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도 오늘이 마지막이다.아직 가을이 남아있지만 오늘이 지나면 가을도 덩달아 떠날 것 같은 아쉬움
이 밀려온다. 그러다보니 젊을 때의 이런저런 가을의 추억이 생각난다.
유럽의 늦가을은 썩 좋은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구름이 낀채 종일 비가 찔끔찔끔 오는 날이 많아 음습하다.
특히 10월하순부터는 위도가 높아 오후 4시만 넘으면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아주 추운 것은 아니지만 오래있으면 습한 기운이 파고들어 느낌이 유쾌하지 않다.그래서 습기와 한기를 막
아주는 트렌치코트가 필요한 것 같다..
유럽중에서도 파리는 이 늦가을 센강변의 비오는 풍경이 가장 꿀꿀하다.비 내리는 다리위에서 강물을 바라
보면 헤어진 연인의 품이 그리워 질 수 밖에 없다. 비오는 날 옛 연인을 생각하는 노래 니노 페레(Nino Ferrer)
의 Longtemps Apres(오랜 세월이 흐른 뒤 )를 들으면 한층 더 감상에 젖게 된다.
센강에 수많은 다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연인의 다리'라고하는 '퐁네프의 다리'와 '미라보 다리'가 비교적 잘
알려져있다.'퐁네프의 다리'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 나오는 다리다.
영화 상영 이후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명소가 됐다. '미라보 다리'는 시인 아폴리네르의 시로 유명해져 센
강의 대표적인 다리로 떠올랐다.
'미라보 다리'라 해서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굳이 비오는 다리위를 걸어보기는 했다.그러나 감성이 무딘
탓인지 파리에서 여인과의 추억이 없어서인지 감흥이 더 크게 일지는 않는다.
비오는 늦가을 센강은 눈을 반쯤 감은채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를 입속으로 읊조리며 걸을 때 더 센티
멘탈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는데
나는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중략)...
하루하루가 지나고 또 한 주일이 지나고 지나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저녁 먹은 이후의 파리는 유럽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인적이 끊기는 재미없는 그저그런 도시로 변한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어둠이 깔리면 동방의 나그네들은 갈 곳을 잃는다.
호텔바에 웅크린채 꼬냑이나 위스키 잔을 홀짝이며 추억에 젖는다. 아니면 마트에서 사온 '보졸레 누보'를
들고 호텔방에 올라가 한잔 마신뒤 내일을 기약한다. 오래전 얘기지만 요즘도 이방인들에겐 크게 달라지지
않는 파리의 그런 늦가을 일 것이다.
ps:보졸레는 프랑스 브르고뉴 지방의 지명.누보는 그 해에 수확한 포도로 가장 처음 생산해 마시는 와인.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지역에서 생산한 햇와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Longtemps Apres(오랜 세월이 흐른 뒤 )를 부른 니노 페레(Nino Ferrer)는 1934년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이탈리아인 아버 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싱어송라이터이자 엔터테이너다. 1947년 프랑스로 이민 가 파리 소르본느대학에서 민속학과 고고학을 공부했다.또 음악과 그림에도 많은 관심을 쏟았다. 학업을 마친뒤 화물선에서 일하며 세계각지로 여행을 하다 파리로 돌아와 1960년부터 뮤지션의 길로 나선다.
제임스 브라운,오티스 레딩, 레이 찰스등을 신봉하며 R&B와 소울음악에 심취했다. 1965년 R&B곡인 'Mirza'에 이어 1966 년 'Je Veux Etre Noir'와 'Longtemps Apres', 1967년 'Le Telefon'이 연이어 빅히트하면서 인기스타로 자리잡는다. 이후 노래와 함께 TV 풍자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고 1970년 유명한 여배우이자 가수인 브리짓 바르도와의 염문도 뿌린다.Metro nomie (1972),Nino Ferrer And Leggs (1973),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Nino And Radiah (1974)등의 음반을 내면서 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다.
프랑스의 '제임스 브라운',프랑스의 '블루 아이드 소울'(백인이면서 흑인 음악인 R&B와 소울 음악을 하는 사람)로 불리는 프 렌치팝과 R&B의 대표주자다.1995년에 발표한 라이브음반 'Concert Chez Harry'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뒤 1998년 어머니의 죽음에 상심해 사냥총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Longtemps Apres는 1966년 앨범"Nino Ferrer'에 수록된 곡이다. 오랜시간이 흐른뒤에도 옛연인을 잊지못하고 그리워한다는 노래다. 감정을 절제한 듯한 애절한 읇조림은 다른 사람이 흉내내기 힘든 그 만의 매력이다. |
첫댓글 창으로 붉고 붉은 단풍잎...
소슬바람에 한잎,두잎 떨어져
단풍은 내 마음 곳간에 쌓여 ...
이 애통한 시월의 마지막을 온전히 홀로 맞네......
정말
아름다운 날들이 속절없이 가니 안타깝지만 ..
퇴근 후 와인이라도 한잔해야죠^^
나이가 들어가니 흐르는 세월이
새삼스럽게도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날이 산날보다 적어졌다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 거 같습니다. 술한잔하는 여유도 필요한 것 같네요...ㅎ
와인마시다 카이 생각나 혼자
울지나 않을런지 심히 걱정됩니다
@골드훅 ㅋㅋ
훅님. 웃게하시니 감사해요..
와인과 카인 ㅎㅎ
오늘 하루 폼나게 보내세요^^
지나간 날들은 모두가 그립고 아득하지요
여인의 품이던 비가 추적추적내리는 썬강이던 다리나 여인은 공간을 달리해 여전히 그곳에 있지만 시간은 다시 그곳에 없네요
시간이란 두글자는 영원히 붙잡고 싶은게 아닐까요~
과거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 사라지지않고 쌓아는 것 같습니다.
잡을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아쉽고 또 그리운 것 같네요
흐르는 강물은 세월인 것 같습니다....
가을에
왠지 쎈치해 지는건 왜 일까요?
여학생 생기면 다 낳을거라고
하실려고 했지요? ㅎㅎ
훅님, 내가 그말 하려고 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자문자답하는 거 반칙같은데...ㅎㅎ
어서 훅님에게 고백하는 용감한 여학생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걱정 좀 덜게...
우중충한 도시라 생각하니
파리는 그닥 끌리지 않는다
그런데 세느강가는 거닐고 싶다 ~~
퇴근하면 시월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중입니다
술한잔 하고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머리 풀어 헤치고
미친듯이 해드뱅 해봐요 ㅎㅎ
비오고 흐린날이 많지만 한겨울에도 기온이
5~15도사이로 매섭게 춥지않아 좋은 점도 있답니다.
센강변 한번 걸어볼만하죠,,,강변 카페에서
라떼한잔하는 여유도 부리고...
@골드훅 넹 ㅎㅎ 퇴근후 할일이 생겨서 시계만 쳐다보고 있쩌유 ㅎ
유럽의 가을을 잘 표현 해주셨네요.
글루미 선데이라고 그 우울하고 우중충한
가을이 싫어 한국의 가을이 그리워 돌아 왔는데
언젠가는 그 곳이 또 생각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리 간사하지요. ㅎ
잘 지내시고 건필 유지하세요.
유럽에서 30년이상 사신분 앞에서 주름 잡았네요..
옛날 생각이 나서 한번 써봤습니다.
오래 사셨으니 네델란드가 제2의 고향이니 당연하죠...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한스님 즐겁게 지내시고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