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하심에도 불구하고, 영적인 귀가 닫히고, 영적인 눈이 감기면 전혀 깨닫지 못하는 불행이 찾아올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예루살렘이 앗수르 제국의 산헤립(Sennacherib) 왕의 군대에 포위되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을 그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실 것을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이 일은 히스기야 왕이 남왕국 유다를 다스리기 시작한 지 14년이 되던 해(BC 701년)에 일어난 일로 이사야 37장에 실제로 이뤄진 내용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1절과 2절에 나오는 아리엘(Ariel)은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히브리어인 “아리엘”(אֲרִיאֵל)을 직역하면 하나님의 사자(Lioness of El, Lion of God)란 의미인데, 야곱은 자기의 아들인 유다를 향해 “유다는 사자 새끼로다”라고 말한 적이 있기에(창 49:9), 유다 지파를 일컫는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남왕국 유다의 수도인 예루살렘을 아리엘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예루살렘에는 하나님께 제사드리는 번제단이 있기에, “내게 아리엘과 같이 되리라”는 표현은 뜨거운 불이 타오르는 번제단처럼 만들 것이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3절과 4절은 앗수르의 산헤립이 이끄는 군대가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공격하여 유다 백성이 적군의 발에 머리가 짓밟혀 땅 위에 엎드러진 채 제대로 말소리도 내지 못하는 상황을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신접한 자의 목소리 같다는 말은 신접한 자가 알아듣지 못할 말로 웅얼거리듯이 소리를 낼 것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만큼 치욕적인 상황을 겪게 될 것을 예고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앗수르의 군대를 단숨에 물리치셔서 진멸하실 것이라고 5절부터 8절까지 말씀하고 있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예루살렘을 포위하여 금방이라도 예루살렘을 함락할 것처럼 몰려들던 앗수르 군대가 하나님의 사자가 침으로 인하여 18만 5천 명이 몰살당하게 됩니다(사 37:36). 그래서 마치 바람에 나는 겨처럼 순식간에 앗수르 군대가 진멸될 것이며, 앗수르의 군대는 예루살렘을 향해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치닫던 것이 마치 꿈을 꾼 환상이 사라진 것처럼 느낄 정도로 허무하게 패배하게 될 것을 예고하십니다(7절, 8절). 그리고 하나님은 실제로 그렇게 행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유다 백성은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유다 백성을 향하여 “놀라고 놀라라”라고 말씀하시고, “맹인이 되고 맹인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9절). 엄청나고 놀라운 일에 놀라지만, 마치 앞을 못 보는 사람처럼 하나님께서 주시는 메시지를 전혀 깨닫지 못할 것임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술에 취해서 비틀거려서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깊이 잠들게 하는 영을 부어주셔서 깨닫지 못하게 하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9절, 10절). 그래서 선견자들의 영적인 눈이 감겨 제대로 깨닫지도 못하고, 분별하지도 못하게 될 상황을 예고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이 마치 봉한 책처럼 되어 글을 읽을 줄 아는 자들도 그 계시의 책이 굳게 봉해져 있기에 읽을 수 없고, 글을 모르는 자들은 당연히 읽을 줄 모르기에 읽지 못하는 것처럼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에 둔감해지고, 깨닫지 못하는 영적인 무지(無知), 영적인 어둠 속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자들이란 제사장이나 선지자들과 같은 영적인 지도자들을 빗대는 말씀인 것으로 보이고, 글을 모르는 자들이란 아마 일반 백성을 일컫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지도자나 백성이나 모두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읽지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영적인 어리석음 속에 빠져있게 된 모습을 묘사해 주시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영적인 어둠을 보시면서 유다 백성이 입으로만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하나님에게서 멀리 떠났다고 지적하시며, 그들이 하나님을 경외한다고 하는 것은 그저 머릿속의 지식으로만 남아 있을 뿐, 실제로 그들의 마음과 삶은 하나님에게 무관심한 자들이라는 것을 지적하십니다(13절). 그래서 다시 한번 놀랍고 기이한 일을 보이실 것인데, 그 기이한 일이란 지혜로운 자들에게서 지혜가 없어지고, 명철한 자에게서 총명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14절). 더 이상 하나님의 지혜를 깨닫고 가르치는 자가 없는 기이한 일이 벌어질 것이란 말씀입니다. 말 그대로 영적인 암흑의 시대가 될 것이란 말씀입니다. 남왕국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하게 되는 때의 남왕국 유다의 영적인 기상도(氣象圖)를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어쩌면 지금 점차 그러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히 걱정됩니다. 종교적인 기독교인들이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은 영적으로 둔감하게 살아갑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의 영적인 눈이 감기지 않고, 영적인 귀가 닫히지 않도록 하나님께 더욱 우리의 마음을 쏟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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