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족, 혈육'을 제외하고
자신만의 보물 엔트리를 꼽자면
당장 쏟아져 나올 녀석들이 수두룩하시죠?
더군다나 습득과정이라거나, 얽힌 에피소드..
함께한 시간에 비례하여
'죽어도 곁에서 보내기 싫은 녀석'이란게
한 두개 정도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항상 저의 즐거운 발걸음이 되어 주는 이 녀석.
스케쥴을 쪼게어 빈 시간 만지작 거리노라면,
기꺼이 손길을 받아주며 흡족한 결과를 보이던 이 녀석.
오랜 기다림 끝에 곁에 있어줘서 고마운 이 녀석입니다만..
애석하게도 제 엔트리 No.1은 3088 검둥이가 아닙니다.^^
언 20년 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은 가정사였기에,
당장 쓸 용돈이, 입을 옷이 마땅찮아 밖에 나가기 싫은 그런 시절도 있었답니다.
어머니는 전직 중등교사셨습니다.
어쩌다보니 부산진시장 상인들의 상품을 담아내는 비닐봉투를 소매로 시작하셨죠.
한 평 반 남짓한 공간에 저와 제 동생의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담아
'형제봉투'라는 상호로
매일 1~4층 발품팔아 봉투팔며, 한 번 배달에 몇백원의 이문을 남기셨습니다.
그리 버신 귀한 돈으로
죽자고 음악 좋다는 철없던 아들놈에게
대학 입학선물로 할부구매 해 주신 이 녀석..
(아직도 가끔은 술한잔에, '미대' 못 보내줘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당시 40만원 남짓했던 적잖은 금액을 지불했던 이 녀석..
Cort 96년식 Action Bass
처음 갖고 오던 날, 스트링 튕기며 품에 안고 잠들던 때가 엊그제 같기만 하고,
밤새며 바디 커스텀 페인팅하던 기억들...
간간히 기름발라주며 육각렌치로 넥 바로 잡아주던
이 녀석이 제 엔트리 No.1입니다.^^
돌이켜보건데,
97년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No body loves'
99년 군복무 시절 결성했던 '화력발전소'
2000년 중국 유학시절 현지 친구들과 함께했던 '好朋友'
2001년 다시 모여든 예비역들이 의기투합했던 'Potato Skin'
(당시 보컬로 함께했던 절친한 친구넘이 재작년 심장마비로, 먼저 유명을 달리 했습니다.)
(얼마전 '번개 모임 때 기회되면 심폐소생술 꼭 한 번 언급하자'고 했던 주된 이유입니다.)
2002년 졸업 전 마지막 대미를 장식했던 '푸른시월 밴드'..
2007년 다시 찾은 캠퍼스에서 잠시 가락을 울렸던 'Black Soul'
긴 시간 있는 듯 없는 듯, 곁을 지켜왔던 듯 합니다.
주머니 사정 궁할 때,
처분대상 1호로 돌아보기만 했던 이녀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낡고 정든 것에 대한 애정'을 지금껏 지켜 나갈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 건반 신들린 듯 주무르는 학부 동생에 의해
직딩 밴드 베이시스트 제의받았습니다.
밴드 이름이 '방구맛캔디'라는군요.
자우림, 럼블피쉬같은 달달한 모던락하는 밴드랩니다.^^
아직 구체적인 대상도 없이, 언젠가 하게 될 프로포즈를 대비해
단번에 OK했습니다만,
내심 또하나의 오랜 숙원 '먹고 살만할 때, 좋은 차타고 다시 음악하자.'는
그런 희망이 풀리는 것 같아, 설레기도 합니다.
간만에 군의관 가 있는 제대 얼마 남지 않은 동생이 휴가 나왔습니다.
저를 대신해 고집불통 할망구랑 신세계 매장서 데이트 중이랩니다.
순위 메길 수 없는 보물을 꼽으라면,
그래도 아직은...
늘 아들들이 죽자고 좋아하는 차들에
강원도 오세암까지 가서 공수해 온 염주 걸어주시는
이 분이 아닐까요? ^^
늦게 알게 된 건데..
강원도 오세암이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곳'이랍니다.
영혼의 친구 맥주와 교감하면,
글빨이 잘 풀리는 요상한 인격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님들 모두 즐거운 주말되세요! ^-^
첫댓글 어머니..전 모든것을 다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항상 생각하지만 전화한통하는게 뭐라고 잘안되지만 전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멋진글 잘 읽었습니다
이래저래 사연 많은 분이구만...
음악은 사람을 변하기도 한결같게도 합니다..
직밴을 할 수 있는 그 열정이 부럽네요...
앞에서 쫄래쫄래 놀고있는 아이들을 보면
많은 걸 쉽게 내려놓고 내려놓게도 됩니다..
하지만 언젠간 다시 할수 있다는 희망은 언제나
즐겁게만 합니다...
꺼내보지도 않는 기타를 병원에 가져다 두곤..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음악도 엘란도 열정을 살릴 날을 희망해봅니다...
석호씨 글이 표현이 감성적이구만요^^
그 이유가 있었네 ^^
가족보다 중요한건 없지. 정말 재주많고 인정많은 석호군! 언제나 빅토리!
헛,,,,,, ,,,,,,
스토리가 있네~멋쟁이석호인줄만 알았는데 효자군^^
모든 어머니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멋진 어머니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시는 석호님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