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야구장에서 관전해야 제 맛이다!
야구는 응원석에 앉아서 목이 쉴 때 까지 소리를 질러도 좋고, 지정석에서 맥주 한잔을 곁들여 느긋하게 있어도 좋다. 어쨌든 야구는 야구장에서 볼 때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야구팬들은 다른 방법을 통해 야구장의 열기를 전해들을 수 밖에 없다. TV나 라디오 중계가 있다면 현장의 상황을 바로바로 알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동현 기자 / sakers11@hanmail.net
90년대 중반까지는 700 ARS 경기속보 서비스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야구장 본부석에는 700 서비스 캐스터들이 꽤 많이 앉아 있었다. 90년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는 PC 통신을 통해 간단한 문자중계를 제공하는 구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필자는 PC통신 하이텔을 이용했는데, 서울연고 두 구단의 포럼이 개설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문자중계가 제공되었다.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이 폭넓게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에 이르러 인터넷을 이용한 문자중계가 각 구단 홈페이지에서 제공되기 시작했다. 2005년 현재는 각 구단 홈페이지는 물론, KBO 공식 홈페이지, 다음,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도 실시간 경기 속보를 제공하고 있다. 야구장에서 보는 것 보다는 재미가 덜하겠지만, 당장의 경기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되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각 구단의 자체 문자중계와 KBO 공식 문자중계는 경기 진행 상황을 팬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을 기술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KBO 홈페이지의 문자중계는 KBO 공식기록원이 경기장에서 기록입력 프로그램에 경기 상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적당한 텍스트로 변환되어 표출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유격수 땅볼이 나오면, 공식기록원이 프로그램에 ‘6-3’이라고 입력하게 되고, 이것이 자동으로 ‘유격수 땅볼 아웃(유격수 - 1루수 송구 아웃)’이라는 텍스트로 바뀌어 팬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의 문자중계도 같은 시스템을 이용한다.
반면에, 각 구단의 문자중계는 같은 유격수 땅볼이라도 현장의 입력 요원이 어떻게 텍스트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팬들에게 천차만별의 메세지가 전달된다. ‘유격수가 2루 베이스 위에서 타구를 건져 1루에 송구, 간발의 차로 타자 아웃, 아깝습니다.’와 같은 코멘트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LG와 롯데가 1승씩을 나눠가진 뒤 화끈한 타격전으로 진검승부를 펼친 5월 26일 경기 후, 잠실구장에서 LG트윈스 홈페이지 문자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구혜원 씨를 만났다.
이동현 기자(이하‘이’) :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구혜원 씨(이하‘구’) : 안녕하세요. LG 트윈스 홈페이지 문자중계를 맡고 있는 구혜원입니다.
이 : 문자중계를 맡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구 : LG 트윈스 홈페이지 '쌍둥이 마당'에 공지가 올라온 것을 보고 바로 지원서를 냈어요. 야구장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도전하게 됐습니다.
이 : 야구를 원래 좋아하셨나요?
구 : 그럼요. 1993년 포스트시즌으로 기억하는데, 야구를 좋아하는 사촌동생과 TV 채널 결정권을 놓고 가위바위보를 했어요. 저는 그때만 해도 스트라이크, 볼이 뭔지도 모르는 야구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다른 채널에서 방송하는 영화에 더 흥미가 있었거든요. 제가 가위바위보에 져서 야구를 보게 됐는데, 그날 LG 선발투수였던 김태원 선수의 투구 모습을 보고 단번에 야구팬이 되었습니다. 그 때 가위바위보에서 진 것,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이겼더라면 아마 지금까지도 스트라이크가 뭔지 몰랐을걸요?
이 : 문자중계요원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구 : 경기 시작 한 시간 정도 전에 야구장에 나와서 시스템을 세팅하고 선발 라인업을 입력합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투구 하나하나마다 코스와 투구속도, 결과를 입력하고, 적당한 코멘트를 달기도 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경기 상황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아요.
이 : LG 트윈스 홈페이지 문자중계의 장점은?
