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당사자인 생산자 뺀 채 한국화원협회와 ‘상생협약’
체결 땐 꽃 소비위축 가속화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화원협회(회장 박운호)가 ‘대형마트·편의점 꽃 취급 제한’을 골자로 하는 ‘상생협약’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어 생산자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화원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중기부의 권고로 10월부터 이달 초순까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들을 4~5차례 만나 상생협약에 들어갈 사항을 논의했다. 박운호 회장은 “대형마트의 화훼 판매코너 운영 금지, 편의점의 꽃 취급 점포수 제한 등을 주로 논의했다”며 “골목상권인 영세 화원(꽃집)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상생협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중기부는 2020년 1월 ‘식물 및 화초 소매업’의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심의한다는 계획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월말 화원협회로부터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받아 실태조사한 내용을 7월말 중기부에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심의가 통과되면 유통업체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훼류를 취급할 수 없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대형마트·편의점 등의 화훼 판매코너는 전국 4545곳에 이른다.
생산자단체는 펄쩍 뛰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생산자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상상협약이 추진돼왔고, 그것도 12월이 돼서야 밝혀진 데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강성해 한국화훼농협 조합장은 “상생협약이 체결되면 소비자의 꽃 구매 접근성이 떨어져 소비부진이 가속화될 게 뻔한데, 그마저도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회장 김윤식)는 17일 정부대전청사 중기부를 찾아 상생협약 추진 내용을 생산자단체에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김윤식 회장은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반대 서명운동과 대규모 집회 등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형식 농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20일 aT센터에서 한국화훼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9 화훼산업발전방안 세미나’에서 “2025년까지 화훼류 생산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대형마트·편의점 등에 화훼 판매코너를 확대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중기부의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김 과장은 구체적 계획을 묻는 본지의 질의에 “상생협약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농식품부 차원의 정리된 의견도 아직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