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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군 연합함대(連合艦隊)
1. 서 론
- 태평양 전쟁사를 읽다보면 전쟁 내내 등장하는 일본해군 전력은 죄다 연합함대 아니면 연합함대 휘하 제 몇 함대 뭐 이런 식인데 그렇다면 일본 해군 = 연합함대인지 아니면 또 다른 뭔가가 있는 지 살짝 피곤해 지는 데 굳이 이를 파보면 저 등식은 어찌보면 그럴 수도 있고 또 다르게 보면 아닐 수도 있는 애매모호한 용어이자 희안한 관계가 성립되게 됨(무슨 군대조직이 이래?)
- 그렇다면 오늘은 군대라는 명확한 체계를 갖추고 명령이라는 확고한 실행 프로세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에 어째서 저런 애매모호 하고 이도 저도 아닌 조직 + 용어가 등장해서는 이렇게 사람을 골때리게 하는 지 살짝 한번 뒤벼 보겠음.
2. 사전적 의미
- 연합함대라 함은 원래의 사전적 의미를 따지자면 해군의 함대가 2개 이상 연합하여 1명의 지휘관에게 통솔되는 형태인 말 그대로 함대의 연합으로, 영어로는 Cominbed Fleet 라고 부르며, 적의 대규모 함대를 맞아 대규모 작전을 위한 임시적인 연합으로 이렇게 구성 되어진 대규모 함대를 지휘할 지휘관은 임시적으로 지휘부에서 따로 발령을 내거나 연합된 함대 내어서 자체적으로 선발되거나 함.
- 따라서 연합함대가 만들어져도 원래 함대는 그대로 존재하며, 목적이 달성되면 연합함대는 바로 해산하고, 각 함대는 원위치로 복귀하게 되는 조선시대로 말하면 제승방략 체제의 수군판인데 이게 꼭 구일본 해군만 있었던 독자적인 조직이 아니라 어느 해전, 어느 국가라도 전시에 대부분 존재 했었던 조직(스페인의 무적함대라던가 독일의 대양함대라던가 조선의 삼도수군통제영도 처음엔 같은 맥락)
1차 대전 당시 키엘 군항에 정박중인 독일의 대양함대 (High Seas Fleet)
- 그러므로 "연합함대"는 원래 함대의 연합이라는 일반명사지만, 일본 해군의 연합함대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그냥 연합함대라고 말하면 구 일본 해군의 연합함대인 것으로 지칭될 정도의 고유명사가 되었고 그렇게 고유명사화 되었던 만큼 벌인 짓도 많았고 꼴통 짓도 많았던 한마디로 일본 해군 입장에서 보면 애증의 조직(요새 일본우익들 중에선 이에 대한 향수가 각별한 인간들이 엄청 많은데..글쎄..그렇게나 무한사랑을 표시할만 한 그런 조직이었을까?)
3. 연합함대의 기원
1) 상비함대
- 일본의 해군은 메이지 유신 3년 후인 1870년 8월 24일에 창설되었고(이때는 쬐끄맸는지 소함대(小艦隊)라 불림..) 이후 1889년 7월 24일 함대에 대한 단독 법령인 함대 조례가 제정,7월 29일 소함대를 연함함대의 전신인 '상비함대(常備艦隊... 이후 제 1함대)'로 개편.
- 이후 9척의 구식 함선과 소형 함선을 함대로 편성하여 '경비함대'를 구성, 따라서 일단 일본 해군 전체를 놓고 보면 상비함대라는 이름의 주력함 및 신예함을 묶은 주력 함대와 경비함대(제 2함대)라는 이름으로 노후함등 2 선급 전력과 어뢰정, 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연안 함대, 두 함대가 있었음.
- 이때까지만 해도 연합함대는 종종 구성되긴 했지만 일반명사로서의 연합함대로 큰 훈련시나 임시로 편성한 것이지 정규 함대로 존속한 것이 아니었고 한동안 상비함대의 사령관이 연합함대 사령장관을 겸임(2개 함대 이상을 집합하여 연합함대를 구성할 수 있다 라는 법이 있었기에 한번씩 그래봤던 거..)
