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가 이 글을 커피숍에서 노트북으로 읽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금속, 플라스틱,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노트북은 약 50W의 전력을 소모하면서 1과 0으로 이루어진 기다란 정보의 배열, 즉 비트를 변환해 일정한 패턴의 점으로 화면에 표시한다. 그동안 독자의 두개골 안에서는 단백질, 소금, 물로 이루어진 끈적끈적한 덩어리가 노트북보다 훨씬 적은 전력을 사용해 화면에 나타난 패턴을 글자, 단어, 문장으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인지한다.
컴퓨터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뇌도 쉽게 처리하는 이미지 인식, 낯선 장소에서의 방향 탐지 등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 매우 비효율이다. 연구소나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있는 컴퓨터는 그런 과제를 수행할 수 있지만 규모가 너무 크고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소모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프로그래밍을 해 주어야 한다.
숫자가 아닌 논리를 처리하는 컴퓨터
최근 구글은 고양이와 사람의 얼굴을 영상에서 정확히 인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고성능 프로세서가 무려 1만 6000개나 동원됐다.
뇌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새로운 컴퓨터 칩은 이처럼 인공 컴퓨테이션과 자연 컴퓨테이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다시 말해 엄청난 속도로 논리연산을 수행하는 회로와 진화를 거쳐서 실제 세계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이에 반응하는 메커니즘 사이의 격차를 줄일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경과학 및 칩 제조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포유류의 뇌와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형 기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뇌신경 모방(neuromorphic)’ 칩이 발전하면 지금까지 주목을 많이 받으면서도 미해결 상태에 머물러 있던 인공지능 프로젝트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떤 환경에서도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나 음성으로 명령하면 비서 역할을 해 주는 스마트폰 등이다.
다멘드라 모다 IBM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컴퓨터는 계산기의 후예로, 숫자 처리에 능하다. 반면에 뇌는 실제 세계에서 진화했다”하고 말한다. 모다 연구원의 IBM 연구팀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1억 달러를 들여 추진하는 프로젝트 시냅스(Synapse)에 따라 포유류의 뇌를 모방한 컴퓨터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시험 모델은 이미지를 유효하게 처리하고 생명체의 학습 과정과 유사하게 새로운 기능을 습득하는 등 뛰어난 초기 성과를 보였다. IBM은 이처럼 뇌를 모방한 칩에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위한 툴도 개발했다. 역시 시냅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HRL연구소 연구팀이 개발한 시험 모델은 조만간 소형 로봇 비행장치에 장착되어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능력을 습득할 예정이다.
컴퓨터의 핵심은 CPU와 RAM
뇌를 모방한 칩은 현대 컴퓨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카버 메드 캘리포니아공대 교수에 의해 1980년대 초반부터 진화하기 시작했다. 메드 교수는 초고밀도집적회로(VLSI)라는 컴퓨터 칩을 설계하는 방법을 고안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덕분에 반도체 업체들은 전보다 훨씬 복잡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프로세서의 계산 능력은 폭발하듯 증가했고, 컴퓨터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물건이 되었다.
하지만 컴퓨터업계는 1945년에 고안된 하나의 모델, 폰노이만 구조(Von Neumann Architecture)에 의존해 왔다. 헝가리 출신 수학자 요한 폰 노이만의 이름을 딴 이 구조는 일련의 명령을 선형 방식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스마트폰부터 슈퍼컴퓨터까지 오늘날의 모든 컴퓨터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은 단 두 개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데이터 및 데이터 처리 방식에 따른 명령을 저장하는 임의접근기억장치(RAM)다.
CPU는 RAM에서 명령을 불러오고, 이어 그 명령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불러온다. 명령이 수행되고 나면 그 결과는 RAM으로 다시 전송되고,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데이터를 병렬 처리하는 멀티코어 칩도 이와 같은 선형 프로세스를 동시에 여러 개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접근법은 일련의 선형식 논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 및 논리학 이론을 뿌리로 한다. 하지만 대규모 데이터, 특히 이미지나 소리와 같은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태생의 한계도 있다. 컴퓨터업계는 성능 향상을 위해 일련의 명령을 더욱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칩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그런데 칩의 처리 속도가 빨라질수록 칩에서 발생하는 폐열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에 효율성과 냉각 문제가 대두되었다.
