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파크골프 치는 환우들이 미리 다른 곳에 예약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 혼자서 여의도 파크골프장을 갈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었는데도 약이 돌지 않아 천근처럼 느껴지는 몸을 비틀비틀 거리며 여의도 파크골프장에 도착했다. 열댓 개가 넘는 공들이 니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라인딩을 나가고 싶은 욕심에 재빨리 공을 꺼내서 순서를 기다리는 공들 뒤로 놓았다.
쪼르륵 나열된 공들이 하나씩 빠져나가 내 차례가 얼마 남지 않아지자 나는 같이 나갈 동반자를 구하기 위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부 짝수인 네 사람이었다. 간신히 세 사람을 찾아내서 같이 나갈 수 있냐고 물었다. 오케이다. 그런데 그 보다 앞선 여성이 내쪽을 돌아보면서 "두 사람만 온 사람이 있어요?"라고 묻는다. 여성적이면서 눈매가 야물딱 지고 까칠하게 보였다. 나는 머뭇머뭇거리다가 "혼자 왔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그녀는 레이저처럼 나를 쏘아보더니 같이 나가자고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처음 약속한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쪽으로 붙었다.
그런데 두 여성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은 대단하지 않은데 비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약기운이 돌지 않아 한 팔이나 마찬가지인 손으로 간신히 쳤다. 그게 장애물을 맞고 안으로 팅겨져 들어왔다. 뻑뻑하니 잘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억지로 가서 탁! 쳤는데 이게 또 삑사리 오비다. 두 여자 표정이 "이게 뭥미?" 하는 표정이다. 팔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데다가 흔들리니 정조준이 안 된다. 두 여자는 이글이니 버디니 하는데 나는 오비를 두 번이나 하는 바람에 *양파도 더 되었다.
그다음 홀에서 마지막으로 치고 나가는데 까칠한 그 여자가 나를 향해 그런다. "늦으시네요..." 컥! 나의 움직임을 단번에 눈치챈 것이다.
나는 굳어가는 목소리로 어물어물 변명을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느새 내가 골프채를 쥐는 모양을 봤는지 "골프채를 그렇게 쥐면 안 돼요."라고 한다. 이건 내내 나의 패착에 지적질이다. 그녀의 표정을 봤더니 가만히 있어도 눈을 까뒤집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싸울 것 같은 인상이다.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알려 주는 대로 골프채를 쥐었더니 골프채가 손에서 빠져나갈 듯이 헐겁게 느껴진다. 그러니 더 안 된다. 그녀도 내가 딱했는지 처음부터 그러지 않으면 고치기 힘들다고 그냥 원래대로 하라는 눈치다.
아무튼 그녀들이 보는 나는 왕초보 중에도 그야말로 왕초보였다.
그녀들의 나를 향한 호기심이 시작되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몇이세요."까지 사는 곳에서부터 나이까지 캐묻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중랑천변에도 파크골프장이 있는데 뭐 하래 여기까지 오세요." 하더니 나를 그쪽으로 연결을 시켜 주겠다고 한다.
첫댓글 밀크천님~~파크골프의 매력에 홀딱 반하셨나봐요..
즐겁게 생활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응원합니다
자꾸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극복하게 해준 것이 파크 골프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열매복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