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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고산풍광! 가을에 꼭 걷고 싶은 윗세오름-남벽분기점의 환상길
2024년 10월 오름학교는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우리 모두를 넘치도록 가슴 설레게 하는 제주의 가을이 코앞입니다. 오름 능선을 따라 쑥부쟁이와 감국, 이질풀, 꽃향유, 산부추 같은 꽃이 피어 맑은 바람에 얼굴을 씻고, 어디라도 은하수처럼 흐르는 은빛 억새 물결은 자꾸만 걸음을 붙잡습니다. 한라산은 독특한 고산 풍광을 풀어놓습니다. 키 작은 나무들이 온갖 빛깔로 단풍 들어 번져가는, 가을날의 윗세오름-남벽분기점 코스는 꼭 한 번은 걸어보아야 할 절경입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가을 한라산 윗세오름 가는 길, 영실굼부리 안의 단풍. 비단을 풀어놓은 듯하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 제30강은 2024년 10월 17(목)-19(토)일로,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을 찾아갑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실굼부리 안의 늦가을 풍광. 한라산이 건네는 선물상자 같다.Ⓒ이승태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윗세족은오름 탐방로. 영실 본 탐방로에서 금방 닿는다.Ⓒ이승태
2024년 10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 안돌‧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송당리의 쌍둥이 오름
-안돌과 밧돌오름
앞뒤로 딱 붙어 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대천교차로에서 비자림로를 따라 송당리로 들어서는 길목을 지키며 섰습니다. 송당목장 북쪽의 거슨세미오름과 체오름 사이에 낀 듯 자리한 두 오름은 사이로 삼나무 울타리와 낡은 철조망이 지날 뿐, 서로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덩치는 물론, 큰 나무 없이 풀밭으로 덮인 외형도 판박이죠. 또 두 오름 모두 동북쪽으로 열린 굼부리를 가졌으며, 굼부리 안에만 숲이 우거진 것도 공통점입니다. 하늘에서 보면 ‘U’자 두 개를 아래위로 붙여 놓은 모양입니다.
▲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이 밧돌오름까지 이어진다.Ⓒ이승태
제주를 대표하는 풀밭 오름
오름에 돌이 박혀 있어서 ‘돌오름[石岳]’이라 불렀다지만, 동쪽의 밧돌오름에만 바위가 있을 뿐, 안돌오름은 풀밭능선입니다. 지금은 두 오름이 각각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남서쪽, 그러니까 거슨세미에 가까운 게 안쪽에 들어앉아 있어서 안돌오름[內石岳], 북동쪽에 위치한 게 그 바깥쪽에 나앉아서 밧돌오름[外石岳]입니다. 송당리에서 볼 때 마을에 가까운 쪽이 밧돌이죠.
어느 오름을 먼저 올라도 무방하지만, 주차공간이 가까운 안돌오름에서 밧돌오름 쪽으로 가는 게 무난합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비밀의 숲’이 안돌오름 서남쪽 자락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안돌오름 들머리고요.
작은 팻말이 보이는 울타리를 지나 들어서면 곧 서쪽 사면을 가로질러 정상인 북서쪽 능선으로 길이 굽어 돕니다. 능선이 부드럽고 예뻐서 걷는 기분 나는 이곳은 사방의 조망이 트여 한라산까지 훤하고, 북쪽으로 건너 보이는 체오름과의 사이 빼곡한 삼나무 숲도 장관입니다. 정상의 소박한 벤치는 백만 불짜리! 한라산과 오름과 들판이 어우러진 제주 풍광을 감상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듯합니다.
▲밧돌오름의 남쪽 능선과 안돌오름Ⓒ이승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능선
능선의 동쪽 끝에 서면 건너편 밧돌오름과 어우러진 주변 풍광에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삼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아래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오솔길이 별세상처럼 느껴지죠. 밧돌오름 사면을 따라 소들이 지나간 길이 지형도의 등고선처럼 독특한 풍광을 새겼습니다. 그 뒤로 높은오름과 동검은이오름, 다랑쉬, 돝오름, 둔지봉이 툭툭 튀어 올라 조망이 즐겁습니다.
밧돌오름은 길이 꽤 가파릅니다. 그러나 사면 곳곳에 돌이 박힌 초지대 모습이 낯설면서도 쾌적해 걷는 기분이 참 좋죠. 정상부에 몇 개의 산담이 있고, 찔레 덤불이 뒤덮은 동굴도 보입니다. 밧돌오름도 가운데 말굽형 굼부리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능선이 동쪽으로 뻗었습니다. 여전히 가없이 펼쳐지는 제주 동부 풍광에 넋이 나갈 지경이고요. 두 능선 모두 부드러운 풀밭이지만 굼부리의 골짜기는 숲이 짙습니다. 이 골짜기 상단부에 ‘돌오름물’이라는 샘이 있다는데, 능선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두 능선 중 아무 곳을 따라 내려서도 되지만 남쪽 능선이 좀 더 편합니다. 목장지대를 지나 주택단지로 터를 닦아놓은 곳을 지나면 송당리에서 ‘비밀의 숲’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를 만납니다.
▲만발한 무꽃 너머로 아끈다랑쉬Ⓒ이승태
작은 오름이 간직한 큰 감동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을 마주한 동쪽에 가운데를 살짝 누른 찐빵 같은 모양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의 제주말로, ‘작은다랑쉬’, ‘새끼다랑쉬’쯤의 뜻입니다. 다랑쉬오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굼부리 전체를 억새가 뒤덮고 있죠.
후박나무 한 그루에 무덤 한 기
다랑쉬오름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400m 들어선 후 서쪽 사면을 따라 오릅니다. 오르막이 꽤 가파르고 미끄럽지만 높지 않아서 금세 능선에 닿죠. 후박나무 한 그루가 반기는 능선 삼거리에서 양쪽으로 길이 갈립니다. 보통은 정상이 가까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굼부리를 한 바퀴 돕니다. 정상엔 세화리를 바라보며 들어앉은 무덤 한 기가 넓은 은빛 억새밭을 품고 있습니다.
