모 승천 교의를 지지하는 학문적인 논쟁과 정경으로 인정받은 성경 중에서 성모 승천 교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에 기반을 두어 왔던 것입니다.
구약에서는 이미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육신과 영혼이 하늘나라로 들어 올림을 받은 사례가 있는데, 바로 ‘엘리야’와 ‘에녹’이 그들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엘리야를 회오리바람에 실어 하늘로 들어 올리실 때였다. … 그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데, 갑자기 불 병거(兵車)와 불 말이 나타나서 그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그러자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 엘리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외쳤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기병이시여!” (2열왕 2,1-12)〛, 〚믿음으로써, 에녹은 하늘로 들어 올려져 죽음을 겪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를 하늘에 들어 올리셨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하늘로 들어 올려지기 전에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다고 인정받았습니다. (히브 11,5)〛
가톨릭교회에서는 마리아 역시 육신과 영혼이 모두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하늘나라로 들어 올려졌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마리아에게 죄가 없다면(원죄 없는 잉태), 죽음이 그녀를 구속하지 못하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는 “우리 그분 거처로 들어가 그분의 발판 앞에 엎드리세. 주님, 일어나시어 당신의 안식처로 드소서. 당신께서, 당신 권능의 궤와 함께 드소서.”라는 시편 132장 7~8절의 내용이 이미 성모 승천이 예정된 일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요한 묵시록 12장을 보면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등장하는데, 이 여인은 쇠 지팡이로 모든 민족을 다스릴 사내아이를 출산하게 됩니다.
교회의 역사를 통틀어 볼 때, 예수님이 묵시록에 나오는 이 사내아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내아이를 낳은 여인은 다름 아닌 동정 마리아를 뜻한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데, 수 세기에 걸쳐 발생한 성모 마리아의 발현, 즉 가르멜 산의 성모, 과달루페의 성모, 뤼뒤박의 성모, 파티마의 성모 등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성모 마리아의 모습에서 태양이나 발밑에 달을 두고 있다는 점, 머리에 열두 개의 별로 된 관을 썼다는 점 등, 묵시록에서 언급된 여인의 모습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요한 묵시록 12장에서 여인이 낳은 사내아이는 하느님에게로, 그의 어좌로 들어 올려졌다고 나오는데, 여기서 들어 올려져 하느님에게로 갔다는 뜻은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님이 부활하여 하늘에 올라 성부의 오른편에 앉아계심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성모 승천 교의를 입증하는 모든 논리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로는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할 완전한 궁전이 되기 위해서는 원죄의 모든 흔적으로부터 완벽히 해방되어야 한다는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8세기의 교부 ‘성 제르마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동정 마리아가 원죄의 모든 흔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잉태된 순간 받게 되는 육신과 정신 그리고 영혼의 세 요소가 태중에서부터 이미 완전무결해져야만 한다. 마리아는 하느님에 의해 제2의 하와로서, 즉 티 없이 깨끗한 상태로 창조되어야만 했다. 그녀의 정신과 영혼 그리고 육신은 원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야만 했다.”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하느님의 뜻에 불복종했을 때, 하느님에게서 받은 자신의 영원한 생명을 상실해 버렸고 그렇게 아담 이래 모든 인간은 때가 되면 영혼과 정신 그리고 육신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고 교회의 세례를 통해서만 새로운 마음과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구원의 희망을 꿈꾸며 하느님의 나라로 갈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이나 교회의 전승 그 어디에서도 마리아가 다른 사람들처럼 세례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마리아가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이미 새로운 몸과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그녀는 원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세례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마리아는 원죄에 전혀 물들지 않은 채 잉태되도록 하느님에 의해 예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마리아가 육신과 정신, 영혼이 하느님에 의해 온전히 불멸의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지지하는 성경 상의 증거는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하와가 죄를 범한 후 그녀에게 한 말에서 엿볼 수 있는데, 하느님은 하와에게 “나는 네가 임신하여 커다란 고통을 겪게 하리라. 너는 괴로움 속에서 자식들을 낳으리라.”(창세 3,16)라고 예고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마리아가 원죄를 물려받지 않고 흠 없는 상태에서 예수님을 낳을 때는 원죄의 산물로 나타나는 출산의 고통을 겪지 않았으리라는 논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성경(이사 66, 7-8)에도 고통 없이 아이를 출산하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러한 논리로 봤을 때 마리아의 육신은 다른 사람들처럼 땅속에 묻혀 의미 없이 소멸할 수 없으며 살아있는 상태에서 하늘나라로 들어 올려졌거나 죽은 상태에서 부활하여 하늘나라로 들어 올려졌다는 신학적 논리로 집약되는데, 이 두 가지 논리 가운데 어느 것이 정답인지 교회는 아직 유보적인 상태입니다. 모든 사람의 육신은 결국 소멸하며, 소멸하지 않는 불사의 몸을 갖기 위해서는 최후의 심판 날이 도래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지만 마리아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으며, 새로운 하와이자 세상의 어머니로서 티 없이 깨끗하게 창조되었기 때문에 마리아의 육신과 정신, 영혼은 때가 되자 하늘나라로 들어 올려져 영광스러운 빛의 존재로 변화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 날짜는 8월 15일로 지정되었으며, 오스트리아, 벨기에, 칠레, 에콰도르, 프랑스, 그리스, 레바논, 이탈리아, 몰타,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많은 나라들에서는 이날을 공휴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성모승천에 대하며 알기 쉽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더운 날씨에도 꾸준히 올려주시는 형제님께 감사드려요.
성모승천 대축일을 축하드립니다~^^
그림 내용이 다양하면 더 좋았을텐데
찾아봐도 마땅한 게 없더군요!
그래도 기꺼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휴일밤 되시기 바랍니다! ^^
항상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멋진 주일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