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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스카니 태양 아래>에서 펼쳐진 토스카나의 풍광은 미국인 가슴 한복판에 포근함과 정다움으로 다가왔다. 사랑에 버림받은 여인의 가슴에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청년 불법 이민자에게도 고향 같은 구수함을 선사하는 곳이 토스카나다. 이탈리아가 물려받은 유산은 막대하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정 중앙에 자리잡은 토스카나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중세부터 부를 축적하여 주변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던 곳이다. 모두들 피렌체의 선진화된 문화를 맛보려고 천 길을 마다하고 몰리던 토스카나, 그 중앙에 포도밭의 집산지 키얀티가 있다. 키얀티는 포근하다. 날씨도 사람도 모두 따뜻하게 맞아주는 곳이다. 길손을 반기는 소박한식당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 속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맛을 발견한 뒤 고단한 여행 후의 꿀맛 같은 휴식을 얻는다. 싱싱한 파슬리나 당근 등을 손으로 들고 씹어 먹는 것을 보면 푸성귀에 척척 된장을 걸쳐 먹는 우리네 식생활과 비슷함을 체험한다. 다만 된장이나 고추장이 아니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기름과 함께하는 것이 다를 뿐. 곱창 같은 소 내장을 토마토 소스로 지글지글 볶은 것(트리파 알라 피오렌티나)는 우리의 곱창볶음 맛이 나고, 돼지갈비구이는 모양과 맛이 거의 흡사하다. 소주가 생각날 때, 건네 받은 글라스에는 제우스의 피란 뜻을 가진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이 담기는 것만 다를 뿐이다. 이탈리아가 가난했던 시절 먹다 남은 빵과 야채로 죽을 쑤어 먹은 데서 비롯된 음식은 우거지국을 연상하게 만든다. 생경한 풍경이지만 토스카나 한복판에서 우리네 여느 밥상이 떠오르는 것은 특수성 속의 일반성 같은 것이다. 키얀티에 가려면 박물관 같은 도시 피렌체를 지나야 한다. 피렌체 인들이 쓰는 이탈리아어는 중부 지방 방언이 아니라 표준어다. 그만큼 피렌체는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이탈리아를 이끄는 곳이다. 도시 남쪽으로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구릉 지대에 키얀티가 자리잡고 있어서다. 구릉들은 수 천 년간 반복된 지루한 땅 싸움에도 늘 미끈한 모습를 유지하고 있고, 수 백만이 몰려 오는 관광객의 발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풍스런 자태를 지니고 있는, 다시 말하면 좀처럼 닳지 않는 고전미가 넘치는 곳, 그 곳이 피렌체이다. 해발 600미터에 다다르는 드높은 구릉은 고층 지대에서 보면 색깔이 다르다.
구름이 자욱해도 재 너머에는 연한 하늘색 잿빛으로 언덕이 빛나고 가까운 고개는 푸른색으로 자욱하다. 키얀티는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아래-”라는 유행가 가사가 어울리는 곳이다. 이런 키얀티 지역 중에서도 클라시코가 제일이다. 다이나믹한 구릉은 클라시코에서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해발고도가 더 높아 포도의 생장기간을 길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지역 특산 포도종인 산지오베제를 가을 늦도록 익힐 수 있어 특유의 신맛과 타닌을 완숙할 수 있다. 빽빽한 수풀로 덮인 산등성이를 넘고 또 넘어가면 좌우로 양조장 간판이 인사를 한다. 카스텔로 디 몬산토(Castello di Monsanto). 뜻은 몬산토 성. 프랑스 보르도의 샤토에 해당한다. 그냥 몬산토 양조장이라고 하면 맞다. 성곽은 오랜 세월 변하지 않고, 땅에 자리잡고 있다. 토스카나의 중심 키얀티 클라시코에서 오랫동안 산지오베제로 와인을 담그고 있는 곳, 몬산토 성으로부터 수출된 와인이 우리나라에 막 들어왔다. 키얀티로부터 꽤 많은 와인이 와인가게에 널려 있는데, 몬산토의 맛은 어떨까 궁금하다.
몬산토는 몬스터 같은 와인이다. 강하고 확실한 맛을 주기 때문에 그렇다.
종래의 키얀티와는 다른 특질을 지녀 몬스터라고 할 만하다. 시고 약한 줄로만 알았던 키얀티 클라시코에서 단연 그 맛이 돋보인다. 올곧은 질감과 풍성한 향기 뒤에는 만만치 않은 타닌이 도사리고 있는 강하고 활기찬 와인이다. 몬산토는 토마토와 맞다. 둘이 잘 어울린다. 토마토와 몬산토. 그 붉은 색깔도 그렇고, 몬산토의 산도와 토마토의 신맛이 식욕을 북돋우는 점도 그렇다. 둘의 맛의 궁합은 소주와 고추장 같다. 붉은 과일 향내가 퍼져 나오는 몬산토는 토마토 소스에 고기를 갈아 넣은 파스타랑 맛이 어울린다. 어떤 파스타냐 하면 이를 테면 나폴리 스타일과 볼로냐 스타일을 합쳐서 만든 파스타다.
신맛은 신맛대로 맞고, 고기 맛과 와인 맛도 잘 맞다. 고기의 기름진 질감은 와인 특유의 탄닌과 앙상블을 이룬다. 고기를 씹은 후의 입 안을 레드 와인의 텁텁한 기운이 말끔하게 걷어내면 한층 식욕이 더 생겨 저절로 손이 가는 곳은 또 고기다. 육즙이 풍성한 스테이크 레어와 곁들이는 몬산토는 키얀티 사람들의 인기 메뉴다. 우리 음식으로는 닭 강정볶음이나 고추장 돼지불고기 등에도 좋다. |
첫댓글 함 가봐야지^^ 고추장 돼지불고기... 이번주 메뉴추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