가운데가 둥글게 패인 아끈다랑쉬는 전체적으로 워낙 평평하고 부드러운 형태여서 다랑쉬에서 보면 옛날 여인네들이 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는 똬리를 닮았습니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들며 치마로 흙을 나를 때 한 줌씩 떨어진 게 오름이 되었다는데, 아끈다랑쉬는 떨어뜨리다가 만 듯 자그마합니다. 둘레가 600m쯤에 굼부리 깊이는 고작 10m 남짓으로 작고 아담한 별세계를 방문한 느낌이죠. 화구는 온통 억새로 뒤덮여 가을이면 이만한 장관이 없고, 능선을 걷다가 바라보는 다랑쉬도 멋집니다.
비자림 위에 떠 있는 ‘비자오름’
-돝오름
오름 모양이 돼지를 닮아 돼지의 옛말인 ‘돝’을 붙여 ‘돝오름’이라 부릅니다. 한자로는 ‘돼지 저(猪)’를 써서 저악(猪岳)이라고 표기하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서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요. 오름공화국 송당리에서도 변방에 있는 오름으로, 비자림의 바로 뒷산입니다. 그래서 정상에서 조망하는 숲의 바다, 비자림 풍광이 압권입니다.
수십 년 전에는 이 오름도 풀밭오름이었다는데, 지금은 정상부를 빼면 울창한 숲으로 뒤덮였습니다. 아래쪽은 삼나무가 오름을 둘러쌌고, 위쪽은 소나무가 차지했습니다. 오름 자체의 높이는 129m고, 정상부엔 깊이 45m의 굼부리가 그러나 화구 둘레가 1km로 꽤 넓은 편이어서 굼부리는 펑퍼짐한 구덩이쯤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고산풍광! 가을에 꼭 걷고 싶은 윗세오름-남벽분기점의 환상길
2024년 10월 오름학교는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우리 모두를 넘치도록 가슴 설레게 하는 제주의 가을이 코앞입니다. 오름 능선을 따라 쑥부쟁이와 감국, 이질풀, 꽃향유, 산부추 같은 꽃이 피어 맑은 바람에 얼굴을 씻고, 어디라도 은하수처럼 흐르는 은빛 억새 물결은 자꾸만 걸음을 붙잡습니다. 한라산은 독특한 고산 풍광을 풀어놓습니다. 키 작은 나무들이 온갖 빛깔로 단풍 들어 번져가는, 가을날의 윗세오름-남벽분기점 코스는 꼭 한 번은 걸어보아야 할 절경입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가을 한라산 윗세오름 가는 길, 영실굼부리 안의 단풍. 비단을 풀어놓은 듯하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 제30강은 2024년 10월 17(목)-19(토)일로,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을 찾아갑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실굼부리 안의 늦가을 풍광. 한라산이 건네는 선물상자 같다.Ⓒ이승태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윗세족은오름 탐방로. 영실 본 탐방로에서 금방 닿는다.Ⓒ이승태
2024년 10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 안돌‧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송당리의 쌍둥이 오름
-안돌과 밧돌오름
앞뒤로 딱 붙어 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대천교차로에서 비자림로를 따라 송당리로 들어서는 길목을 지키며 섰습니다. 송당목장 북쪽의 거슨세미오름과 체오름 사이에 낀 듯 자리한 두 오름은 사이로 삼나무 울타리와 낡은 철조망이 지날 뿐, 서로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덩치는 물론, 큰 나무 없이 풀밭으로 덮인 외형도 판박이죠. 또 두 오름 모두 동북쪽으로 열린 굼부리를 가졌으며, 굼부리 안에만 숲이 우거진 것도 공통점입니다. 하늘에서 보면 ‘U’자 두 개를 아래위로 붙여 놓은 모양입니다.
▲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이 밧돌오름까지 이어진다.Ⓒ이승태
제주를 대표하는 풀밭 오름
오름에 돌이 박혀 있어서 ‘돌오름[石岳]’이라 불렀다지만, 동쪽의 밧돌오름에만 바위가 있을 뿐, 안돌오름은 풀밭능선입니다. 지금은 두 오름이 각각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남서쪽, 그러니까 거슨세미에 가까운 게 안쪽에 들어앉아 있어서 안돌오름[內石岳], 북동쪽에 위치한 게 그 바깥쪽에 나앉아서 밧돌오름[外石岳]입니다. 송당리에서 볼 때 마을에 가까운 쪽이 밧돌이죠.
어느 오름을 먼저 올라도 무방하지만, 주차공간이 가까운 안돌오름에서 밧돌오름 쪽으로 가는 게 무난합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비밀의 숲’이 안돌오름 서남쪽 자락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안돌오름 들머리고요.
작은 팻말이 보이는 울타리를 지나 들어서면 곧 서쪽 사면을 가로질러 정상인 북서쪽 능선으로 길이 굽어 돕니다. 능선이 부드럽고 예뻐서 걷는 기분 나는 이곳은 사방의 조망이 트여 한라산까지 훤하고, 북쪽으로 건너 보이는 체오름과의 사이 빼곡한 삼나무 숲도 장관입니다. 정상의 소박한 벤치는 백만 불짜리! 한라산과 오름과 들판이 어우러진 제주 풍광을 감상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듯합니다.
▲밧돌오름의 남쪽 능선과 안돌오름Ⓒ이승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능선
능선의 동쪽 끝에 서면 건너편 밧돌오름과 어우러진 주변 풍광에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삼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아래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오솔길이 별세상처럼 느껴지죠. 밧돌오름 사면을 따라 소들이 지나간 길이 지형도의 등고선처럼 독특한 풍광을 새겼습니다. 그 뒤로 높은오름과 동검은이오름, 다랑쉬, 돝오름, 둔지봉이 툭툭 튀어 올라 조망이 즐겁습니다.