2)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 그러다 실질적인 전투 함대로 연합함대가 결성된 때는 청일전쟁의 개전 직후인 1894년으로 당시 일본 해군은 스스로 주 목표로 상정한 북양함대에(당시 최고로 겁냈던 게 청국의 신예전함 정원과 진원...) 비해 함선의 숫자와 질이 모두 부족한 상태라고 판단, 상비함대건 경비함대건 간에 가리지 말고 죄다 끌어 모아야 했었고 이에따라 경비함대를 상비함대로 편입, 이를 통합 운영하는 연합함대를 조직하자는 안이 채택되고 청일전쟁 개전 6일 만에 처음으로 연합함대가 편성됨.
일본해군이 두려움에 떨었던 청나라 북양함대 전함 정원(定遠)
러일전쟁 당시 연함함대 기함이던 전함 미카사(三笠)
- 이후 청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이나자 다시 연합함대는 해산 되었으며 다시 결성된 것은 10년 뒤인1904년 2월 8일에 일본함대가 뤼순군항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시작된 러일 전쟁 시기로 1905년 5월 27일 벌어진 쓰시마 해전 당시 도고 제독 휘하의 일본 연합함대가 러시아 흑해함대를 대파함으로써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킴.
- 러일전쟁 이후 편성 되었던 연합함대를 해산했으나 사실상 매년 함대를 연합한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그 상설화 조짐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윽고 중일전쟁이 시작되자 1933년 5월부터는 연합함대를 정식으로 항상 존재하는 상설 조직화 하였으며, 1937년부터 일본이 완전한 전시체계로 돌입하면서 일본 해군을 상징할 수준으로 위상이 올라가 태평양 전쟁에서는 일본 해군 그 자체로 활동.
3) 연합함대 상설화
- 훈련시에만 한번씩 조직되던 연합함대는 중일전쟁 전까지만 해도 연함함대 사령장관을 제 1함대 사령관이 겸직하는 구조였으나 중일전쟁 발발 이후 1933년 5월 20일에 드디어 연합함대 사령장관이 제 1 함대 사령관을 겸하는 식으로 바뀌면서 구조가 뒤집어졌고(이때부터 낌새가 보이더니..) 1941년 8월에는 제 1 함대의 제 1 전대를 연합함대 직속으로 편입시키고 곧이어 제 1함대를 겸임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위 조직인 연합함대 사령부가 정식 창설.
- 그러면서 이 조직의 장인 연합함대 사령장관이 일왕의 직속으로 배치되는 조직 상의 뻘짓거리를 벌여 겉으로 군령은 군령부 총장(해군 참모총장)에게, 군정은 해군 장관의 지시를 받도록 되어 있었으나 독자적으로 작전계획과 실행이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군령부 총장과 해군 장관의 명령까지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 해군 내에다가 "하나회"를 아예 법적으로 기구화 시키는 개삽질을 벌임(그것도 그 권한과 실질 전력이 막강한 실천적 기구로..또라이들..)
4. 연합함대의 특징
1) 옥상옥(屋上屋)의 조직
- 그때 그때 필요에 의해 조직되는 임시조직이 아니라 상설조직이므로 타국의 연합함대와는 달리 함대 위에 군림하는 조직이면서 통제하는 함대의 수와 양이 어마어마해서 사실상 일본 해군의 모든 함선을 통제하는 조직이 됨.
- 거기다 타국의 연합함대는 아무리 크더라도 해군 참모총장 밑에 있는 함대사령관의 위치지만, 연합함대의 수장인 연합함대 사령장관은 일왕의 직속으로 군령부 총장이나 해군대신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어서 전쟁 당시 일본 해군은 똑같은 해군 대장 계급의 해군장관(원래 민간 정부 몫이지만 막강한 일본 군부가 개판쳐서 지네 자리로 만든..), 군령부 총장, 연합함대 사령장관의 3각 체제가 되어 드디어 함대가 삼천포로 가는 기틀이 잡히게 됨(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여긴 선장은 없고 사공만 셋..)
- 당연하게도 현대의 국가에서는 정당한 방법으로 수립된 정부가 군대의 폭주를 막고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지휘통제상 민간 정부의 국방부 장관이 가장 우월하고, 참모총장은 그 휘하에 놓인 참모로 구성, 실제 통솔권은 민간 정부의 구성원인 장관의 몫인데
-당시 일본 해군의 지휘계통은 조직도 상으로는 서열 1위가 해군대신, 2위가 군령부 총장, 3위가 연합함대 사령장관 순이 맞는데 이는 걍 조직도 상 그렇다는 거고 실질적으로 이 셋이 동급이며, 때에 따라선 실제 전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서열 3위 연합함대 사령장관의 목소리와 파워가 가장 클 때가 많았고 이 셋이 합의가 되지 않으면 대규모 작전을 실행하기가 어려웠으며 이 중 하나가 지 맘대로 일을 벌인다 해도 다른 2인이 막기 어려움(사실 실제적으로 뻘짓 벌이는 거야 실전력을 가진 연합함대 사령장관만이 가능..나머지 둘은 걍 바지저고리들..)
