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naver.me/FV7bVkeq
https://naver.me/xQeNG9bQ
이 책이 하고 있는 말은 너무나도 선명하다.
우리의 자기 중심성은 전반적 사회에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고개를 숙이고 노동하는 자본주의의 생산적 부품이 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운명에 따라 정해진대로 말이다. 그러면 여러분은 행복해질 것이며 안전하고 문명적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 라고 생각한다면 의심하라. 어떤 식으로든 서양의 진보와 발전이라는 환상 너머를 보아야 한다. 주어진 의무대로 사고하지 말고 무언가 더 크고 나은 것의 일부가 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해야 한다!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 중에서)
라는 얘기를 400페이지에 걸쳐 10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조목조목 따져들고 있는 책이다. 어찌나 각 챕터마다 주제가 한결같은지 중반쯤 읽고 나자 그저 웃음이 났다.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작가님. 우리는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그들의 "문명화"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과학, 교육, 문자, 법, 민주주의, 시간, 국민 예술, 죽음, 공동선 -거의 우리 삶의 모든 것, 전반에 걸쳐 뼛속부터 주입된 서구사상에 길들여진 채 그들이 원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 오만가지 역사적 사실과 연구자료, 서적을 근거로 들고 있는 우리 작가님. 인도인이나 영국 국적을 취득한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수바드라 다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과학사와 철학사를 전공하고 동 대학교 박물관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이력을 십분 활용한 책인 것이다. 이동진 작가의 말대로 개인의 경험에 세계사를 녹여내어 설득력을 높였다. 아마도 작가는 "문명화"에 앞장선 영국이라는 나라가 식민 지배를 통해 획득한 여러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에서 연구자로 일하며, 영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들을 겪으며 지나치게 익숙해서 감흥이 없는 아래 문장들을 반격할 근거들을 찾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지나치게 익숙한 문장들로 이뤄진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몹시 익숙하게 받아들여왔던 이 문장들이 실은 서양문명이 옳다고 말하기 위해, 그리하여 우리를 무릎 끓 리기 위해 사용된 문장들이었다는 것.
목차
1. 누구의 말도 그대로 믿지 말라: 과학
2. 아는 것이 힘이다: 교육
3. 펜은 칼보다 강하다: 문자
4.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법
5. 민중에게 권력을: 민주주의
6. 시간은 돈이다: 시간
7. 국가는 당신을 원한다: 국민
8.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
9.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죽음
10.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다: 공동선
서양이란 바로 백인이 있는 곳이다 서양' 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서양 문명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화라는 사명'은 식민지를 건설한 국가들의 비전이자 변명이었다. 유럽의 강대국들은 세계의 나머지 지역을 단순히 자기들 것(발견주의-비기독교국가의 영토는 먼저 발견한 서구국가의 것)으로 삼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만든 문명이라는 틀을 이용해 완전히 재구성했다. 17p
이 책에는 #문명 이라는 단어가 제법 많이 나온다. 문명이라는 용어는 18세기 경 사용되기 시작한 어휘로 특히 프랑스가 유럽/ 비유럽의 차별성 혹은 문명과 야만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앞으로 살펴 보게 되겠지만, 계몽주의 시대부터 20세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명이라는 말은 새롭고 보다 구체적인 의미를 띠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이 의미를 탐구한다. 그리고 '문명'이라는 말이 어떻게 해서 결국은 '서양'이라는 말과 사이좋게 더불어 안착했는지 역사적 기 원을 추적한다.
나치즘은 인간의 광기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우생학이라는 과학에서 온 것이라는 것, 중립적인 교육이라는 것은 없으며 엘리트 특권층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이라는 것, 유럽언어인 표음문자가 문명적인 것이고 상형 문자는 비문명적이므로 덜 복잡할 것이라 생각한 서양인들과 문자화 되지 못한 역사는 암흑기로 추정되는 것, 법은 권력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민주주의는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붙인 이름이라는 것, 더 많은 노동과 이윤을 위해 착취의 정당화가 시간의 효율성이라는 것, "국민"이라는 개념은 실은 부자들에게는 전혀 의미없는 것이고 망명자나 이민자들에게만 간절한 이름이라는 것, 박물관에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기준이 뜻하는 예술의 계급, 극복해야 할 숙제처럼 여겨지는 죽음, 공동선에 희생되는 개인의 자아실현까지.
