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mind)이란 몸(body)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정신(psych)이란 육체(soma)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영혼(soul, spirit)이란 죽은 후의 정신을 말하는 것으로 종교적 개념의 언어이다.
그러나 정신이니 마음이니 영혼이니 하는 용어는 결국 사용되는 용도만 다를 뿐 모두 뇌의 기능(활동)을 말한다. 여기서는 이들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마음>이란 단어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마음이란 우리들이 실체로서 말할 때와 기능으로서 말할 때가 있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혼란이 생긴다.
연세의대 정신과 김재진 교수는 이것을 구분해서 다음과 같이 잘 설명하여 주고 있다.
“마음을 기능으로 사용할 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마음의 정의를 따르면 편리하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음의 구성 요소로 인지(cognition), 정서(emotion), 그리고 의지 (will)를 말하였다. ‘네 마음을 모르겠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하네.’등으로 사용될 때의 마음은 마음의 인지적인 면을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상쾌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으로 사용될 때에는 마음의 정서적인 면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네 마음대로 해라.’ ‘마음이 약하다.’ 등으로 사용될 때에는 마음의 의지적인 면을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란 단어가 기능이 아니고 실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될 때에는 일원론과 이원론 등 여러 가지의 마음이론이 등장하게 된다.
과거에는 인간의 뇌는 국소적으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작은 단위로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정신작용과 관련된 뇌의 활동은 신경회로를 통해 여러 뇌영역이 연합하여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재진. 뇌영상과 精神의 이해).
정신의학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다. 그리하여 마음에 관한 입장도 창조론이 아니라 진화론을 따르고 있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마음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 진화심리학이다. KAIST 인문사회학부 장대익 대우교수는 인간행동의학연구소 2005년 춘계 심포지움에서 <행동과 마음의 진화론적 측면>이란 강의를 통해서 이 문제를 잘 설명하였다. 그의 발표 중 중요한 점만 추려서 여기 옮겨본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에 대한 계산주의 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 - 이 이론은 현대 계산이론의 아버지인 논리학자 튜링(A. Turing)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 혹은 두뇌의 소프트웨어로 이해한다 - 과 현대의 진화생물학이 결합하여 생겨난 학문으로서, 인간의 마음(mind)이 여러 유형의 모듈들(modules)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여러 유형의 적응 문제들(adaptive problems)에 직면했었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작성된 마음을 가진 개체만이 진화적으로 성공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적응문제들 - 예를 들어, 적절한 음식을 찾는 일, 짝을 찾는 (또는 지키는) 일,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일, 동맹을 만드는 일 등 - 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선택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대목이다. 이는 마치 우리의 신체가 적응적인 여러 기관들 - 예컨대, 눈, 다리, 심장 등 - 로 구성되어 있듯이 인간의 마음도 하나의 적응적인 기관이라는 뜻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이 마음을 ‘정신기관(mental organ)'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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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수렵 채집의 기간 동안 인류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해결해야만 했던 적응 문제 - 이 경우에는, 사회적 교환 상황에서 사기꾼을 잘 탐지해야만 하는 문제 - 에 대해 인간의 마음이 적응되어야만 했다. 이리하여 인간의 마음에 ‘사기군 탐지 모듈’이 생겨난 것이다.
모듈이라는 용어와 ‘인간의 마음이 모듈화 되어 있다’라는 주장은 심리철학자 J. Fodor가 철학분야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때 ‘모듈’이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 구성 인자들끼리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지만 다른 모듈의 구성원들과는 아주 미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그런 장치들을 말한다. 이 ‘모듈성(modularity)'이 진화심리학의 핵심 개념이다.
진화심리학은 마음이 상당히 많은 모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인간의 마음은, 단순한 ‘디지털 컴퓨터’라기 보다는 오히려 여러 모듈들로 구성된 ‘스위스제 군용칼(Swiss army knife)'이다. 스위스 군용칼에는 칼뿐만 아니라 병따개, 드라이버, 심지어 작은 톱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고유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도구들이 여럿 매달려 있다.”
인간의 마음이 모듈화 되어있다는 말은 인간의 마음이 뇌의 기능회로를 통해서 기능한다는 말과 같다. 뇌 기능회로의 전문가인 연세의대 김재진 교수의 말을 (뇌영상과 精神의 이해, 2007년) 빌려 뇌 기능회로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그림 1-1 참조).
