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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백무동 뉴스
오종락
금년은 지리산과 유달리 인연이 깊은 해다.
오늘은 올해 들어 지리산을 4번째 탐방하는 날이다. 목적지는 지리산 백무동 계곡 탐방로다. 나는 오늘 그곳을 탐방한 후 생생한 만추의 소식을 전해야 하는, 특파원의 소임도 맡게 되어 더욱 뜻 깊은 날이다.
지리산 백무동 풍광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산악회 여러 회원들과 우리 문우 세분이 함께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반월당 H백화점 앞에서 반가운 얼굴들과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반월당에서 출발하면 가는 도중 일행들을 태우는 장소가 두서너 곳이 더 있었다. 평소에는 이곳에서 많은 회원들이 차에 오르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곳에서 탑승하는 인원이 좀 줄었다. 일찌감치 지리산으로 단풍놀이를 다녀온 탓인지! 평소에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동안의 열정으로 보아, 바쁜 일정 등으로 참석하지 못한 분이 많으리라 짐작한다.
관광버스가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산악회 총무 등 운영진의 인사 말씀과 일정 소개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산악회 총무는, 오늘은 참석 인원이 좀 적어서 어깨가 처진다며, 다음에는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독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잠시 후, G산악회 부회장이신 문우 M선생님이 마이크를 잡은 후 인사 말씀이 있었다. 먼저 오늘 참석한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시며 좋은 글귀를 하나 소개하셨다. 그것은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가르침이다. 공자께서 2500년 전, 제자들을 가르친 글귀였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줘야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M선생님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그뜻을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세상사 문제의 본질과 해법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가까운 곳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니까 오늘 현재 가까이 있는 사람, 오늘 같은 버스를 탄 사람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고 잘 해 줘야 한다는 말씀 같았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고 쉬운 말 같기도 하지만, 심오한 뜻이 숨어 있는 말씀이다.
우린 일상에서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깝고 친한 사이 일수록 만만하다고 하여 함부로 대하며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나도 가족간에 이런 실수를 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고 반성하게 된다. 인간사 문제들의 해답이 어디 먼 곳에 있겠는가? 바로 눈앞부터 살펴 볼 일이다. 한학을 전공하시는 M선생님은 고귀한 말 한마디로 회원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셨다. 이로 인해, 여행을 시작하는 일행들의 아침 기분을 한결 밝고 편하게 해 주었다. 이 말씀에는 늘 수고하시는 운영진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좋은 인연으로 함께 동행하는 분들과 기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며, 나도 잠깐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밤하늘 유성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나에게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간은 나의 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때가 왕왕 있다. 그러므로 즐거운 기분만은, 내편으로 만들며 살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잘 해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깊어가는 가을 들녘을 바라보니 마음은 평화로우나 여러 상념도 찾아든다. 황금빛 옷을 두른 산과 한가로운 들판을 바라보며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을 가슴 깊숙이 느껴본다.
그동안 탐방한 지리산 산골짜기와 계곡을 떠올려본다. 지난 봄, 비를 맞으며 올랐던 바래봉 중턱에서 바라본, 철쭉의 우아한 자태와 구름에 휩싸인 산봉우리들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또 무더위가 절정이던 날, 칠선계곡의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동심으로 돌아가 물놀이하던 일도 매우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지난달 초순, 단풍이 채 물들기 전 피아골(피밭골) 탐방도, 초가을 따사로운 햇살의 기운을 받으며 계곡을 따라 거닐었던 즐거운 산행이었다.
이중에서도 오늘 탐방이 여러 면에서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래 기사를 참고하면 쉽게 알 수 있다. G산악회 부회장과 SLC방송 편집 보도본부장을 겸하고 계시는 M선생님은, 백무동 초입에서 나에게, 산행 후 백무동 뉴스 기사를 한번 써 보라고 권했다. 나는 오늘 백무동 특파원으로서 이곳의 풍광을 느낀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먼저 기상부터 소개하면, 오늘은 계절이 쾌적한 만추의 절기요! 거기다가 바람까지 살살 불어준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코끝을 스며드는 계곡의 음이온 공기는 더할 나위 없이 상큼했다. 하늘은 코발트색으로 단장하여 우리 일행에게 청명한 가을 하늘을 선물했다. 이런 날씨가 바로 최상이 아니겠는가?