- 이런 이유로 발생한 것이 미드웨이에서의 뻘짓 구렁텅이 였으며 당시 서열 1위인 해군대신 시마다 시게타로와 2위인 군령부 총장 나가노 오사미는 해군의 주요작전을 남태평양의 포트 모리스비 공략과 사모아 제도 등에 집중하려 했으나 야마모토 연합함대 사령관이 지 혼자 미드웨이 공략을 주장, 이를 못이겨 작전이 결행 되었고 이때 야마모도 사령관이 자기 주장을 관철 시키기 위해 나머지 둘이 부르짓는 남방작전에 항모 쇼가쿠와 즈이가쿠를 지원, 이노마들이 미드웨이 해전에 빠지는 바람에 항모 숫자가 미군과 엇비슷하게 되버려 미 해군에게 작살이 나는 원인중의 하나를 스스로 제공.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
미드웨이에서 쌍코피 터지는 일본해군 연합함대
- 또한 쓸데없이 비대한 조직을 보유하여 타국의 연합함대는 임시적인 조직이므로 소속 함대중 주력이 되는 함대의 함대사령관이 수장을 겸임하고, 해당 함대의 참모 및 지원나온 참모들로 지원조직을 결성하지만, 일본의 연함함대는 연합함대사령장관부터 독자적으로 임명돼서 상시 활동하며, 사령장관을 보좌하기 위해 참모장, 참모부장, 수석참모, 포술참모, 수뢰참모, 항공참모, 통신참모, 항해참모 뿐 아니라 주계장(회계담당..), 군의장, 기관장, 암호장, 기상장(일기예보 담당..많기도 하다..) 및 기타 등등 참모들에 숱한 보조 요원까지 독자적으로 임명된 후 상시 배치됨.
- 이렇게 연합함대가 상설조직이 되어 해군의 실세 최고위 사령부로 기능을 발휘하게 됨에 따라 사실상 일본 해군의 모든 함선을 다 통제하므로, 결국 일본 해군은 연합함대가 구성 되어진 원초적인 이유, 즉, 함대결전에만 몰두하는 결과를 가져 왔는데 타국 해군의 경우 연합함대를 만들더라도 통상로를 호위하는 조직이나 대잠수함 전력, 연안방어등의 임무를 맡은 함대는 편성에서 제외하여 그들이 해당 임무에 전념하도록 함으로서 균형을 잡는데
- 일본의 연합함대는 그러지 않고 항모나 전함 뿐만 아니라 구축함 잠수함은 물론 수송함 같은 보조 함선들도 닥닥 긁어 휘하에 두었기에 이들 또한 오로지 함대결전에만 매달려 실제 전쟁에 돌입한 후에는 통상로 보호나 파괴, 대잠전 등은 땔치고 오로지 연합군의 전투함만 쫏아다니는 골 때리는 상황을 만듬.
당당한 연합함대의 일원.. 잠수함 공작선 산토스마루..이런 것까지 껴야 하나?
2) 출세의 지름길
- 게다가 이노무 조직은 상설조직인데 더해서 조직 자체가 일왕 직속인지라 임명권 조차 해군부와 떨어져 있어 다 독자적으로 임명받기 때문에 일선 함대 조직과의 유연성이 극히 떨어질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함대 위에 군림하는 막강한 상부조직이므로 연합함대 직속의 장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출세의 지름길이 됨.
- 따라서 일본군 특유의 연공서열 중시가 더 강화되어 지내끼리 줄타기와 눈치보기, 짜웅하기의 첫번째 목표가 연합함대 구성원이 되는 것이었으며(게다가 여기가면 안전하다..전투하러 안가니까..-_-;;)또한 함대결전이 첫째 목표이므로 연합함대의 참모진도 포술이나 수뢰전 위주의 참모가 곧 노른자위였고, 일본 패전의 최고 원인이자 제일 중요했던 항공관련 참모나 보급, 정비 등의 참모들은 한직으로 치부 되어서 능력부족이나 줄타기에 실패한 장교들의 좌천 케이스로 활용되어(지 아무리 똘똘해도 좌천됐다고 생각되면 일하고 싶겠나?) 문제가 더 커짐.