구 : 야구장에 오지 못한 LG팬들이 경기장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자세하게 중계를 하기 때문에 팬 여러분들이 많이 이용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TV 중계에서 편파 방송을 하면 난리가 나지만, 여기서는 편파 중계가 오히려 당연하지요. 중간중간에 LG를 응원하는 코멘트도 들어가고.. 그런 부분이 LG팬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이 : 문자중계를 하게 되어 좋은 점은?
구 : 무엇보다 좋아하는 야구를 좋은 자리에서 마음껏 볼 수 있는 점이 최고의 메리트죠.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경기 상황을 신속하게 전해준다는 뿌듯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참, 구내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선수들 보는 것도 좋아요. (웃음)
이 : 그럼 반대로, 힘든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구 :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날씨 때문에 고생을 좀 했어요. 5월초까지는 꽤 추웠거든요. 특히, 이 자리(문자중계석)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있어서.. 요즘은 좀 낫지만, 시범경기 할 때는 정말 얼어죽는 줄 알았어요. 한여름에는 이 자리가 가장 더운 자리라고 하던데, 걱정이에요.
이 : 실수한 경험은 없나요?
구 : 너무 많죠. 시스템 이상으로 중계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제가 입력 실수를 해서 중계가 잘못되는 경우에는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민망합니다. 입력기에 제대로 입력만 해주면 별 문제가 안생기는데, 한번 잘못 입력하기 시작하면 경기 끝날 때 까지 꼬이거든요. 한번은, 7회초 상황을 8회초에 입력해 버리는 바람에 7회초 공격이 비어 있는 채로 넘어갔어요. 이런 경우에는 경기 끝날 때까지 수정이 어렵거든요. 경기 중간에 들어온 팬들이 황당해 할 모습을 상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이 : 특히 기억에 남는 일 또는 경기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구 : 아무래도 우리 팀(LG 트윈스)이 짜릿하게 승리한 경기가 기억에 남죠. 2주 전에 한화랑 할 때 였는데, 3점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성열 선수가 대타로 나와서 3점홈런을 쳤어요. 결국 그 이닝에서만 6점을 몰아쳐서 3점차로 이겼죠. 야구팬들은 명승부나 대기록 달성 장면을 경기장에서 직접 보고싶어 하잖아요. 그 상황을 입력하면서, '이 소식을 보고 팬들이 얼마나 좋아할까'를 생각하니 더욱 기뻤습니다.
이 : 올해 LG가 몇 등정도 할 것 같으세요?
구 : 부상선수들이 언제쯤 복귀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외국인 선수들의 분발도 필요하고.. 일단 4강에 들어가면 단기전 승부니까 어느 팀이든 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승을 바라고 있죠. 제가 야구팬이 된 바로 다음해에 LG가 우승을 했는데, 그 후로 10년 동안 우승을 못 해 봤어요. 올해에는 LG의 우승을 꼭 보고 싶네요. 그 장면을 직접 중계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겠고요.
이 : 마지막으로, 월간 야구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구 :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야구 전문 잡지가 생겨 기쁩니다.‘월간 야구’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야구잡지로 장수하길 기원합니다. 저도 매달 꼭 사볼게요. (웃음)
하필이면 이 날은 LG가 롯데에게 대역전패(8:0에서 11:13으로 역전패)를 당한 날이었다. 이 경기를 본 LG 트윈스 팬이라면 누구나 처참한 기분을 느꼈을만큼 어이없는 패배였다. 경기가 역전되는 순간, 인터뷰를 연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구혜원 씨는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경력은 이제 두달 정도 밖에 안 되지만, 구혜원 씨는 자신의 일에 남다른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프로’였다. 앞으로 LG 트윈스 문자중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첫댓글 얼굴좀 보여주지...
월간야구 7월호에는 나와있는데 홈피엔 뒷모습만 있네여...
얼마전 두산전..프로야구100년전시회때 엘지부스에서 뵌분맞나??? 사진찍고있는데 몇가지물어보신다고 하시길래 잠깐얘기나눴었는데 문자중계하시는분이라소개하시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