우리가 누리고 있다 생각한 모든 프레임들이 실은 서양에서 주입된 것이며 권력을 공고히 하고 사회가 돌아가기 위한 것이다. 평등하게 주어지는 거라 여기고 있지만 실은 아니라는 것. 열 가지의 프레임에 #시간 #죽음이 끼어있다는 게 좀 슬떴다. 정말 그 어떤 것도 평등한 게 없구나, 하는 실감.
법이 얼마나 유용하건 결함이 있건 간에, 법이 지닌 추상적인 속성은 정의도 추상적인 세상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저기 어딘가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처럼 여겨지도록 말이다. 그렇지만 사실 우리의 사법 시스템은 딱 이를 만들어낸 권력자들의 수준 까지만 좋거나. 아니면 나쁜 경우가 많다. 오늘날도 여전히 그렇다. 깨어 딱 그만큼까지 나서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상황은 바뀔 리 없어 보인다.159p
겉으로는 차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면야 사 람들을 원하는 만큼 차별할 수 있다는 것이 영국의 방식인 것 같다. 이런 식의 노골적인 제도적 차별은 과거의 유물이니, 안전하게 역사 속으로 보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 애석하게도 이런 상황은 오늘날에도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지속된다. 브렉시트가 일어나기는 했어도, 영국과 같은 편에서 싸웠던 국가의 후손들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에 맞서 싸웠던 나치 군인들의 (사상적인 후손까지는 아닐지언정) 생물학적 후손인 독일인들이 영국에 들어오기가 여전히 휠씬 더 쉽다. 내 얘기를 믿어도 좋다. 나도 영국과 같은 편에 섰던 사람들의 후손이니까. 249p
개인은 서양 문명의 작동 단위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은 가장 극명해진다. 교황, 황제, 왕과 왕비 같은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통치자부터 예술가, 계몽주의 시대의 위대한 사상가, 그리고 천재로 추앙받는 과학자 들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역사는 위대한 남성의 생애를 중심으로 다뤄졌고, 때로 여건이 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백인이 아니거나 남성이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뤘다. 삶,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까지, 위대한 서양의 가치는 모두 개인적인 가치들이다. 이와 함께 일종의 모순이 자리 잡는다. 서양에서는 분명히 사회적인 위계 속에서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이 있다고 여기면서도, 평둥이라는 관념이 제일 중요하다고 고집한다. 사람이 어울리는 방식은 평등이라는 원칙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기가 닥치면 지도자들은 '우리는 한배를 탔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애원한다. 346p
아무 생각 없이 비판만 하거나, 찬성만 하거나 -요즘은 대부분 둘중의 하나인 것 같다. 나는 어느 쪽일까. 의심없이 옳다고 생각해 오던 것들에 대해 시니컬하게 의문을 던지고 세계사 얘기들을 줄줄 늘어놓는 이 책은 그리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문명화가 다가 아니라, 효율과 돈이 다가 아니라 ... 우리가 지금까지 진보하느라 바빠서 잃어버렸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얘기에 밑줄 친다. 감옥이 없었으므로 범죄자가 없었고 자물쇠가 없었으므로 강도도 없었고 돈이 없었으니 돈으로 가치를 측정하지도 않았다, 라는 블랙풋족의 생활이 되려 좋은 삶처럼 보이는 지금, 우리의 자아실현이라는 개념은 자본주의와 서구화가 만들어낸 환상은 아닌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매슬로부터 아이티 사람들, 역사에 남을 만한 베냉 왕국의 금속공학자들과 예술가들, 최초의 오스트레일리아인들- 하우데노사우니와 잉카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등장한 사람들의 수많은 생각은 문명으로 가는 길에 '잃어버렸던' 강력한 생각들이었다. 어떤 비용을 치르는지는 괘념치 않은 채, 성장과 진보라는 이상을 밀고 나아가는 길에 잃어버린 생각들이었다. 만약에 기트산족이 그랬던 것처럼, 향후 일곱 세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우리가 고려했더라면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핵폭탄을 개발하는 일을 막을 수가 있었을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서양에서는 진보의 행진, 그러니까 문명의 발전이 시스템 안에 너무나 깊숙 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373p
https://naver.me/FpxMaof4
출판사 서평
머릿속 가장 깊은 곳에 심어놓은
권력의 프레임을 뿌리 뽑는다!