밧돌오름은 길이 꽤 가파릅니다. 그러나 사면 곳곳에 돌이 박힌 초지대 모습이 낯설면서도 쾌적해 걷는 기분이 참 좋죠. 정상부에 몇 개의 산담이 있고, 찔레 덤불이 뒤덮은 동굴도 보입니다. 밧돌오름도 가운데 말굽형 굼부리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능선이 동쪽으로 뻗었습니다. 여전히 가없이 펼쳐지는 제주 동부 풍광에 넋이 나갈 지경이고요. 두 능선 모두 부드러운 풀밭이지만 굼부리의 골짜기는 숲이 짙습니다. 이 골짜기 상단부에 ‘돌오름물’이라는 샘이 있다는데, 능선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두 능선 중 아무 곳을 따라 내려서도 되지만 남쪽 능선이 좀 더 편합니다. 목장지대를 지나 주택단지로 터를 닦아놓은 곳을 지나면 송당리에서 ‘비밀의 숲’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를 만납니다.
▲만발한 무꽃 너머로 아끈다랑쉬Ⓒ이승태
작은 오름이 간직한 큰 감동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을 마주한 동쪽에 가운데를 살짝 누른 찐빵 같은 모양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의 제주말로, ‘작은다랑쉬’, ‘새끼다랑쉬’쯤의 뜻입니다. 다랑쉬오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굼부리 전체를 억새가 뒤덮고 있죠.
후박나무 한 그루에 무덤 한 기
다랑쉬오름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400m 들어선 후 서쪽 사면을 따라 오릅니다. 오르막이 꽤 가파르고 미끄럽지만 높지 않아서 금세 능선에 닿죠. 후박나무 한 그루가 반기는 능선 삼거리에서 양쪽으로 길이 갈립니다. 보통은 정상이 가까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굼부리를 한 바퀴 돕니다. 정상엔 세화리를 바라보며 들어앉은 무덤 한 기가 넓은 은빛 억새밭을 품고 있습니다.
가운데가 둥글게 패인 아끈다랑쉬는 전체적으로 워낙 평평하고 부드러운 형태여서 다랑쉬에서 보면 옛날 여인네들이 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는 똬리를 닮았습니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들며 치마로 흙을 나를 때 한 줌씩 떨어진 게 오름이 되었다는데, 아끈다랑쉬는 떨어뜨리다가 만 듯 자그마합니다. 둘레가 600m쯤에 굼부리 깊이는 고작 10m 남짓으로 작고 아담한 별세계를 방문한 느낌이죠. 화구는 온통 억새로 뒤덮여 가을이면 이만한 장관이 없고, 능선을 걷다가 바라보는 다랑쉬도 멋집니다.
비자림 위에 떠 있는 ‘비자오름’
-돝오름
오름 모양이 돼지를 닮아 돼지의 옛말인 ‘돝’을 붙여 ‘돝오름’이라 부릅니다. 한자로는 ‘돼지 저(猪)’를 써서 저악(猪岳)이라고 표기하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서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요. 오름공화국 송당리에서도 변방에 있는 오름으로, 비자림의 바로 뒷산입니다. 그래서 정상에서 조망하는 숲의 바다, 비자림 풍광이 압권입니다.
수십 년 전에는 이 오름도 풀밭오름이었다는데, 지금은 정상부를 빼면 울창한 숲으로 뒤덮였습니다. 아래쪽은 삼나무가 오름을 둘러쌌고, 위쪽은 소나무가 차지했습니다. 오름 자체의 높이는 129m고, 정상부엔 깊이 45m의 굼부리가 그러나 화구 둘레가 1km로 꽤 넓은 편이어서 굼부리는 펑퍼짐한 구덩이쯤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고산풍광! 가을에 꼭 걷고 싶은 윗세오름-남벽분기점의 환상길
2024년 10월 오름학교는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우리 모두를 넘치도록 가슴 설레게 하는 제주의 가을이 코앞입니다. 오름 능선을 따라 쑥부쟁이와 감국, 이질풀, 꽃향유, 산부추 같은 꽃이 피어 맑은 바람에 얼굴을 씻고, 어디라도 은하수처럼 흐르는 은빛 억새 물결은 자꾸만 걸음을 붙잡습니다. 한라산은 독특한 고산 풍광을 풀어놓습니다. 키 작은 나무들이 온갖 빛깔로 단풍 들어 번져가는, 가을날의 윗세오름-남벽분기점 코스는 꼭 한 번은 걸어보아야 할 절경입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가을 한라산 윗세오름 가는 길, 영실굼부리 안의 단풍. 비단을 풀어놓은 듯하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 제30강은 2024년 10월 17(목)-19(토)일로,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을 찾아갑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실굼부리 안의 늦가을 풍광. 한라산이 건네는 선물상자 같다.Ⓒ이승태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윗세족은오름 탐방로. 영실 본 탐방로에서 금방 닿는다.Ⓒ이승태
2024년 10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 안돌‧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송당리의 쌍둥이 오름
-안돌과 밧돌오름
앞뒤로 딱 붙어 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대천교차로에서 비자림로를 따라 송당리로 들어서는 길목을 지키며 섰습니다. 송당목장 북쪽의 거슨세미오름과 체오름 사이에 낀 듯 자리한 두 오름은 사이로 삼나무 울타리와 낡은 철조망이 지날 뿐, 서로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덩치는 물론, 큰 나무 없이 풀밭으로 덮인 외형도 판박이죠. 또 두 오름 모두 동북쪽으로 열린 굼부리를 가졌으며, 굼부리 안에만 숲이 우거진 것도 공통점입니다. 하늘에서 보면 ‘U’자 두 개를 아래위로 붙여 놓은 모양입니다.
