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 이동권 + 탈시설 = 자립’
제2회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의 축약이자 장애인 자립에 관한 공식이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임경미)는 이번 영화제의 열쇳말로 △노동권 △이동권 △탈시설이라는 열쇠말로 영화제를 장식했고 최종적으로는 자립을 향해 간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정된 상영작들은 총 5편으로 ‘이것도 노동이다’(노들장애인야학), ‘길 위의 세상’(박주환), ‘파리행 특급 제주도 여행기’(김포장애인야학),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박준형) ‘그럼에도 불구하고’(정민구)가 그것이다. 이날 약 2시간가량 상영된 이번 작품들은 우리군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중 노동권, 탈시설을 주제로 한 작품의 세계관으로 우리 지역사회를 조명해본다.
■ SCENE#1. ‘이것도 노동이다’
“일하고 싶은 사람?”
서울시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열린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참여자 모집 면접장. 중증장애가 있는 면접자들은 면접관의 질문에 너도나도 손을 뻗쳐 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특기를 보여달라는 말에 한 지원자는 벌떡 일어나 춤을 추며 노래한다.
노들장애인야학 박임당 교사는 “단순히 나를 얼마나 보여주고 싶어하는지가 선발 기준”이라며 “어디에도 없는 면접”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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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은 최중증장애인들에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일자리를 마련하는 의미있는 사업이다. △장애인권옹호활동(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한 퍼포먼스, 지역사회 제도개선 모니터링, 장애인 편의시설 불편사항 모니터링 등) △문화예술활동(미술·사진·음악·연극·댄스 등 창작활동, 대중공연활동 등) △장애인인식개선활동(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강연·공연 등) 등을 생산적 노동으로 인정하며, 중증장애인도 공공영역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받으며 최저임금을 지급 받는 양질의 일자리다.
서울시 사례로 따지면 우리군에도 이미 생산적 활동을 하는 중증장애인은 많다. 이수진 활동가는 우리군 완전자립 1호로서, 3년간의 인권 공부 끝에 장애인·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 등 장애인식개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병석 활동가 또한 지난해 모두에게 1층이 있는 삶 ‘같이 가게’ 운동의 일환으로 읍내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음식점을 조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휠체어 이용자의 공원 접근성 조사도 실시했다. 복지관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내 자조모임 회원들 또한 문화예술활동을 취미로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군내 장애인(약 5천명) 인구 대비 장애인 공공일자리는 2.64% 수준이고, 이중에서도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일자리 사업은 임가공, 제과제빵 업무, 사무보조 등에 그친다.
이수진 활동가는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실습을 나가려 했는데 실습처를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비장애인에 밀린 나를 세상이 버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서울시의 공공일자리는 지금 내가 여기서 하고 있는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인정해줌으로써 사회가 나를 포용한 느낌을 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SCENE#5.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법인과 시설의 폐지 결정으로 단계적으로 전원 탈시설-자립생활 준비를 하다 지난 4월 문을 닫은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
거주인들이 떠난 빈 시설의 내부를 비추는 카메라 렌즈에는 ‘방 두 개에 화장실 하나’가 담긴 모습이 잡힌다. 씻고 있는 와중에 다른 이가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방 하나에도 여러명이 집단으로 수용된 정황들이 포착되는 등 각각의 장면에서 이미 인간의 존엄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걸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입체적으로 접근한다. 탈시설을 부르짖는 자들과 그것을 반대하는 자들이 대치하는 장면이 특히 대표적이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자들의 논리에도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두려운 바깥 사회보다 20년간 지낸 시설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지원주택에서의 자립생활을 보여주며 탈시설 기조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탈시설 우려 목소리는 좋은 얘기지만 그런 말들로 탈시설을 지연시키지 말아달라”라면서 “부닥친 문제는 순간순간 빠르게 대처하며 해결해나가는 방법으로 탈시설을 추진해야 한다. 준비는 나와서 하면 되더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군에서도 탈시설-완전자립이 움을 틔우기 시작했다. 청산원(원장 전애자)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연계해 진행하는 ‘자립생활 프로그램’에서 최초로 탈시설의 당사자가 나왔다. 지난 7월 청산원에서 퇴소한 김훈재(52)씨는 현재 체험홈에 거주하며 완전자립을 꿈꾼다. 준비가 다 돼 나왔다고 볼 수도 없고, 시설에서 나오기로 선택할 때의 마음가짐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훈재씨는 “완전자립을 이뤄 시설 내 동료들이 탈시설-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얼른 글을 배워 체험홈에서의 일기를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하고 싶다”고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현재 청산원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연계하는 자립생활 프로그램에는 김훈재씨의 뒤를 이어 한영철씨와 한영자씨가 참여해 매주 2박3일씩 체험홈으로 나와 바깥 생활을 체험하고 있다.
청산원 전애자 원장은 “사실 장애인거주시설 원장으로서 시설 밖으로 나가는 장애인들을 보면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부족한 면들만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편으론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나아가는 방향을 존중해 자립의지와 역량이 충분한 장애인은 언제든지 탈시설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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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