“뇌의 기능영역과 기능회로는 어떻게 생성될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현대과학의 분명한 답은 유전자이다. 마음의 바탕이 되는 뇌기능 회로의 기저에는 뇌 구조회로, 뇌신경 전달물질 회로, 신경세포, 각종 단백질을 포함한 분자, 유전자 등이 순서대로 자리하고 있다.
정신질환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현상적으로 정신질환은 마음의 각종 구성요소들의 변화로 그 증상이 나타나지만, 기저에는 뇌 기능의 변화가 있다. 흔히 정신질환을 마음의 병이라 하여 신체의 병과 대비하여 말하지만,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마음의 병은 신체의 병과 분리될 수 없다. 정신질환은 뇌의 질환인 것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마음은 뇌와 몸의 통합적 활동을 통해 발현된다. 다시 말해, 의식, 정서, 욕구, 기억 등의 영향 하에 환경으로부터의 외적 자극과 신체 내부의 내적 자극을 받아들여, 뇌의 인지 활동을 거쳐 행동으로 표출하는 일종의 정보처리 과정을 마음이라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서의 마음은 실체를 가진 물질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림 1-1. 마음의 바탕구조
<김재진. 뇌영상과 精神의 이해에서 따옴>
II. 최신 뇌과학적 입장에서 보는 마음
마음이 뇌의 기능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뇌손상 환자로부터 배워서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동물실험, 뇌파검사, 기능성 뇌 자기공명영상(fMRI), 뇌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두개경부 磁氣자극방법(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등이 최근 20-30년 전쯤부터 출현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뇌의 기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로 최근에는 마음이란 뇌 안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 또는 활동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수천년 해결하지 못하였던 마음과 신체의 문제를 해결해 버린 것이다. 현재 채택되고 있는 견해는 다음과 같다.
(1)일차적인 운동과 감각기능(시각, 청각, 신체감각) 등은 국지화(localized)되어 있다.
(2)고등기능(기억, 대상 인식, 언어, 추리, 감정 등)은 뇌의 여러 영역 사이의 상호 연결의 결과로 나타난다(그림 1-2 참조).
(3) 각각 독특한 작용을 하는 다른 뇌의 영역들은 함께 작업해서 행동을 만들어 낸다.
그림 1-2. 언어기능을 위한 뇌 영역간 네트워크
<김재진. 뇌영상과 精神의 이해에서 따옴>
III. 마음이 뇌의 기능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임상적 사례들
19세기의 프랑스의 학자들에 의하여 뇌의 앞부분과 옆부분에서 언어기능에 관련하는 부위가 발견되었다. 특히 P. Broca는 뇌손상 환자의 연구를 통해 뇌 왼쪽 앞부분이 실어증 관련 부위임을 발견하였다. 이후 1870년대에 독일의 C. Wernicke는 언어의 이해를 담당하는 영역인 베르니케 영역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브로카, 베르니케 등의 연구 결과들이 축적됨에 따라 뇌의 좌우반구가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는 ‘뇌 좌우 반구 특수화’라는 현상도 연구하게 되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시의 부상당한 사람들과 일상생활에서 사고를 당한 뇌손상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뇌 손상자의 심리적 이상 특성에 대한 여러 가지 현상들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뇌의 기능에 대한 활발한 탐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은 뇌손상자의 시각, 언어, 기억의 이상 증상에 대한 계속된 신경심리적 연구 성과와 노벨상 수상자인 신경심리학자 Sperry 등의 분활뇌 연구 그리고 뇌영상 기법 등의 급격한 발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모. 2006년).
1940년대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마음이 뇌의 기능임을 보여주는 임상 사례들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 시기부터는 사고나 전쟁 부상으로 인한 뇌손상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적, 심리적 변화를 관찰하거나, 간질 환자의 발작이 확산되는 것을 막거나 완화하기 위한 뇌수술을 하면서 뇌의 부분들을 전기적으로 자극하여 그 효과를 관찰하여 뇌와 마음의 관계를 조직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하였다.