▲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이 밧돌오름까지 이어진다.Ⓒ이승태
제주를 대표하는 풀밭 오름
오름에 돌이 박혀 있어서 ‘돌오름[石岳]’이라 불렀다지만, 동쪽의 밧돌오름에만 바위가 있을 뿐, 안돌오름은 풀밭능선입니다. 지금은 두 오름이 각각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남서쪽, 그러니까 거슨세미에 가까운 게 안쪽에 들어앉아 있어서 안돌오름[內石岳], 북동쪽에 위치한 게 그 바깥쪽에 나앉아서 밧돌오름[外石岳]입니다. 송당리에서 볼 때 마을에 가까운 쪽이 밧돌이죠.
어느 오름을 먼저 올라도 무방하지만, 주차공간이 가까운 안돌오름에서 밧돌오름 쪽으로 가는 게 무난합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비밀의 숲’이 안돌오름 서남쪽 자락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안돌오름 들머리고요.
작은 팻말이 보이는 울타리를 지나 들어서면 곧 서쪽 사면을 가로질러 정상인 북서쪽 능선으로 길이 굽어 돕니다. 능선이 부드럽고 예뻐서 걷는 기분 나는 이곳은 사방의 조망이 트여 한라산까지 훤하고, 북쪽으로 건너 보이는 체오름과의 사이 빼곡한 삼나무 숲도 장관입니다. 정상의 소박한 벤치는 백만 불짜리! 한라산과 오름과 들판이 어우러진 제주 풍광을 감상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듯합니다.
▲밧돌오름의 남쪽 능선과 안돌오름Ⓒ이승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능선
능선의 동쪽 끝에 서면 건너편 밧돌오름과 어우러진 주변 풍광에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삼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아래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오솔길이 별세상처럼 느껴지죠. 밧돌오름 사면을 따라 소들이 지나간 길이 지형도의 등고선처럼 독특한 풍광을 새겼습니다. 그 뒤로 높은오름과 동검은이오름, 다랑쉬, 돝오름, 둔지봉이 툭툭 튀어 올라 조망이 즐겁습니다.
밧돌오름은 길이 꽤 가파릅니다. 그러나 사면 곳곳에 돌이 박힌 초지대 모습이 낯설면서도 쾌적해 걷는 기분이 참 좋죠. 정상부에 몇 개의 산담이 있고, 찔레 덤불이 뒤덮은 동굴도 보입니다. 밧돌오름도 가운데 말굽형 굼부리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능선이 동쪽으로 뻗었습니다. 여전히 가없이 펼쳐지는 제주 동부 풍광에 넋이 나갈 지경이고요. 두 능선 모두 부드러운 풀밭이지만 굼부리의 골짜기는 숲이 짙습니다. 이 골짜기 상단부에 ‘돌오름물’이라는 샘이 있다는데, 능선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두 능선 중 아무 곳을 따라 내려서도 되지만 남쪽 능선이 좀 더 편합니다. 목장지대를 지나 주택단지로 터를 닦아놓은 곳을 지나면 송당리에서 ‘비밀의 숲’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를 만납니다.
▲만발한 무꽃 너머로 아끈다랑쉬Ⓒ이승태
작은 오름이 간직한 큰 감동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을 마주한 동쪽에 가운데를 살짝 누른 찐빵 같은 모양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의 제주말로, ‘작은다랑쉬’, ‘새끼다랑쉬’쯤의 뜻입니다. 다랑쉬오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굼부리 전체를 억새가 뒤덮고 있죠.
후박나무 한 그루에 무덤 한 기
다랑쉬오름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400m 들어선 후 서쪽 사면을 따라 오릅니다. 오르막이 꽤 가파르고 미끄럽지만 높지 않아서 금세 능선에 닿죠. 후박나무 한 그루가 반기는 능선 삼거리에서 양쪽으로 길이 갈립니다. 보통은 정상이 가까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굼부리를 한 바퀴 돕니다. 정상엔 세화리를 바라보며 들어앉은 무덤 한 기가 넓은 은빛 억새밭을 품고 있습니다.
가운데가 둥글게 패인 아끈다랑쉬는 전체적으로 워낙 평평하고 부드러운 형태여서 다랑쉬에서 보면 옛날 여인네들이 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는 똬리를 닮았습니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들며 치마로 흙을 나를 때 한 줌씩 떨어진 게 오름이 되었다는데, 아끈다랑쉬는 떨어뜨리다가 만 듯 자그마합니다. 둘레가 600m쯤에 굼부리 깊이는 고작 10m 남짓으로 작고 아담한 별세계를 방문한 느낌이죠. 화구는 온통 억새로 뒤덮여 가을이면 이만한 장관이 없고, 능선을 걷다가 바라보는 다랑쉬도 멋집니다.
비자림 위에 떠 있는 ‘비자오름’
-돝오름
오름 모양이 돼지를 닮아 돼지의 옛말인 ‘돝’을 붙여 ‘돝오름’이라 부릅니다. 한자로는 ‘돼지 저(猪)’를 써서 저악(猪岳)이라고 표기하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서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요. 오름공화국 송당리에서도 변방에 있는 오름으로, 비자림의 바로 뒷산입니다. 그래서 정상에서 조망하는 숲의 바다, 비자림 풍광이 압권입니다.