또 계곡도 그동안 보았던 다른 계곡보다, 무척 넓고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가슴이 다 후련했다. 또 아름다운 물줄기가 작은 폭포들을 만들며 계속 이어졌고, 커다란 흰 바위들이 준수한 얼굴을 내밀며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특히, 계곡 물줄기는 떨어진 낙엽과 친구가 되어, 등에다 태우고 흘러가는 모습에서 자연의 순환과 상생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한 사연이 실려 있는 듯했다. 먼 곳으로 유랑을 떠나는 나그네 마냥. 끝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바위를 휘돌아 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백무동 대자연 합창단의 노랫소리였다. 나는 선경에 취해 잠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처럼, 백무동 계곡이 좋은 점은 너무도 많았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기에, 우선 위에 언급한 점을 들어 최고라고 보도하고 싶었다.
나는 현장 특파원으로서, 정확하고 생생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 동영상부터 먼저 촬영했다. 단순히 자연 풍경만 촬영한 동영상은, 특파원 뉴스의 현장감과 맛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방랑시인 ‘김삿갓’의 기분에 젖어, 즉흥적으로 몇 마디 중얼거리며 촬영했다. 동영상에 담긴 나의 목소리는 ‘시’가 아닌 특파원의 ‘현장 목소리’에 가깝다.
원고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하여 구성에는 미흡한 점이 많지만, 대자연과 대화를 나눈 목소리는 나름 의미 있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계곡에 떠내려가는 낙엽은, 백무동 만추의 맛을 더욱 진하게 자아내 주었다. 이미 카톡으로 전송한 동영상이 보여주고 있듯이, 몇 잎 안 남은 단풍잎이 하늘하늘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은, 탐방객을 정중히 배웅하는 자연의 애절한 손길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은 또 다른 의미에선 이별하는 여인의 손길이기도 하다. 늦가을 오후, 지리산 깊은 계곡에 사는 ‘백무동 여인’과 이별하는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백무동은 옛날부터 ‘지리산의 지혜로운 기운을 받기 위해, 백 명이 넘는 무당이 머물던 곳’ 이라고 하여 백무동(百巫洞)이라 하였다고 전해온다. 나도 떠나오면서, “백무동이여 안녕히”라고 인사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기약 있는 이별을 하고 나니, 허전한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백무동 탐방의 핵심 뉴스는, 내 마음의 ‘빛깔’로 전하고 싶다. 산등성이 단풍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고, 펜션 처마 끝,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에 흔들거리는 선홍색 빛깔의 곶감이 단내를 풍기며 말랑말랑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거기에 질세라, 평상에 널려 있는 홍고추가 붉은빛을 더하게 되니, 3홍(3紅)이 서로 자신을 뽐내고 있는 곳이 바로 백무동이 아닌가 한다. 거기에다 내 마음도 덩달아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자연의 3홍(3紅)에다, 내 마음 1홍(1紅)을 더하니, 4홍(4紅)이 아니던가! 이런 기분이다 보니, 콧노래 한 자락이 절로 흘러나왔다. 발걸음에다 노랫가락을 싣고 걸으니 피곤함도 몰랐다. 계속 흥얼거리며 계곡을 내려오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차장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버스에 몸을 싣고 달린 지, 30여분이 지났다. 버스는 지리산 휴게소에 멈추었다. 먼저 내린 여성 산우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수고하시는 모습을 보니 고마움이 앞선다. 순식간에 휴게소 한편에 서있는 등나무 벤치에다 어묵탕으로 저녁상을 차려 놓았다. 등나무 벤치 아래 땅바닥에는 카펫 마냥, 등나무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자연이 우리들을 위해 카펫을 미리 깔아 놓은 것 같다. 바스락,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와 하모니를 이룬다. 낙엽을 밟으며 따뜻한 어묵 국물에다 소주를 한 잔씩 곁들여 마셨다. 노곤해진 몸에 충만한 기운이 찾아든다.