마음이 뇌의 기능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들은 뇌손상 환자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Phineas Gage라는 사례이다. 1848년에 미국 버몬트 주에서 철도공사 감독으로 일하던 25세의 Gage씨는 폭약이 든 쇠파이프를 실수로 바위에 떨어뜨렸다. 이 폭약이 폭발하여 그 쇠파이프(직경 25cm, 길이 90cm)가 Gage의 왼쪽 볼에서 전두엽 부분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는 죽지 않았으며 사고 후에도 의식이 있었다. 부축 받으며 걸어서 의사에게 데려갔더니 의사에게 농담도 하였다. 약 2주 동안 의식이 몽롱한 상태를 거쳐 그는 점진적으로 건강을 회복하였다. 그런데 그 후 그는 이전과 아주 다른 성격의 사람이 되었다. 화를 잘 내고, 무례하고, 상스러운 욕을 곧잘 하고, 자기 생각과 어긋나면 다른 사람의 충고나 만류를 참지 못하고 마치 아이처럼 굴었으며, 동물적 충동에 의해 움직이는 청년처럼 행동했다. 이후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칠레에 가서 마차를 운전하고 말을 돌보는 일을 하였다. 사고 발생 후 12년 되는 해에 간질이 발작했고 그 후 곧 사망하였다(이정모. 2006년. 그림 1-3참조).
그림 1-3. 피니아 게이지의 전두엽 손상
<김재진. 뇌영상과 精神의 이해에서 따옴>
해마가 기억에 중요 부위라는 것은 1950년대 H.M.(Henry Mnemonics의 약자. Henry란 환자의 이름이고 mnemonics란 기억이란 뜻)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 사나이의 불행한 의료사고로 알게 되었다. 이 환자는 심한 간질 환자로서 캐나다의 우수한 신경외과 의사 팀의 집도로 좌우 측두엽에 있는 병든 뇌조직, 즉 간질 발작의 진원지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 수술 후 이 환자는 전행성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환자의 기억상실을 알기 이전까지는 해마라는 측두엽 내의 구조물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었다(강은주. 2006년).
결론적으로 말하면, 뇌 손상 환자들의 뇌를 최근 20-30년 전쯤부터 발달된 뇌과학 기술을 통하여 연구함으로써 마음이 뇌의 기능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뇌를 구경도 하지 못한 데카르트의 어리석음을 우리들은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참고문헌: 강은주: 뇌의 비밀 탐구하기. 뇌를 움직이는 마음 마음을 움직이는 뇌. 성영신, 강은주,
김성일 공저. 해나무. 서울. 2006년 3월 25일. 25-63쪽.
김재진: 뇌영상과 精神의 이해. 중앙문화사. 서울. 2007년. 1-4쪽.
이정모: 뇌와 마음: 무엇이 문제인가? 뇌를 움직이는 마음 마음을 움직이는 뇌. 성영신,
강은주, 김성일. 해나무. 서울. 2006년 3월 25일. 64-97쪽.
장대익: 행동과 마음의 진화론적 측면: 진화심리학의 인간 이해. 인간행동의학연구소 2005년 춘계 심포지움 초록집. 40-60쪽.
현대 물리학적 입장에서 본 정신과 신체
강 병 조
김용정은 그의 저서 <과학과 철학>(1996년)에서 이 주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오늘날 신과학 운동의 주도자 중 한 사람인 양자 물리학자 봄(David Bohm)은 ‘데카르트와 뉴턴 이후 소박 실재론적인 원자론적 내지 기계론적 세계관은 물질과 정신을 분리해서 생각하였으나 양자역학이 나온 이래 물질과 정신의 배후에는 인도의 공(空)이나 중국의 무(無) 사상과 상통하는 숨겨진 질서(implicate order)가 있다.’고 하였다. 그는 물질과 정신이 숨겨진 질서의 세계에서는 둘이 아니라 보다 높은 차원의 실재의 양면성이라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파동입자의 상보성과도 유비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숨겨진 질서는 실험 관찰에 의해서는 증명할 수 없으며 그것은 형이상학의 기능이라고 하였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발견은 원자핵은 물질이기 보다는 일정한 전체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진동(리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큰 사건이었다. 양자(量子)는 양자장(量子場)의 파동에 지나지 않았다.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의 ‘파동-입자’의 상보성에 관한 이론이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하고, 비록 의식의 내용들이 비물질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물질적인 두뇌의 본성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데카르트가 말하는 연장실체인 물질과 사유실체인 정신을 별개의 실체로 볼 것이 아니라 동일한 실체의 상보적인 양면성이라고 보아야만 데카르트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Fritjof Capra의 저서 <現代物理學과 東洋思想>(1981)과 Naver (http://interior.kaya. -ac. kr)에서 기술되어 있는 현대물리학과 정신-신체의 문제를 여기 정리하여 보겠다.