수십 년 전에는 이 오름도 풀밭오름이었다는데, 지금은 정상부를 빼면 울창한 숲으로 뒤덮였습니다. 아래쪽은 삼나무가 오름을 둘러쌌고, 위쪽은 소나무가 차지했습니다. 오름 자체의 높이는 129m고, 정상부엔 깊이 45m의 굼부리가 그러나 화구 둘레가 1km로 꽤 넓은 편이어서 굼부리는 펑퍼짐한 구덩이쯤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고산풍광! 가을에 꼭 걷고 싶은 윗세오름-남벽분기점의 환상길
2024년 10월 오름학교는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우리 모두를 넘치도록 가슴 설레게 하는 제주의 가을이 코앞입니다. 오름 능선을 따라 쑥부쟁이와 감국, 이질풀, 꽃향유, 산부추 같은 꽃이 피어 맑은 바람에 얼굴을 씻고, 어디라도 은하수처럼 흐르는 은빛 억새 물결은 자꾸만 걸음을 붙잡습니다. 한라산은 독특한 고산 풍광을 풀어놓습니다. 키 작은 나무들이 온갖 빛깔로 단풍 들어 번져가는, 가을날의 윗세오름-남벽분기점 코스는 꼭 한 번은 걸어보아야 할 절경입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가을 한라산 윗세오름 가는 길, 영실굼부리 안의 단풍. 비단을 풀어놓은 듯하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 제30강은 2024년 10월 17(목)-19(토)일로,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을 찾아갑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실굼부리 안의 늦가을 풍광. 한라산이 건네는 선물상자 같다.Ⓒ이승태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윗세족은오름 탐방로. 영실 본 탐방로에서 금방 닿는다.Ⓒ이승태
2024년 10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 안돌‧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송당리의 쌍둥이 오름
-안돌과 밧돌오름
앞뒤로 딱 붙어 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대천교차로에서 비자림로를 따라 송당리로 들어서는 길목을 지키며 섰습니다. 송당목장 북쪽의 거슨세미오름과 체오름 사이에 낀 듯 자리한 두 오름은 사이로 삼나무 울타리와 낡은 철조망이 지날 뿐, 서로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덩치는 물론, 큰 나무 없이 풀밭으로 덮인 외형도 판박이죠. 또 두 오름 모두 동북쪽으로 열린 굼부리를 가졌으며, 굼부리 안에만 숲이 우거진 것도 공통점입니다. 하늘에서 보면 ‘U’자 두 개를 아래위로 붙여 놓은 모양입니다.
▲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이 밧돌오름까지 이어진다.Ⓒ이승태
제주를 대표하는 풀밭 오름
오름에 돌이 박혀 있어서 ‘돌오름[石岳]’이라 불렀다지만, 동쪽의 밧돌오름에만 바위가 있을 뿐, 안돌오름은 풀밭능선입니다. 지금은 두 오름이 각각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남서쪽, 그러니까 거슨세미에 가까운 게 안쪽에 들어앉아 있어서 안돌오름[內石岳], 북동쪽에 위치한 게 그 바깥쪽에 나앉아서 밧돌오름[外石岳]입니다. 송당리에서 볼 때 마을에 가까운 쪽이 밧돌이죠.
어느 오름을 먼저 올라도 무방하지만, 주차공간이 가까운 안돌오름에서 밧돌오름 쪽으로 가는 게 무난합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비밀의 숲’이 안돌오름 서남쪽 자락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안돌오름 들머리고요.
작은 팻말이 보이는 울타리를 지나 들어서면 곧 서쪽 사면을 가로질러 정상인 북서쪽 능선으로 길이 굽어 돕니다. 능선이 부드럽고 예뻐서 걷는 기분 나는 이곳은 사방의 조망이 트여 한라산까지 훤하고, 북쪽으로 건너 보이는 체오름과의 사이 빼곡한 삼나무 숲도 장관입니다. 정상의 소박한 벤치는 백만 불짜리! 한라산과 오름과 들판이 어우러진 제주 풍광을 감상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듯합니다.
▲밧돌오름의 남쪽 능선과 안돌오름Ⓒ이승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능선
능선의 동쪽 끝에 서면 건너편 밧돌오름과 어우러진 주변 풍광에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삼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아래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오솔길이 별세상처럼 느껴지죠. 밧돌오름 사면을 따라 소들이 지나간 길이 지형도의 등고선처럼 독특한 풍광을 새겼습니다. 그 뒤로 높은오름과 동검은이오름, 다랑쉬, 돝오름, 둔지봉이 툭툭 튀어 올라 조망이 즐겁습니다.
밧돌오름은 길이 꽤 가파릅니다. 그러나 사면 곳곳에 돌이 박힌 초지대 모습이 낯설면서도 쾌적해 걷는 기분이 참 좋죠. 정상부에 몇 개의 산담이 있고, 찔레 덤불이 뒤덮은 동굴도 보입니다. 밧돌오름도 가운데 말굽형 굼부리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능선이 동쪽으로 뻗었습니다. 여전히 가없이 펼쳐지는 제주 동부 풍광에 넋이 나갈 지경이고요. 두 능선 모두 부드러운 풀밭이지만 굼부리의 골짜기는 숲이 짙습니다. 이 골짜기 상단부에 ‘돌오름물’이라는 샘이 있다는데, 능선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두 능선 중 아무 곳을 따라 내려서도 되지만 남쪽 능선이 좀 더 편합니다. 목장지대를 지나 주택단지로 터를 닦아놓은 곳을 지나면 송당리에서 ‘비밀의 숲’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를 만납니다.
▲만발한 무꽃 너머로 아끈다랑쉬Ⓒ이승태
작은 오름이 간직한 큰 감동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을 마주한 동쪽에 가운데를 살짝 누른 찐빵 같은 모양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의 제주말로, ‘작은다랑쉬’, ‘새끼다랑쉬’쯤의 뜻입니다. 다랑쉬오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굼부리 전체를 억새가 뒤덮고 있죠.
후박나무 한 그루에 무덤 한 기
다랑쉬오름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400m 들어선 후 서쪽 사면을 따라 오릅니다. 오르막이 꽤 가파르고 미끄럽지만 높지 않아서 금세 능선에 닿죠. 후박나무 한 그루가 반기는 능선 삼거리에서 양쪽으로 길이 갈립니다. 보통은 정상이 가까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굼부리를 한 바퀴 돕니다. 정상엔 세화리를 바라보며 들어앉은 무덤 한 기가 넓은 은빛 억새밭을 품고 있습니다.
