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서 버튼만 누르면 5분 안에 사망하는 이른바 '조력 사망' 캡슐..
한 달여 전 스위스에서 처음 사용돼 60대 미국인 여성이 숨졌습니다.
스위스는 조력 사망을 폭넓게 허용하는 나라지만, 이번 캡슐 사용과 관련해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송락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휠체어에 탄 채 산소 호흡 장치를 부착한 70대 남성.
말기 암 환자로 심장 질환까지 앓던 이 남성은 4년 전부터 '조력 사망'을 준비해 왔습니다.
[재키 가바도스/조력 사망 신청자 :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입니다. 제가 배우자를 잃은 상태라는 것도 말해야겠죠. 그래서 결정하는 게 더 쉬웠습니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뜻을 존중한다면서도 복잡한 심경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크리스토프 가바도스/조력 사망 신청자 아들 : "힘든 건 아버지가 미리 (임종) 날짜와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안다는 겁니다."]
스위스는 의사 조력 사망이 가능한 국가 중 하나로 유일하게 외국인의 조력 사망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1년에 1,500여 명이 선택할 정도로 조력 사망이 빈번하게 이뤄지지만, 한 달여 전 조력 사망 캡슐을 이용해 60대 미국인 여성이 사망하자 격렬한 논쟁이 일었습니다.
대상자 선정이 자의적이었고, 기존 약물 주입이 아닌 캡슐 내 질소 가스 주입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에리카 프레지크/조력 사망 지원 단체 '라이프서클' 대표 겸 의사 : "(조력 사망 캡슐의) 질소 가스와 관련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지 아닌지를요."]
스위스 의학협회는 최근 조력 사망 시행 전 반드시 의사와 2차례 면담을 거치도록 관련 지침을 강화했습니다.
조력 사망 캡슐 단체 측은 운영자 등이 수사를 받게 되면서 캡슐 사용을 잠정 중단했지만 지금까지 371명이 사용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조력 사망 캡슐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스 베른에서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