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블뤼, 마리 니콜라 앙토안 주교( Daveluy, Marie Nicolas Antoine ,1818∼1886)

[김창환]

다블뤼, 마리 니콜라 앙토안( Daveluy, Marie Nicolas Antoine ,1818∼1886)
           
 성인.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 제5대 조선교구장. 축일은 9월 20일, 세례명은 안토니오. 한국명은 안돈이(安敦伊).
 
1818년 3월 16일 프랑스 아미앙(Amiens)에서 태어나 소신학교를 졸업한 뒤, 1834년 10월 파리 교외의 잇시(Issy) 신학교에 입학하여 2년 동안 철학을 공부하였다.

 이어 1836년 10월 파리 생 쉴피스(Saint Sulpice) 신학교로 진학하여 5년 동안 신학을 배운 다음 1841년 12월 18일 사제로 서품되었다.

그 동안 그는 예수회에 들어가고자 했지만, 건강 때문에 입회할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생 쉴피스 신학교도 1년 간 휴학해야만 했었다.

 사제서품 후 르와예(Roye) 본당의 보좌 신부로 20개월 동안 사목한 다블뤼 신부는 1843년 10월 4일 파리 외방전교회에 입회하여 이듬해 극동 선교사로 임명되었다.

그 해 2월 20일 브레스트(Brest) 항구를 출발, 8월 24일 외방 전교회의 마카오 대표부에 도착하였다(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에는 9월 말로 기록되어 있음). 여기에서 그는 1845년 7월 마카오 대표부를 방문한 제3대 조선교구장 페레올(高) 주교의 간청을 받고 조선 선교를 지원하였다.

 [조선 입국과 활동] 1845년 8월 초, 다블뤼 신부는 페레올 주교와 함께 상해로 가서, 8월 17일 금가항(金家巷) 성당에서 거행된 김대건(金大建, 안드레아) 사제의 서품식에 참석한 뒤, 8월 24일 상해에서 30리 떨어진 횡당(橫塘) 소신학교에서 첫 미사를 집전한 김대건 신부를 보좌하였다.

그리고 8월 31일 페레올 주교, 김대건 신부와 함께 상해를 출발하여 어려운 항해 끝에 10월 12일 저녁 8시경 충남 강경 부근 황산포(黃山浦)에 상륙할 수 있었다.
 
조선에 입국한 이튿날 그는 페레올 주교의 명에 따라 교우촌 공동으로 가서 조선말을 배우는 한편 1846년 1월부터는 공동 주변의 신자들에게 성사를 주었고, 점차 더 먼 곳에 있는 신자들을 방문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김대건 신부는 1846년 6월 5일 순위도(巡威島)에서 붙잡혀 9월 16일 새남터에서 순교하였다.
 
김 신부 체포 소식을 들은 다블뤼 신부는 페레올 주교와 함께 처음에는 외리골로, 나중에는 성치골(현 전북 익산군 여산면 대성리)로 피신하면서 큰 고초를 격었지만, 11월 2일 수리치골(현 충남 공주군 신풍면 봉갑리)에 도착한 뒤에도 몇몇 신자들을 모아 신심 단체인 ‘성모 성심회’를 조직하였다.

 이때 겪은 고생으로 그는 1847년 봄에 중병을 앓았고, 오른쪽 무릎 인대가 늘어져 평생 동안 보행에 불편을 겪어야만 하였다.
 
또 1850년 1월에는 중병으로 인해 전년 말에 귀국한 최양업(崔良業, 토마)신부로부터 병자성사를 받고 수년 동안 순회 전교를 하지 못한 채 소년 신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던 중 다블뤼 신부는 1856년 3월 조선에 입국한 제4대 조선교구장 베르뇌(Berneux, 張敬一) 주교로부터 1857년 3월 25일, 승계권을 가진 보좌 주교로 승격되었다. 한편 그는 1856년부터 조선 교회사 및 조선 순교사 사료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하였으며, 신입 교우들을 위한 교리서도 편찬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푸르티에(Pourthi ) 신부 등이 해오던 사전 편찬 작업을 이어받았는데, 이 사전은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 후 선교사들에 의해 보완되어 1891년 홍콩의 나자렛 인쇄소에서 《나선소사전》(羅鮮小辭典)이란 이름으로 간행되었다.
 
그 후 다블뤼 주교는 1861년 6월 15일, 최양업 신부가 문경에서 병사하자 최 신부가 활동하던 경상도 남부 지역을 떠맡았다. 그리고 1862년에는 그 동안 수집 정리해 온 조선 교회사 및 조선 순교사들에 대한 자료를 파리 외방전교회 신학교장 알브랑(Fran ois Antoine Albrand)에게 보냈다.

 이 자료들이 바로 “다블뤼 비망기”라고 불리는 것으로, 달레(Claude Charles Dallet) 신부는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1874년에 《한국 천주교회사》(Histoire de I’ Eglise de Cor e)를 편찬 간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1863년 봄, 다블뤼 주교가 내포 지방에서 전교를 하고 있던 중 판서골(현 충남 보령군 미산면 상계리, 일명 판숫골) 주교 댁에서 이웃집 화재가 옮겨 붙어 가산과 남은 한국 자료들은 모두 불타버리게 되었다.
 