3) 호텔 야마토
- 게다가 앞서 말한 문제에 비하면 이건 문제도 안되겠지만 이렇게 비대해진 조직이 주둔해야 되는데 처음엔 육상에 연합함대 사령부를 만들려고 했으나 함대의 지휘관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개 거지같은 관념만 확고해서 해군의 전투지휘관이 안전한 육상에서 지휘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목에 핏대를 세워, 결국 한다는 삽질이 최신 최강의 전함들을 기함이랍시고 항구에 묶어두고 거기에 사령부를 설치함(이래서 그 유명한 "야마토 호텔"이 영업을 시작..근데 나중에 미군 폭격이 심화되자 야마토는 카미카제 보내고 지네는 육상으로 토낀다는..뭐, 이런 것들이 다있노? )
1943년 트럭섬에서 여전히 호텔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
5. 결론
- 처음 창설될 때의 연합함대 사령장관은 순수한 전투부대 지휘만을 목적으로 했는데 이후로 점차 전투 지휘관에서 해상작전 전반의 총 지휘관이 되었다가 급기야는 일본 해군 그 자체가 되어 보급 부대, 육상기지 항공대, 진수부 등도 지휘하게 되는 일본 군부내에서도 무소 불위의 권력을 가진 조직이 됨.
- 이 조직이 이렇게 되자 안그래도 일본군 자체가 육군과 해군으로 나뉘어서 서로 못 잡아 먹어서 난리치던 상황에 일본 해군은 또 지네끼리 안에 거대한 파벌을 만들어 놓고 이로인해 당장 조직 내부에 최고 지휘관이 세명이나 되는데 무슨 일이 제대로 될 것이며 하물며 전쟁을 무슨 수로 이기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발생함.
- 즉, 일왕 밑에 대본영이라는 막부가 있고 그 밑에 또 다시 육군과 해군이라는 맘대로 못 건드는 봉건영주가 있으며 그 해군 밑에 다시 연합함대라는 권력이 막강한 사무라이 집단이(쌈은 개뿔도 못하면서 목소리만 큰...) 존재하는 거의 지네 봉건시대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전통을너무 지키네..20세기에 가당키나 한가?)
- 결론적으로 보면 일본이 전쟁을 수행할 때 굳이 연합함대라는 조직을 이렇게 키울 때부터 문제는 터진 것이고 이게 이렇게 되자 당장 우리의 해군본부 격인 군령부가 할 일이 애매해 졌는데 원래 제대로 된 상태라면 해군대신의 휘하에서 함대조직과 실제 작전은 군령부가 책임지고 장악하며, 연합함대는 대규모 전투시에나 상황에 맞추어서 한시적으로만 조직한 후 목적이 달성되면 해산하면 되는 것인데 이게 요상하게 되서 연합함대라는 거대 조직이 상설화 되어 더 큰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군령부는 걍 곁다리 조직이 되어 버림.
2급 조직이 된 일본 해군 군령부(軍令部)
자기네가 관장하는 함선들을 다 써놓은 당시 연합함대에서 사용되던 컵
- 이에 따라 군령부는 전쟁 기간 동안 실제 지휘할 수 있는 전투조직이 해안방어 육전대, 해안포부대, 소형 함선 일부, 항공부대 일부같은 떨거지부대에 불과하여 일본해군 내에서는 2선급 부대만 운영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나중에는 군령부가 가진 가장 큰 권력인 군령의 발령도 그걸 적용 받아야 할 입장인 연합함대와 협의해야 일본 해군 전체에 제대로 된 군령을 내릴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개 뻘짓거리를 벌임(우리로 치면 육군본부가 수도방위 사령부에 가서 이거 이렇게 명령해도 될까요? 요러고 있다는..)
- 따라서 굳이 조직 위에 조직을 처 만들고, 거기다가 해군 내부의 최고위 수장을 세명으로 만들어 배가 산으로 가고, 군대 전체의 명령권이 혼란에 빠지도록 만든 일본의 연합함대라는 조직은 완벽한 개 뻘짓이었다는 결론이 도출되므로 개인적으로는 요즘 저걸 그리워 하는 일본 우익들이 열망이 제발 좀 실현되어 자기네 자위대 안에 저런 조직을 만들어 주길 적극 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