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메디슨은 없을까 (벤처기업 실패사례)

[루루]

-제 2 메디슨은 없을까-

한국벤처의 간판 기업이었던 메디슨의 부도는 충격과 실망을 주고 있다. 메디슨이 걸어온 성공과 좌절,그 길을 걷고 있는 제2의 메디슨은 없을까? 메디슨은 왜 몰락했을까? 방만한 경영 등 여러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단기간에 급속한 성공을 이룬 기업이 공통적으로 갖기 쉬운 경영자의 오만과 독선이다.
성공한 기업은 초기에 경영자의 뛰어난 통찰력과 판단으로 또는 운이 좋아 뛰어난 성장과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런 눈부신 성공으로 경영자는 높은 인지도 및 찬사를 받게 된다. 경영관련 잡지의 표지는 그 기업 최고경영자의 얼굴로 장식되고,유수의 경영대학에선 그 기업의 성공사례를 출간 ,학생과 경영자들에게 전파한다. 이쯤 되면 경영자는 자신이 최고라는 대중매체의 미화된 내용을 그대로 믿기 시작한다. 이제 그는 각종 모임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강연을 하게 된다.
1985년 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당시 상당한 잠재력이 있었던 의료장비시장에 진출해 승승장구했다. 1999년 메디슨은 매출액 2천1백 22억원에 당기순이익 5백 14억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이민화 당시 회장은 벤처업계의 스타로 찬사를 받았다. 수많은 대내외 직책을 겸하고,각종 단체로부터 강연초청이 쇄도했다.심지어 경영학교수들에게 이론적으로 취약한 '벤처생태계'와 이를 위한 '벤처연방'의 당위성을 가르치기도 했다.
대외적인 찬사와 이에 대한 자기 합리화로 '자신이 최고'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경영자는 주변의 많은 이해 관계자들에게 '싫으면 말고'식의 행태를 보이게 된다. 의사결정또한 독단적으로 이루어져 많은 경영상의 오류를 가져오고 이윽고 그 기업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메디슨은 금융시장에서의 각종 경고를 시장과 투자자가 무지해서라며 폄하하고,'벤처연방'에 대한 비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그의 독단은 무분별한 투자,이를 위한 과도한 차입 등 많은 경영상의 오류를 가져왔다.
그러나 경영자의 '오만'과 '독선'이 가져오는 가장 무서운 결과는 주위 사람들을 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절정기 메디슨에 대한 금융권 학계 언론계등 많은 직.간접 이해 당사자들이 갖고 있던 반응은 한마디로 "어디 두고 보자"였다. 이는 메디슨이 경영상의 실수를 범해선 안되며,어려운 일이 생겨도 누가 도와 줄 것을 기대해선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기업이나 크고 작은 경영상의 실수와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이의 극복은 주위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메디슨은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휴맥스 한솔교육 세원텔레콤 등 메디슨의 전성기때 못지 않은 기업들을 보자. 스타 벤처기업인으로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은 지금도 외부 교육전문업체가 실시하는 7개월과정의 사내 경영학교육을 직원들과 함께 받고 있다.영.유아 교육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솔교육의 변재용 사장은 최근 70여명의 임직원과 함께 하루 12시간 이상 2박3일 진행된 사내 워크숍에 참여했다.누구보다 일찍 출석하고,조별 학습에서 팀의 일원으로 가장 열심히 토론과 발표를 하는 사람이 변재용 사장이었다. 최근 3년 평균 2백%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하고 있는 세원 텔레콤의 홍성범 회장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계속된 한 경영학회에 참석,발표내용을 열심히 듣고 필기했다.이유에 대한 그의 답은 간단했다."한 수 배우려고요"
"자만"과 "자신"은 다르다.
일부 최고 경영자들은 "경영진의 능력이 떨어진다"며 교육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다.즉 "나는 뛰어난데 너희들이 시원치 않다"는 것이다. 자만심을 가진 경영자다.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는 기업의 경영자는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이다.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이를 바탕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경영자다.
우리의 경영자는 어떤 경영자인가? 전자라면 우리는 메디슨의 길을 걷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 교수
박 철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