20세기는 思考的 실증주의(논리 실증주의) 과학 세기였다. 19세기는 과학과 기술이 독립되어 있었으나, 20세기의 기술자는 동시에 대부분 과학자였다. 20세기의 가장 큰 과학의 진보를 든다면 역시 20세기 초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대 물리학의 탄생과 원자시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A. Einstein)이 발표한 1905년의 특수상대론과 1916년의 일반상대론은 고전적인 時空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고전물리학의 절대시간, 절대공간의 개념은 상대시간 상대공간의 개념으로 바뀌었고, 우주론에서는 물질-공간-시간의 연속체 개념이 도입되게 되었다.
1900년 플랑크(M. Plank)가 양자론을 제안한 후, 보어(N.Bohr)의 상보성의 원리, 하이젠베르그(W.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 슈뢰딩거(E. Schrodinger)의 파동역학, 디랙(P. Dirac)의 상대론적 양자역학 등의 업적을 통해 학문적 체계를 갖춘 量子論은 고전물리학의 엄밀성을 바꾸어 놓았고, 기계론적인 세계상을 확률적인 세계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중성, 존재확률, 불확정성 원리 등은 고전물리학에는 없는 개념들이었다.
相對性 理論과 量子 理論을 가져 온 20세기 물리학의 두 개의 발전은 데카르트적 세계관과 뉴톤 역학의 고전 물리학의 모든 기본 개념들을 완전히 부수어 버렸다. 절대 공간과 절대 시간이란 기본 개념, 기본적 고체 입자, 기본 물질, 물리적 현상의 엄격한 인과성 그리고 자연의 객관적 기술―이들 개념의 어느 하나도 이제 물리학이 추구하려는 새로운 영역에는 적용될 수 없게 된 것이다.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세계관과는 대조적으로 현대 물리학에서 나오는 세계관은 유기적, 전일적(全一的), 그리고 상대적이란 용어로 그 특성을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일반 시스템 이론의 의미에서 시스템관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주를, 무수한 분리된 객체로 구성된 기계로 보지 않으며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분할 할 수 없는 역동적인 전체로서, 그 부분들은 근본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우주의 과정의 패턴으로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연은 기본적 요소들이 구성체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통일된 전체의 여러 가지 부분 상호간의 복잡한 관계의 그물(net)임을 보여 준다. 그래서 세계는 서로 다른 것들의 연결이 교차하고 중복되며 결합하는 복잡한 사건의 조직처럼 보인다.
생물학에서의 進化의 발견은, 이 세계가 창조자의 손에 의해 완전히 창조되어 출현한 기계에 불과하다―그래서 끝없이 분석해보면 물질의 구성요소에 다다를 수 있다―는 데카르트적 개념을 과학자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대신, 우주는 간단한 형태에서 복잡한 구조로 발전하여 진화하며 언제나 변화하는 시스템으로 인정되어야 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사상이 생명 과학 분야에서 정교하게 연구되는 동안 진화 개념은 물리학에서도 발생하였다. 그러나 생물학에서는 진화란 증가하는 질서와 복합성에로의 운동을 뜻했음에 반하여, 물리학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로 무질서의 방향으로의 운동임을 뜻하게 되었다.
21세기 초반을 달리고 있는 오늘날은 20세기 전반의 물리과학 시대를 넘어서 바야흐로 생명과학 시대를 치닫고 있다. 물리학의 시대에는 모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현대의 물리학은 생명의 신비에 대해, 자연에 대해 아무 것도 해답을 주지 못하였다. 이제 우리는 전혀 다른 방향―과거의 분석적이고 논리적이 아닌 종합적이고 유기체적인―에서 생명체를 바라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대물리학에서는 정신과 육체를 구분해서 보지 않으며, 인간도 우주 속에서 진화된 존재이며 우주와 더불어 존재하는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