가운데가 둥글게 패인 아끈다랑쉬는 전체적으로 워낙 평평하고 부드러운 형태여서 다랑쉬에서 보면 옛날 여인네들이 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는 똬리를 닮았습니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들며 치마로 흙을 나를 때 한 줌씩 떨어진 게 오름이 되었다는데, 아끈다랑쉬는 떨어뜨리다가 만 듯 자그마합니다. 둘레가 600m쯤에 굼부리 깊이는 고작 10m 남짓으로 작고 아담한 별세계를 방문한 느낌이죠. 화구는 온통 억새로 뒤덮여 가을이면 이만한 장관이 없고, 능선을 걷다가 바라보는 다랑쉬도 멋집니다.
비자림 위에 떠 있는 ‘비자오름’
-돝오름
오름 모양이 돼지를 닮아 돼지의 옛말인 ‘돝’을 붙여 ‘돝오름’이라 부릅니다. 한자로는 ‘돼지 저(猪)’를 써서 저악(猪岳)이라고 표기하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서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요. 오름공화국 송당리에서도 변방에 있는 오름으로, 비자림의 바로 뒷산입니다. 그래서 정상에서 조망하는 숲의 바다, 비자림 풍광이 압권입니다.
수십 년 전에는 이 오름도 풀밭오름이었다는데, 지금은 정상부를 빼면 울창한 숲으로 뒤덮였습니다. 아래쪽은 삼나무가 오름을 둘러쌌고, 위쪽은 소나무가 차지했습니다. 오름 자체의 높이는 129m고, 정상부엔 깊이 45m의 굼부리가 그러나 화구 둘레가 1km로 꽤 넓은 편이어서 굼부리는 펑퍼짐한 구덩이쯤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고산풍광! 가을에 꼭 걷고 싶은 윗세오름-남벽분기점의 환상길
2024년 10월 오름학교는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우리 모두를 넘치도록 가슴 설레게 하는 제주의 가을이 코앞입니다. 오름 능선을 따라 쑥부쟁이와 감국, 이질풀, 꽃향유, 산부추 같은 꽃이 피어 맑은 바람에 얼굴을 씻고, 어디라도 은하수처럼 흐르는 은빛 억새 물결은 자꾸만 걸음을 붙잡습니다. 한라산은 독특한 고산 풍광을 풀어놓습니다. 키 작은 나무들이 온갖 빛깔로 단풍 들어 번져가는, 가을날의 윗세오름-남벽분기점 코스는 꼭 한 번은 걸어보아야 할 절경입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가을 한라산 윗세오름 가는 길, 영실굼부리 안의 단풍. 비단을 풀어놓은 듯하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 제30강은 2024년 10월 17(목)-19(토)일로,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을 찾아갑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실굼부리 안의 늦가을 풍광. 한라산이 건네는 선물상자 같다.Ⓒ이승태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윗세족은오름 탐방로. 영실 본 탐방로에서 금방 닿는다.Ⓒ이승태
2024년 10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 안돌‧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송당리의 쌍둥이 오름
-안돌과 밧돌오름
앞뒤로 딱 붙어 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대천교차로에서 비자림로를 따라 송당리로 들어서는 길목을 지키며 섰습니다. 송당목장 북쪽의 거슨세미오름과 체오름 사이에 낀 듯 자리한 두 오름은 사이로 삼나무 울타리와 낡은 철조망이 지날 뿐, 서로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덩치는 물론, 큰 나무 없이 풀밭으로 덮인 외형도 판박이죠. 또 두 오름 모두 동북쪽으로 열린 굼부리를 가졌으며, 굼부리 안에만 숲이 우거진 것도 공통점입니다. 하늘에서 보면 ‘U’자 두 개를 아래위로 붙여 놓은 모양입니다.
▲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이 밧돌오름까지 이어진다.Ⓒ이승태
제주를 대표하는 풀밭 오름
오름에 돌이 박혀 있어서 ‘돌오름[石岳]’이라 불렀다지만, 동쪽의 밧돌오름에만 바위가 있을 뿐, 안돌오름은 풀밭능선입니다. 지금은 두 오름이 각각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남서쪽, 그러니까 거슨세미에 가까운 게 안쪽에 들어앉아 있어서 안돌오름[內石岳], 북동쪽에 위치한 게 그 바깥쪽에 나앉아서 밧돌오름[外石岳]입니다. 송당리에서 볼 때 마을에 가까운 쪽이 밧돌이죠.
어느 오름을 먼저 올라도 무방하지만, 주차공간이 가까운 안돌오름에서 밧돌오름 쪽으로 가는 게 무난합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비밀의 숲’이 안돌오름 서남쪽 자락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안돌오름 들머리고요.
작은 팻말이 보이는 울타리를 지나 들어서면 곧 서쪽 사면을 가로질러 정상인 북서쪽 능선으로 길이 굽어 돕니다. 능선이 부드럽고 예뻐서 걷는 기분 나는 이곳은 사방의 조망이 트여 한라산까지 훤하고, 북쪽으로 건너 보이는 체오름과의 사이 빼곡한 삼나무 숲도 장관입니다. 정상의 소박한 벤치는 백만 불짜리! 한라산과 오름과 들판이 어우러진 제주 풍광을 감상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듯합니다.
▲밧돌오름의 남쪽 능선과 안돌오름Ⓒ이승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능선
능선의 동쪽 끝에 서면 건너편 밧돌오름과 어우러진 주변 풍광에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삼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아래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오솔길이 별세상처럼 느껴지죠. 밧돌오름 사면을 따라 소들이 지나간 길이 지형도의 등고선처럼 독특한 풍광을 새겼습니다. 그 뒤로 높은오름과 동검은이오름, 다랑쉬, 돝오름, 둔지봉이 툭툭 튀어 올라 조망이 즐겁습니다.
