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2 주님 세례 축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15-16.21-22
그때에
15 백성은 기대에 차 있었으므로, 모두 마음속으로 요한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16 그래서 요한은 모든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21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22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새벽 세시 반 출근길. 영하 11도에 강한 찬바람으로 체감온도 영하 18도. 와~ 진짜 춥습니다. 핸들 잡은 손이 얼어터질 것 같습니다. 근데, 밥집 가는 바닷길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동해바다 위에는 이 강추위에 수십척의 배들이 불을 밝히고 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얼마나 춥고 힘들까? 우리 착한 어부들은 이렇게 힘들게 잡은 생선을 우리 밥집에 늘 푸짐하게 나누어줍니다. 진짜 감동입니다. 이 새벽시간에 또 어김없이 만나는 사람들은 환경미화원들입니다. 쓰레기 차 뒤에 매달려 가면서 쓰레기 담긴 봉투들을 바쁘게 줏어 담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추울까? 착한 환경미화원들은 정성을 담아 일년에 두 차례 꼭 우리 밥집을 도와주곤 했습니다. 역시 감동입니다.
루카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는 사건은, 그전후 문맥을 보면, 구약시대로부터 신약시대 예수 그리스도로 연결되는 구원역사의 완성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1.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 세례자 요한의 설교.(루카 3,1-18) 예수 그리스도,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는 선구자 요한의 사명 완성.
2. 요한이 옥에 갇히다.(3,19-20) 구약시대의 종결.
3.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면서, 구약의 계승과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로서의 정체성 계시.(3,21-22)
4. 예수님의 족보.(3,23-38) 하느님의 아들, 아담의 창조로부터 이어져 온 예수님의 족보. 구원의 역사의 연속성.
5. '하느님 나라'를 향한 광야에서 40일간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신 예수님.(4,1-13)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의 출애급과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목적지를 향한 광야에서 40년 유혹과 시련 상기. 그 완성.
6. 예수님의 사명 선포와 갈릴래아 전도 시작.(4,14-44)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신 예수님의 구원의 역사의 완성인 '하느님 나라' 복음선포.
7. 교회는 지금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구원의 삶을, 복음의 기쁨을 살면서 선포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에 따라.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세례자요한은 메시아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물로 세례를 베품으로써 메시아의 길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예수님께 세례를 베품으로써 자신의 사명을 다합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영, 곧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예수님 위로 내려오고, 그리고 하늘에서 말씀이 들려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직접 하느님의 사랑받는 외아들 구세주 그리스도 예수님의 정체성을 드러내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본격적으로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 구세주 그리스도로서의 사명을 시작하십니다. 메시아시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합니다. 온갖 구마기적들과 치유기적들로 하느님 나라가 다시 열렸음을 보여주십니다.
그를 알고 믿는 이들은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하느님 나라의 구원의 삶, 영원한 생명을 삽니다. 하느님 나라의 참된 행복과 기쁨, 평화와 자유의 삶,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삽니다.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이들, 곧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이 구원의 삶을 살면서 예수님께서 내리신 사명대로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 나라의 구원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믿는 우리 또한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자녀들이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들임을 실감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구원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그냥 산 것 같습니다. 태어난지 며칠만에 유아세례를 받고, 초교 2학년 때 첫영성체를 하고, 초중고 주일학교 성당 친구들은 지금도 가족처럼 만나ㅂ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도 넉넉히 하고, 과학 기술 전공 분야에서 기여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 사제가 되고자 했습니다. 한국말도 잘 못하는 외국 선교사 세사람이 가정집같은 수도원에 초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벌써 삼십구년째 그냥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록하고 싶은 대하드라마 같은 인생 여정입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느님의 큰 사랑으로 이루어진 여정임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과 만난 수많은 고마운 이웃들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여정임을 실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