올해로 79세가 된 메드 명예교수는 이미 1980년대 당시 폰노이만 구조보다 효율 높은 칩 설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메드 교수는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실에 앉아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당시 메드 교수는 수백만 개의 명령을 병렬 처리하는 칩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런 칩이 개발된다면 영상 또는 소리와 같이 구조화되지 않은 대용량 정보를 유효하게 처리함으로써 새로운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크기는 작아지고 전력 사용의 효율성은 높아지면서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칩이 설계될 것으로 보였다. 이런 구상이 가능하다는 증거는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메드 교수는 “우리가 생각한 칩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바로 동물의 뇌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런을 디지털화할 수 있을까
뇌가 병렬 컴퓨팅을 할 수 있는 것은 전기 작용으로 활성화된 뉴런이라는 세포가 쉬지 않고 동시에 활동하기 때문이다. 뉴런은 실처럼 생긴 축삭으로 긴밀하게 이어져 있고, 시냅스라고 불리는 연결 구조로 서로의 전기신호에 영향을 준다. 정보가 들어오면 뇌는 데이터를 처리해 동시다발로 스파이크를 발생시키고, 이는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 전달된다.
예를 들어 독자가 이 문단에 사용된 단어들을 인지하는 것은 눈을 통해 입력된 정보에 의해 뇌에서 특정한 패턴의 전기 활동이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신경조직이 물리 성격으로 유연하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면 시냅스는 뉴런들에게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서로 비교해 조절함으로써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 이것이 학습의 핵심 프로세스다. 컴퓨팅 용어로 표현하면 스스로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대규모 병렬 시스템인 것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오늘날까지 계속 사용되는 기존의 구조를 설계한 폰 노이만도 뇌를 모방한 컴퓨팅의 잠재력을 직감했다는 사실이다. 1957년 그가 사망하고 1년 후 출간된 미완성 저작 ‘컴퓨터와 뇌(The Computer and the Brain)’에서 폰 노이만은 뇌의 크기, 효율성, 능력을 컴퓨터와 비교하며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신경계에 대한 수학 연구가 심화되면 수학과 논리학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완전히 변화할지도 모른다”라고 쓰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메드 교수가 폰 노이만과 같은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뇌를 모방한 컴퓨터를 만들려는 시도가 전무했다.
메드 교수는 “당시 ‘어떻게 하면 그런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전혀 실마리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실토했다.
뇌신경 모방 칩의 등장
메드 교수는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뉴런이 어떻게 데이터를 처리하는지 연구해 결국 1980년대에 처음으로 뇌를 모방한 기기를 만들어 뇌신경 모방 칩이라고 불렀다. 평범한 트랜지스터들을 초저전압으로 작동시켜 형태상 뉴런들의 집합과는 매우 다르지만 기능은 유사한 피드백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메드 교수는 이런 방식을 활용해 망막과 달팽이관의 데이터 처리 회로를 모방하여 사물의 가장자리와 소리 신호의 특징을 인식하는 칩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칩은 실제 활용이 어려웠고, 칩 제조 기술의 한계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뇌신경 모방 컴퓨팅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불과한 상황에서 메드 교수는 다른 프로젝트로 눈을 돌렸다.
그는 “시작할 때 생각한 것보다 힘들었다. 파리의 뇌는 별로 복잡해 보이지 않지만 사람이 개발한 칩이 지금도 할 수 없는 과제를 충분히 수행한다.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라고 회상했다.
26만 2000가지의 뇌 신호 인식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근처 알메이든에 위치한 IBM연구소는 실리콘밸리에서 가깝지만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 컴퓨팅산업의 기반에 해당하는 근본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좋은 위치라 할 만하다. 연구소에 닿으려면 알메이든 초입의 목련나무 길을 지나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3㎞ 정도 올라가야 한다. 연구소 건물은 280만 평이 넘는 삼림 보호구역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연구원들은 넓고 기다란 복도를 조용히 거닐면서 각자의 과제 생각에 잠긴다.