밧돌오름은 길이 꽤 가파릅니다. 그러나 사면 곳곳에 돌이 박힌 초지대 모습이 낯설면서도 쾌적해 걷는 기분이 참 좋죠. 정상부에 몇 개의 산담이 있고, 찔레 덤불이 뒤덮은 동굴도 보입니다. 밧돌오름도 가운데 말굽형 굼부리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능선이 동쪽으로 뻗었습니다. 여전히 가없이 펼쳐지는 제주 동부 풍광에 넋이 나갈 지경이고요. 두 능선 모두 부드러운 풀밭이지만 굼부리의 골짜기는 숲이 짙습니다. 이 골짜기 상단부에 ‘돌오름물’이라는 샘이 있다는데, 능선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두 능선 중 아무 곳을 따라 내려서도 되지만 남쪽 능선이 좀 더 편합니다. 목장지대를 지나 주택단지로 터를 닦아놓은 곳을 지나면 송당리에서 ‘비밀의 숲’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를 만납니다.
▲만발한 무꽃 너머로 아끈다랑쉬Ⓒ이승태
작은 오름이 간직한 큰 감동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을 마주한 동쪽에 가운데를 살짝 누른 찐빵 같은 모양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의 제주말로, ‘작은다랑쉬’, ‘새끼다랑쉬’쯤의 뜻입니다. 다랑쉬오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굼부리 전체를 억새가 뒤덮고 있죠.
후박나무 한 그루에 무덤 한 기
다랑쉬오름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400m 들어선 후 서쪽 사면을 따라 오릅니다. 오르막이 꽤 가파르고 미끄럽지만 높지 않아서 금세 능선에 닿죠. 후박나무 한 그루가 반기는 능선 삼거리에서 양쪽으로 길이 갈립니다. 보통은 정상이 가까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굼부리를 한 바퀴 돕니다. 정상엔 세화리를 바라보며 들어앉은 무덤 한 기가 넓은 은빛 억새밭을 품고 있습니다.
가운데가 둥글게 패인 아끈다랑쉬는 전체적으로 워낙 평평하고 부드러운 형태여서 다랑쉬에서 보면 옛날 여인네들이 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는 똬리를 닮았습니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들며 치마로 흙을 나를 때 한 줌씩 떨어진 게 오름이 되었다는데, 아끈다랑쉬는 떨어뜨리다가 만 듯 자그마합니다. 둘레가 600m쯤에 굼부리 깊이는 고작 10m 남짓으로 작고 아담한 별세계를 방문한 느낌이죠. 화구는 온통 억새로 뒤덮여 가을이면 이만한 장관이 없고, 능선을 걷다가 바라보는 다랑쉬도 멋집니다.
비자림 위에 떠 있는 ‘비자오름’
-돝오름
오름 모양이 돼지를 닮아 돼지의 옛말인 ‘돝’을 붙여 ‘돝오름’이라 부릅니다. 한자로는 ‘돼지 저(猪)’를 써서 저악(猪岳)이라고 표기하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서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요. 오름공화국 송당리에서도 변방에 있는 오름으로, 비자림의 바로 뒷산입니다. 그래서 정상에서 조망하는 숲의 바다, 비자림 풍광이 압권입니다.
수십 년 전에는 이 오름도 풀밭오름이었다는데, 지금은 정상부를 빼면 울창한 숲으로 뒤덮였습니다. 아래쪽은 삼나무가 오름을 둘러쌌고, 위쪽은 소나무가 차지했습니다. 오름 자체의 높이는 129m고, 정상부엔 깊이 45m의 굼부리가 그러나 화구 둘레가 1km로 꽤 넓은 편이어서 굼부리는 펑퍼짐한 구덩이쯤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고산풍광! 가을에 꼭 걷고 싶은 윗세오름-남벽분기점의 환상길
2024년 10월 오름학교는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우리 모두를 넘치도록 가슴 설레게 하는 제주의 가을이 코앞입니다. 오름 능선을 따라 쑥부쟁이와 감국, 이질풀, 꽃향유, 산부추 같은 꽃이 피어 맑은 바람에 얼굴을 씻고, 어디라도 은하수처럼 흐르는 은빛 억새 물결은 자꾸만 걸음을 붙잡습니다. 한라산은 독특한 고산 풍광을 풀어놓습니다. 키 작은 나무들이 온갖 빛깔로 단풍 들어 번져가는, 가을날의 윗세오름-남벽분기점 코스는 꼭 한 번은 걸어보아야 할 절경입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가을 한라산 윗세오름 가는 길, 영실굼부리 안의 단풍. 비단을 풀어놓은 듯하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 제30강은 2024년 10월 17(목)-19(토)일로, <제주의 가을에서 뒹굴기 2박3일-안돌오름, 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영실-윗세오름-남벽분기점(한라산국립공원), 머체왓소롱콧길>을 찾아갑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독감 관련,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제때 예방접종 해주시고, 당일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와 대화 자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재채기 예절 등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실굼부리 안의 늦가을 풍광. 한라산이 건네는 선물상자 같다.Ⓒ이승태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윗세족은오름 탐방로. 영실 본 탐방로에서 금방 닿는다.Ⓒ이승태
2024년 10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 안돌‧밧돌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돝오름, 둔지봉
송당리의 쌍둥이 오름
-안돌과 밧돌오름
앞뒤로 딱 붙어 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대천교차로에서 비자림로를 따라 송당리로 들어서는 길목을 지키며 섰습니다. 송당목장 북쪽의 거슨세미오름과 체오름 사이에 낀 듯 자리한 두 오름은 사이로 삼나무 울타리와 낡은 철조망이 지날 뿐, 서로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덩치는 물론, 큰 나무 없이 풀밭으로 덮인 외형도 판박이죠. 또 두 오름 모두 동북쪽으로 열린 굼부리를 가졌으며, 굼부리 안에만 숲이 우거진 것도 공통점입니다. 하늘에서 보면 ‘U’자 두 개를 아래위로 붙여 놓은 모양입니다.