여성 산우들은, “오빠! 오뎅 국물 좀 더 잡수소, 국물에다 밥 좀 말아 잡사 보소”라며 권했고, 또 “옆 벤치에선 막걸리 한 잔 더 하이소, 소주로 드릴까요”라고 하는 등 인정이 철철 넘치는 분위기였다. 시끌벅적한 게 시골 장터가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원로 회원 한 분에게 여성 총무가 날씨가 쌀쌀하다며 국을 더 잡수라고 권하자, 그분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나 많이 먹었어, 배불러! 언니들 덕에, 내가 살만 나네!”라고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등나무 낙엽은 발끝에서 계속 바스락, 부스럭거리며, 깊어 가는 가을 저녁 ‘낙엽의 노래’를 우리들에게 불러주고 있었다.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여념이 없는 회원들은, 그 소리를 무심히 지나쳤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등나무 가지 위로 저무는 가을 하늘을 쳐다보았다. 등나무 가지 끝에 걸려 있는, 희미한 그믐달이 점점 더 진한 빛으로 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이상은 ‘지리산 백무동 특파원’의 ‘탐방 뉴스’입니다. (17.11.14)
첫댓글 지리산 백무동 특파원 오기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기사를 보기전 미리 전송한 생생한 동영상과 멋들어진 노래에 많은 감흥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2탄으로 보도된 백무동 계곡의 생생한 탐방 이야기와 건우산악회 구수한 인정이 넘치는 이야기며 산행중 보고 듣고 느낀 소중한 뉴-스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좋은 뉴-스을 전달하는 특급 특파원으로 추천합니다.
그 좋은 날, 나는 다른 일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특파원의 소임 충실히 마무리 하신 것 같으네요.
특파원의 소임 충실히 마무리 하셨네요. 즐거운 나들이 축하드립니다. .
백무동 등반 소식은 카톡에 보낸 영상에서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자연을 벗삼아 산을 즐기면서 즉흥시도 읊으시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 좋은 경치와 풍광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특파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생님 참으로 부지런 하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오교수님 전직이 파리 특파원 출신 같습니다. 백무동 그좋은 풍광을 사진으로 부족하여 현장 영상을 잘 정리하고 실감있게 전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백미는 동영상, 글속에 담을수 없어 아쉬움이 있습니다.지리산 백무동 뉴스 넘 고생하셨으며 오랫동안 회자될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지리산의 단풍과 여름계곡을40대에 다녀왔으니.지금도 더덕구이,감자전,막걸리가 있는지.지금은 평지를 걸어도 숨차니 ...그래도 가보고 싶습니다. 특히 백명이 넘는 무당이 머물던 곳이라니 신령한 기를 받아오셨겠네요. 속세를 잊고 무아의 경지에서 우주와 주파수를 맞춰 완전 사차원에 머물 수 있는 곳이라니 ! 맑은 계곡물소리 들려오고 고운 단풍잎 하늘하늘 떠내려가는 모습 보입니다. 쓸쓸한 이별의 계절 가을이 그곳에선 빨간 이별이었군요. 읽으며 내마음도 붉어집니다.
자연을 벗하여 여러곳을 다니시는 선생님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그속에서 글감도 생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지 못한 분께 동영상도 보내주시어 늦가을에 아름다운 정취를 함께 느끼게 하심은 어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선생님의 독보적인 영역입니다. 앞으로도 특파원 뉴스에 눈과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G산악회 백무동 산행에 함께 하지는 못했습니다. 산악회의 훈훈한 정은 변함이 없군요..늘 사진으로 남겨주시고 유쾌한 웃음으로 동행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백무동 계곡에서 떠나는 가을과 노래와 시로 작별하는 동영상도 잘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좋은 수필로 산행기록을 남겨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지리산 백무동 현장을 취재하느라 동분서주하던 특파원 모습이 선합니다. 덕분에 나도 그 대열에 끼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산악회 회원들이 출발하는 모습부터 끝날 때끼지 전개과정을 묘사하니 실감이 납니다. 수고했습니다.
뜻있는 산행 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지리산 백무동에 내가 다녀온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보고서를 작성하셨습니다
특파원 임무 수행하시느라 고생하신 교수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늘~♡ 복된 삶 누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