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눈으로 영화 보기
게임이름으로 본 <공작>
글: 신주찬, 산업공학과
3 / 편집: 한정현, 재료공학부
3
영화 <공작>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실재하였던 공작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북한이 한창 핵 개발을 진행하며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남한 공작원이 북한으로 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남한 공작원 ‘박석영’은 북한에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대북사업가로 신분세탁을 한 뒤
중국으로 잠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북한 고위층 인사를 만나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며 공작을 시작합니다.
오랜 공작 끝에 북한 고위 간부 ‘리명운’의 두터운 신의를 얻고
당시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일까지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박석영은 북한의 핵 관련 정보들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남한의 여러 정치 상황들이 맞물려
공작원 박석영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위험에 처하지만
공작원이
아닌 인간으로서 박석영에 대해 큰 감명을 받은 리명운이 그를 살려주면서
박석영은 무사히 북한을 빠져나오게 됩니다.
많은 독자 여러분들이
영화 <공작>에 공학적 요소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사회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한 ‘게임이론’이라는 이론을 통해
영화 <공작>을 해석해보고자 합니다.
● 공학적 접근(게임이론)영화 <공작>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한 첩보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파이, 공작원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여러 종류의 일을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타국에 파견되어 비밀리에 정보를 빼내는 일을 합니다. 이들의 임무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서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들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결정 하나하나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고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따라 자신의 판단, 결정들 또한 유연하게 변경하며 원하는 최적의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데요. 이러한 공작원의 모든 의사결정은 어떻게 보면 게임이론의 여러 법칙들을 반영하여 얻어낸 최적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이론이란 무엇일까요?
게임이론이란 상호 의존적인 의사결정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하면 상대방의 선택까지 고려하여 자신의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일생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결정을 경험합니다. 따라서 공학 분야부터 경제, 정치, 생물, 철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이론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가장 유명한 게임이론의 예시로 ‘죄수의 딜레마’ 가 있습니다. 범죄 용의자 둘 모두가 자백을 하면 둘 다 5년형, 한 명만 자백할 경우 자백한 사람은 1년형, 자백을 거부한 사람은 10년형, 둘 모두가 자백하지 않는다면 모두 2년형을 받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가정합시다. 단, 두 명의 범죄 용의자는 서로의 선택을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론에 따르면 용의자 A와 B는 각자의 우위전략●에 맞추어 모두 자백을 하게 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한 선택을 하게 되어 두 사람 모두 최소형인 2년형이 아닌 5년형을 받게 되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그림 1]
게임 이론 모형 [그림 2]
죄수의 딜레마 성과표
[그림 3] 영화
<공작>
속 박석영과 리명운이 만나는 장면
모두 2년형을 받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가정합시다. 단, 두 명의 범죄 용의자는 서로의 선택을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론에 따르면 용의자 A와 B는 각자의 우위전략●에 맞추어 모두 자백을 하게 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한 선택을 하게 되어 두 사람 모두 최소형인 2년형이 아닌 5년형을 받게 되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 현상은 영화 <공작>의 주된 내용인 공작, 첩보활동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분단 이후 서로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공작원들을 파견해 왔습니다. 한 쪽이 공작원을 통해 정보를 얻어가는 상황에서 다른 한 쪽은 정보전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마찬가지로 공작원을 파견하고 관련 예산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양쪽 모두 공작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는 양쪽의 효과가 상쇄되어 결국 양쪽이 얻는 것보다 소모가 더 큰 경쟁이 되어 버립니다.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함으로써 본인의 최소형량을 얻지 못하는 죄수의 딜레마와 유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은 공작뿐 아니라 대립 관계에 있는 다른 국가들 간의 군사력 경쟁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들을 ‘위치적 군비경쟁’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소모적인 경쟁을 막는 장치로 ‘군비협약’이 있습니다. 군비협약은 대립관계인 양측이 계속 경쟁을 하기보다 타협을 통해 적정한 선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공작> 속에서도 박석영과 리명운은 서로의 정체를 알고 난 이후에도 경쟁을 하기보다는 협력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림 4] 안기부와 북한 강경파의 의사결정모형
영화 <공작>에는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가 당시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돈을 주고 북한에 무력 도발을 요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안기부 측에서는 진보 성향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안기부가 국가정보원으로 개편됨에 따라 실권자들이 힘을 잃을 것을 우려하여, 북한 도발을 통해 보수층의 표를 좀 더 집결시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제안을 받은 북한의 강경파 세력은 제안을 수락하게 됩니다. 비록 영화상에서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도발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북한 강경파 세력 입장에서는 돈도 받고 자신들의 북한 내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나타난 안기부와 북한 강경파 세력의 의사결정은 순차적 게임 모형을 통해 설명이 가능합니다. 순차적 게임이란 게임 (의사결정)의 단계가 존재하는 모형으로 양측의 의사결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아닌 게임의 전개과정을 고려하여 전략을 세우는 모형입니다. 보통 이러한 모형은 게임의 결과 마디부터 게임의 시작 마디까지 역으로 추론하면서 각각의 단계에서 최적의 전략을 결정하게 됩니다. 선택마다 가능한 경우의 수를 다 확인해보는 것이죠.
[그림 4]는 안기부와 북한 강경파의 의사결정을 순차적 게임모형으로 단순화하여 표현한 것입니다. 안기부 입장에서는 김대중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변화 없는 대선 상황보다 도발을 통해 보수층 집결 효과를
보려고 할 것이고 북한 강경파 입장에서는 도발 제의가 온다면 돈과 강경파 세력 집결의 이익이 있는 수락의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이와 같은 순차적 게임 모형은 기업의 진입 모형, 대선 후보 단일화 모형 등 경제, 정치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합니다.
● 의사결정자 A의 어떤 전략 s가 다른 의사결정자들이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A에게 가장 큰 성과를 주면 s를 A의 우위 전략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통해서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점!
게임이론의 종류와 그 활용도는 상상 이상으로 많고 다양합니다.
각 인물의 의사결정이 상호 영향을 주고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어야 하는 공작, 첩보 활동의 특성 때문에 이번 기사에서는 영화
<공작>
속의 게임이론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다른 영화 속에서도 얼마든지 게임이론이 활용되는 다양한 예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인물들간에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과 판단은 어떤 영화에서든지 존재하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대부분의 판단,
선택들 또한 게임이론의 원칙을 따르는 선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죠.
그만큼 게임이론이라는 분야의 범위는 넓고 그 활용도 또한 매우 다양합니다.
이번 기사에서 알아본 죄수의 딜레마,
순차적 게임 모형이 다른 영화 속에서 혹은 독자 여러분의 일상생활에서 활용되는 경우에 대해 한번 생각해봅시다!
별점 및 총평 ★★★★☆
오랜만에 나온 한국의 첩보물 영화로 실화와 허구의 내용을 적절히 조화하여 참신한 첩보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탄탄하고 개연성 높은 스토리를 바탕으로,
당시 공작원의 심리를 잘 표현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액션장면 없이도 영화 상영 내내 유지되는 긴장감 등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또한,
실존 인물과 실제 배경을 반영한 영화인만큼 관람객들에게 더 큰 의미를 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한 시점 또한 흥미로운데,
영화가 개봉한 작년(2018년)에는 남북간에 역사적인 일들이 많이 있었던 해입니다.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등의 사건들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남북한의 평화 분위기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입니다.
남북간의 대립과 갈등의 역사가 끝나고 남북한이 서로 협력하며 나아가는 완전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