▲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이 밧돌오름까지 이어진다.Ⓒ이승태
제주를 대표하는 풀밭 오름
오름에 돌이 박혀 있어서 ‘돌오름[石岳]’이라 불렀다지만, 동쪽의 밧돌오름에만 바위가 있을 뿐, 안돌오름은 풀밭능선입니다. 지금은 두 오름이 각각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남서쪽, 그러니까 거슨세미에 가까운 게 안쪽에 들어앉아 있어서 안돌오름[內石岳], 북동쪽에 위치한 게 그 바깥쪽에 나앉아서 밧돌오름[外石岳]입니다. 송당리에서 볼 때 마을에 가까운 쪽이 밧돌이죠.
어느 오름을 먼저 올라도 무방하지만, 주차공간이 가까운 안돌오름에서 밧돌오름 쪽으로 가는 게 무난합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비밀의 숲’이 안돌오름 서남쪽 자락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안돌오름 들머리고요.
작은 팻말이 보이는 울타리를 지나 들어서면 곧 서쪽 사면을 가로질러 정상인 북서쪽 능선으로 길이 굽어 돕니다. 능선이 부드럽고 예뻐서 걷는 기분 나는 이곳은 사방의 조망이 트여 한라산까지 훤하고, 북쪽으로 건너 보이는 체오름과의 사이 빼곡한 삼나무 숲도 장관입니다. 정상의 소박한 벤치는 백만 불짜리! 한라산과 오름과 들판이 어우러진 제주 풍광을 감상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듯합니다.
▲밧돌오름의 남쪽 능선과 안돌오름Ⓒ이승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능선
능선의 동쪽 끝에 서면 건너편 밧돌오름과 어우러진 주변 풍광에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삼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아래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오솔길이 별세상처럼 느껴지죠. 밧돌오름 사면을 따라 소들이 지나간 길이 지형도의 등고선처럼 독특한 풍광을 새겼습니다. 그 뒤로 높은오름과 동검은이오름, 다랑쉬, 돝오름, 둔지봉이 툭툭 튀어 올라 조망이 즐겁습니다.
밧돌오름은 길이 꽤 가파릅니다. 그러나 사면 곳곳에 돌이 박힌 초지대 모습이 낯설면서도 쾌적해 걷는 기분이 참 좋죠. 정상부에 몇 개의 산담이 있고, 찔레 덤불이 뒤덮은 동굴도 보입니다. 밧돌오름도 가운데 말굽형 굼부리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능선이 동쪽으로 뻗었습니다. 여전히 가없이 펼쳐지는 제주 동부 풍광에 넋이 나갈 지경이고요. 두 능선 모두 부드러운 풀밭이지만 굼부리의 골짜기는 숲이 짙습니다. 이 골짜기 상단부에 ‘돌오름물’이라는 샘이 있다는데, 능선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두 능선 중 아무 곳을 따라 내려서도 되지만 남쪽 능선이 좀 더 편합니다. 목장지대를 지나 주택단지로 터를 닦아놓은 곳을 지나면 송당리에서 ‘비밀의 숲’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를 만납니다.
▲만발한 무꽃 너머로 아끈다랑쉬Ⓒ이승태
작은 오름이 간직한 큰 감동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을 마주한 동쪽에 가운데를 살짝 누른 찐빵 같은 모양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의 제주말로, ‘작은다랑쉬’, ‘새끼다랑쉬’쯤의 뜻입니다. 다랑쉬오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굼부리 전체를 억새가 뒤덮고 있죠.
후박나무 한 그루에 무덤 한 기
다랑쉬오름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400m 들어선 후 서쪽 사면을 따라 오릅니다. 오르막이 꽤 가파르고 미끄럽지만 높지 않아서 금세 능선에 닿죠. 후박나무 한 그루가 반기는 능선 삼거리에서 양쪽으로 길이 갈립니다. 보통은 정상이 가까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굼부리를 한 바퀴 돕니다. 정상엔 세화리를 바라보며 들어앉은 무덤 한 기가 넓은 은빛 억새밭을 품고 있습니다.
가운데가 둥글게 패인 아끈다랑쉬는 전체적으로 워낙 평평하고 부드러운 형태여서 다랑쉬에서 보면 옛날 여인네들이 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는 똬리를 닮았습니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들며 치마로 흙을 나를 때 한 줌씩 떨어진 게 오름이 되었다는데, 아끈다랑쉬는 떨어뜨리다가 만 듯 자그마합니다. 둘레가 600m쯤에 굼부리 깊이는 고작 10m 남짓으로 작고 아담한 별세계를 방문한 느낌이죠. 화구는 온통 억새로 뒤덮여 가을이면 이만한 장관이 없고, 능선을 걷다가 바라보는 다랑쉬도 멋집니다.
비자림 위에 떠 있는 ‘비자오름’
-돝오름
오름 모양이 돼지를 닮아 돼지의 옛말인 ‘돝’을 붙여 ‘돝오름’이라 부릅니다. 한자로는 ‘돼지 저(猪)’를 써서 저악(猪岳)이라고 표기하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서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요. 오름공화국 송당리에서도 변방에 있는 오름으로, 비자림의 바로 뒷산입니다. 그래서 정상에서 조망하는 숲의 바다, 비자림 풍광이 압권입니다.
수십 년 전에는 이 오름도 풀밭오름이었다는데, 지금은 정상부를 빼면 울창한 숲으로 뒤덮였습니다. 아래쪽은 삼나무가 오름을 둘러쌌고, 위쪽은 소나무가 차지했습니다. 오름 자체의 높이는 129m고, 정상부엔 깊이 45m의 굼부리가 그러나 화구 둘레가 1km로 꽤 넓은 편이어서 굼부리는 펑퍼짐한 구덩이쯤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