 [교구장 승계와 순교] 1865년 늦가을, 베르뇌 주교의 건강이 악화되자, 다블뤼 보좌 주교는 만일 주교가 사망하면 자신이 조선교 구장직을 승계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11월 22일자로 돌연 사직서를 파리 외방전교회 신학교의 알브랑 교장 신부와 로마의 포교성 장관에게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 사직서가 채 받아들여지기도 전에 병인박해가 일어났고, 1866년 2월 23일 베르뇌 주교가 서울 태평동 주교 댁에서 체포되어 그 해 3월 7일 새남터에서 브리트니에르(Breteni re, 白), 볼리외(Beaulieu, 徐沒禮), 도리(Dorie, 金) 신부 등과 함께 순교하였다.

이에 다블뤼 주교는 자연히 조선 교구장직을 승계하여 제5대 조선 교구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교구장 재임 기간은 23일에 불과하였다.

베르뇌 주교가 순교한 지 4일 뒤인 3월 11일에, 다블뤼 주교는 거더리(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궁리)에서 체포되었고, 이튿날에는 위행(Huin, 閔) 신부와 오메르트(吳) 신부가 자수하여 그와 함께 서울로 압송되었다.
 
그리고 두 차례의 신문을 받은 끝에 군문 효수형의 판결을 받고 3월 30일 갈매못(현 충남 보령군 오천면 영보리, 일명 고마 수영)으로 이송되어 순교하였다.

당시 다블뤼 주교의 나이는 48세. 조선에서 활동한 기간은 21년이었다. 순교 3일 뒤 그의 시신은 신자들에 의해 거두어져 형장 부근에 묻혔다가 6월 초 홍산 남포(南浦)의 서들골로 이장되었으며, 1882년 3월 블랑(Blanc, 白圭三) 주교의 지시로 발굴되어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옮겨지게 되었다.
 
그 후 1894년에 다시 조선으로 옮겨져 1900년부터 명동 성당에, 1967년부터는 절두산 순교자 기념관 지하성당에 안치되었다. 한편 순교 이듬해인 1867년 2월 28일 그의 고향 아미앙에서는 순교를 기리는 대대적 추모 행사가 거행되었으며, 그는 1968년 10월 6일 로마 베드로 대성당에서 시복되고 1984년 5월 6일 여의도 광장에서 시성되었다.

[생활상과 저술] 다블뤼 주교의 일상 생활에 대해, 우선 병인박해 때 중국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페롱(權) 신부는 “순회 전교가 끝나면 다소 한가로웠으나 다블뤼 주교님께서는 쉬실 생각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름 휴가) 기간에 주교님께서는 글을 쓰셨습니다. 선교사들 가운데 그분만큼 글을 잘 쓸 수 있는 분은 없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일에 대한 열의와 저술 역량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리고 다블뤼 주교는 음식에 욕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 음식 습관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하였으며, “다블뤼 주교는 매우 활발한 성품을 타고 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근엄하지 못함을 자탄하시고 근엄하게 처신하고자 매우 노력하신 결과 어떤 때는 너무 근엄하신 것 같았습니다.

경박하게 처신하지 않으려고 애쓰신 나머지 어떤 때는 지나치게 엄격하신 것 같았습니다.

특히 미사 때 침묵을 깨뜨리는 교우들에게는 겁을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주교님을 가까이 접한 교우들은 항상 그분을 지극히 사랑하고 극진히 받들었습니다”라고 하여 그가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근엄한 듯이 보였지만, 신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음으로 페롱 신부와 함께 중국으로 탈출하였던 리텔(Ridel. 李福明) 신부도 “다블뤼 주교님께선 매우 소탈하시어 온전하게 조선 관습대로 사셨습니다.

 부자들처럼 사실 게 아니라, 교우들 대다수가 가난했으니 가난한 자들처럼 사셨습니다”라고 그의 일상 생활에 대해 말하고, “언뜻 보면 주교님께서는 근엄하고 엄격하신 인상을 풍기셨습니다.

교우들에게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셨습니다. 한 번 쳐다보시기만 해도 질서가 잡힐 정도였습니다. 주교님 앞에서는 모두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찾아뵈면 편안하게 대하시어, 기꺼이 경청하시고 소박하게 교우들의 질문에 답변하셨습니다”라고 하여 페롱 신부와 유사한 의견을 보였다.

특히 다블뤼 주교가 병약하여 고생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이 맡은 지역을 순회 전교하는 일에 열심이었고, 또 저술 활동에도 열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다블뤼 주교의 신심을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은 별로 남겨 놓지 않았으니, 이 점은 그 자신이 순교로 대신 설명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그의 저서와 역서로 《영세대의》(領洗大義), 《성찰기략》(省察機略》, 《다블뤼 주교 비망기》(사본 잰 4권, 제4권이 《조선 순교사 비망기》), 《신명초행》(神命初行)상·하, 《회죄지》(悔罪直指), 《성교 요리 문답》(聖敎要理問答), 《천주 성교 예규》(天主聖敎禮規) 등이 있다.

출처:[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