‘누구의 말도 그대로 믿지 말라’, ‘아는 것이 힘이다’, ‘시간은 돈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러한 말들은 믿어 의심치 않은 지혜로 우리 사회에서 수용되고 있다. ‘과학의 합리성’, ‘교육의 힘’, ‘시간의 중요성’, ‘글의 영향력’ 등을 대표하는 보편적인 신념들은 현대 문명의 성취이자,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로 공유된다. 하지만 이를 순수하게 옳은 것으로만 생각해도 될까? 오히려 너무 당연하게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그 안에 깃든 역사적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현대 문명의 성취이자, 오랜 시간 지켜온 신념으로 공유되는 열 가지 핵심 가치의 이면을 살펴보며, 이 강력한 말들 속에 어떤 ‘권력’의 프레임이 숨겨져 있는지, 역사와 우리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본다.
과학, 교육, 민주주의부터 시간, 예술, 죽음까지
열 가지 프레임을 격파하며 세계를 보는 나만의 관점을 되찾는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인 이성의 최고봉이고, 교육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교양의 중심이며, 시간은 효율적으로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원, 글은 모든 생각과 사건을 표현할 수 있는 마법의 도구… 이것이 우리의 보편적 생각으로 이를 갖추는 것을 문명화의 기본으로 간주한다. 자연스럽게 이를 갖추지 못한 사회, 사람은 야만적이고 미개하다고 간주한다. 근본적인 질문은 여기서 나온다. 우리 머릿속에 깊이 박힌 ‘과학’, ‘교육’, ‘글’, ‘시간’ 등의 개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우리가 세운 문명화의 기준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누가 확립했으며, 결정적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있는가?
근사하고 당연해 보이는 가치들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모양을 갖추고 발전하며,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의 결정적 도구로 활용되었다. 그들이 짜놓은 권력 게임의 중심엔 ‘문명과 야만’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열 가지 핵심 가치의 생성 과정을 탐구하며, 서구 권력이 어떻게 자신들의 프레임을 활용해 세계를 문명과 야만으로 나누고,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펼쳤는지 파헤친다.
과학을 독차지한 자들은 누구인가? ‘고전’은 누가 결정하며, 어떻게 제국주의의 비전이 되었나? 피라미드는 외계인이 지었다는 말에 숨겨진 뜻은? 시간은 왜 우리를 걷잡을 수 없이 조여오는가? 잉카제국의 문자 ‘키푸’가 역사에서 삭제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서구 세계가 만든 거대한 억압과 착취의 구조가 역사에, 그리고 우리 머릿속에 얼마나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 밝혀낸다.
지금 우리에겐 다른 세상을 꿈꿀 힘이 있는가?
프레임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역사책을 읽어도 소용이 없다!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지 시대로부터 현대사를 시작하여, 해방 이후엔 한국전쟁을 겪고 남북으로 갈라진 채,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서구 문물을 바탕으로 사회 체계가 형성되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선진 문명이란 명목으로 수용된 서구 세계의 사상과 가치관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고,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건 아쉽지만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은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세계의 프레임마저 그대로 내면화하여 우리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질문을 던지며, 이제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되찾자고 제안한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건 즐겁기보다는 고난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며,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이 수용해온 신념들을 바닥부터 뒤집어엎고 부정해야 하는 과정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권력의 프레임을 벗어나, 역사를 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지금, 역사를 읽는 진정한 이유와 새로운 희열이 여기에 있다고 말이다.
저자 수바드라 다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과학사와 철학사를 전공했고, 동 대학교 박물관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 인종주의와 우생학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다. 팟캐스트, TV, 라디오 등에서 대중과 활발히 접촉하며, 권력이 조작하고 숨긴 역사를 알리기 위 해 힘쓰고 있다.첫 책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은 세계사를 연대, 사건, 인물과 같은 기존의 주제가 아닌 개념 과 생각을 중심으로 풀어내며 역사 분야에 신선한 바람을 불 러일으켰다. 또한 '서구 중심주의'라는 그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진부하고 낡은 것이라 간주되던 메시지를 '프레임'과 연관시키며, 서구 세계가 만든 거대한 억압과 착취의 구조가 역사에, 그리고 우리 머릿속에 얼마나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 통렬하게 밝혀내어 찬사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