이곳에서 모다 연구원은 폰노이만 구조에 대한 컴퓨팅산업의 의존성을 깨기 위해 DARPA가 지원하는 두 연구팀 중 하나를 이끌고 있다. 기본 접근법은 메드 교수와 유사하다. 뉴런처럼 작동하는 부품으로 실리콘 칩을 만드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 비해 신경과학과 칩 제조 기술이 훨씬 발전했다는 점이다.
모다 연구원은 습관처럼 눈을 감은 채 깊이 숨을 들이쉬며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결국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메드 교수는 때를 잘못 만난 셈이다”라고 조용하게 말했다.
IBM연구소는 트랜지스터 6000개를 사용해 뉴런이 전기 스파이크를 발생시키는 것을 모방하고 이러한 ‘실리콘 뉴런’ 여러 개를 연결해 뇌신경 모방 칩을 만드는 방식을 사용한다.
모다 연구원은 이와 같이 뇌를 닮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뇌의 주름진 바깥 부분, 즉 피질에 관한 연구에 천착했다. 피질은 부분마다 언어 제어나 운동 제어와 같이 다른 기능을 하지만 모두 뉴런 100개에서 250개로 이루어진 덩어리, 즉 마이크로칼럼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다 연구원은 마이크로칼럼 역할을 하는 구조를 자체 개발해 2011년 공개했다. 여기에는 실리콘 뉴런 256개와 그 사이의 시냅스 연결 26만 2000개의 특성을 정의하는 메모리가 포함되어 있다. 크기는 옷핀의 머리보다 약간 크다.
이러한 시냅스들을 정확히 프로그래밍하면 실제 뇌의 뉴런과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반응하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칩을 문제 해결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컴퓨터에서 프로그래밍해 해당 칩의 시뮬레이션을 구축한 후 실제 칩에 옮겨야 한다. 칩이 손으로 쓴 숫자를 0부터 9까지 인식하고, 나아가 사람이 디지털 펜으로 어떤 숫자를 쓰려고 하는지 예측하는 데 성공한 실험 결과가 있다.
또한 칩의 네트워크를 프로그래밍해 퐁(Pong)이라는 비디오게임을 실행하도록 만든 실험도 있고, 칩이 무인 비행 장치를 제어해 도로의 노란색 중앙선을 따라 IBM연구소까지 이동하도록 만든 경우도 있다. 이 정도는 기존의 소프트웨어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보통의 경우에 비해 훨씬 적은 코딩, 전력, 하드웨어만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다 연구원은 이제 더욱 복잡한 칩의 초기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이 칩은 신경 시냅스 형태의 코어 회로를 일종의 기초 피질 구조에 붙인 것으로, 뉴런 역할을 하는 단위를 합하면 100만 개가 넘는다. 지난해 여름 IBM은 모듈 단위의 코딩을 기반으로 하는 뇌신경 모방 프로그래밍 구조를 발표하고 코어렛(corele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프로그래머가 미리 제공되는 메뉴에서 코어렛을 선택해 결합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리콘 시냅스와 뉴런을 직접 조작하는 수고를 덜어 주기 위한 것이다. 이미 영상에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부터 루트비히 판 베토벤과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을 구별하는 것까지 다양한 과제를 담당하는 코어렛 150개 이상이 설계되어 있다.
IBM연구소에서 남쪽으로 480㎞ 떨어진 곳에서는 DARPA 프로젝트로 뇌를 더욱 정밀하게 모방한 칩이 개발되고 있다. 샌타모니카 산맥 언덕에서 말리부를 내려다보는 HRL연구소다. HRL연구소는 휴에어크래프트에 의해 처음 설립되었으며, 지금은 제너럴모터스와 보잉의 합작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연구소 입구에는 잉어가 노니는 연못과 야자나무, 바나나나무가 있어 마치 할리우드 전성기의 호텔 같은 모습이다. 이곳이 휴연구소로 불리던 1960년에 최초로 가동된 레이저를 기념하는 명판도 있다.
