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78. 우리 빌리지 guard, Kerby
우리가 꽤 오래 한국에 가 있던 그 사이 우리 빌리지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리가 이사 오기도 전부터 이곳에서 guard로 일하던 Kerby가 일을 그만두었다. 그렇게도 삽삽하고 영리하던 Kerby가 떠나버린 것이다.
Kerby는 우리가 그동안 여러 모로 의지했던 청년이다. 착하고 친절하기도 하지만 재주가 많고 순발력이 있어서 정말 요긴하게 도움을 주었던 친구다. Kerby대신 그의 아버지가 guard로 있게 되었다.
평소에도 개를 잘 다루던 Kerby는 전문적으로 개를 훈련시키는 조련사의 새 직업을 찾았다는데 무척 힘이 드는 모양이다.
들리는 말로는 그가 바싹 마르고 얼굴이 검게 탔다고 한다. 그러나 힘든만큼 월급이 이곳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하니 잘 된 일이다.
Kerby가 없으니 그동안 그가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사람이었는지 비로서 실감이 난다.
큰 장이 서는 토요일, 너무도 복잡한 실랑마켓을 가려면 이른 아침 컬비가 자진해서 우리 차를 몰아주었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솔선해서 들어다 실어주곤 했다. 고맙다고 우리가 건네는 작은 팁에도 그는 고마워 했고 항상 우리를 잘 따르고 좋아했다.
전에는 Kerby가 해 주던 자잘그레한 일들을 이젠 우리가 모두 찾아서 해야 한다. 참 두렵고 힘들어졌다.
이곳에서 TV는 필리핀 방송 외에는 MBC 한 가지 채널을 볼 수 있다. 그것도 매월 1300페소를 내고 특별히 보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돈을 안 내서 MBC는 끊겨버리고 다시 보려니 3개월치를 입금시켜야 한다.
BDO Bank에 3900페소를 입금시키라는데 만만치가 않다. 그것도 전에는 Kerby가 해 주던 일이다.
남편이 차를 몰아 다스마리냐스의 BDO Bank를 찾아 나선다.
겨우 찾은 은행 안에서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아가씨에게 내가 도움을 청한다. 그녀는 웃으며 송금 용지를 골라준다.
Account Number를 쓰고 Account Name을 쓴다. 보내는 사람의 폰 번호와 날짜를 쓴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Cash Deposit Breakdown 아래 Denomination과 Pieces, Amount의 난이 각각 있다. 각자의 단어는 알지만 뭘 어쩌라는 것인지 모른다.
결국은 1000페소짜리가 몇 장이고 500페소짜리가 몇 장인가를 적어 넣는다 나머지는 합계 금액만 적는다.
그나마 저녁부터는 MBC가 나오니 마치 큰 일을 해 낸 느낌이다.
우린 이제 Kerby의 도움 없이 살아야 한다. 아쉽고 그리운 Kerby!
첫댓글 그래서 한단계 필리핀인으로 진보 하지 않았나요?
현지인의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나 더 익혔으니...................
세상살이 자가독립형으로 살아가기가 쉬운일은 아니지만
한걸음한걸음 발전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