창문이 없는 실험실 벤치 위에는 나라얀 스리니바사 연구원이 개발한 칩을 중심으로 전선이 동그랗게 연결되어 있다. 칩에 포함된 실리콘 뉴런 576개의 활동은 일련의 스파이크, 즉 실리콘 뇌의 뇌파 형태로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다. 이 칩은 IBM의 칩과 마찬가지로 뉴런 및 시냅스 역할을 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HRL연구소의 칩은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뉴런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데이터에 노출되면 시냅스 형태의 연결을 변화시킨다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칩이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다.
HRL연구소의 칩은 뇌의 학습현상 두 가지를 모방하고 있다.
하나는 다른 뉴런에서 신호가 도달하는 빈도에 따라 신호에 대한 뉴런의 민감성이 변화하는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조금 복잡하다. 학습과 기억력을 뒷받침하는 현상으로 알려진 ‘스파이크 타이밍 의존 가소성(spike-timing-dependent-plasticity)’이다. 뉴런이 자신과 유사한 신호 전달 활동을 보이는 뉴런에 높은 반응성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뉴런 여러 개가 구조 상 협업할 경우 이들 사이의 연결은 강화되고, 사용 빈도가 낮은 연결은 그 반대로 약화된다.
칩의 시뮬레이션 버전은 시험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HRL연구소의 칩은 IBM의 칩과 마찬가지로 퐁을 실행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게임을 진행하는 방법이 아니라 막대를 움직이고 공을 감지하는 법과 함께 슛이 성공한 경우에는 보상, 빗나간 경우에는 불이익을 각각 피드백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을 뿐이다. 뉴런 120개로 구성된 칩은 처음 실력이 형편없었지만 다섯 판 정도가 지나자 매우 능숙하게 게임을 해 나갔다.
스리니바사 연구원은 “게임하는 방법을 프로그래밍할 필요는 없다. 단지 ‘잘했어’, ‘잘 못했어’라는 피드백만 주면 칩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 또는 막대가 추가되거나 상대방이 생길 경우 칩은 신속히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접근법을 활용하면 이동하면서 방향을 찾는 방법을 배워 나가는 일종의 ‘어린이’로봇을 만드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스리니바사 연구원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대로 포착할 수는 없다. 시스템이 직접 환경에 대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학습 과정을 거친 로봇을 복제하면 학습 내용도 그대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복제 이후에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일부 남겨 놓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로봇이 손상될 경우 스스로 적응하거나 지형에 따라 걸음걸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모형비행기 적용 예정
뇌신경 모방 컴퓨팅의 이러한 비전은 내년 여름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HRL연구소는 칩을 날개가 달린 손바닥만 한 비행 장치인 스나이프(Snipe)에 장착할 계획이다. 사람이 비행 장치를 무선 조종하여 일련의 방을 비행하는 동안 칩은 비행 장치의 카메라와 여러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취합하게 된다. 그리고 칩에는 특정 시점에 ‘이곳에 주목하라’는 의미의 신호가 주어진다. 스나이프가 해당 방에 다시 들어갔을 때 칩은 조금 전에 받은 메시지를 기억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라이트를 켜야 한다. 원래 이 정도의 인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비행 장치라도 엄청난 전력과 컴퓨팅 용량이 소모된다.
생물체와 닮은 지능 지닐 수 있나
시냅스 프로젝트로 개발된 칩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칩의 규모를 키우기만 하면 뇌처럼 고차원의 능력을 지닌 기기가 탄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일각에서는 과연 생명체와 동일한 능력을 보유할 만큼 모방이 가능할지에 의심을 품고 있다.
스파이크 타이밍 의존 가소성을 발견한 신경과학자 헨리 마크람 박사는 모다 연구원의 뉴런 네트워크 시뮬레이션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비판해 왔다. 마크람 박사는 뇌의 능력을 제대로 모방하려면 분자 수준까지 시냅스를 모방해야 한다고 본다. 뉴런의 행동은 수십 개의 이온 통로와 수천 개의 단백질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시냅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가 있고 모두 비선형 또는 무질서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마크람 박사의 견해에 따르면 실제 뇌와 같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특징을 하나하나 모방해야 한다.
DARPA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두 연구팀은 뇌의 복잡성을 그대로 옮기지 않아도 유용한 칩을 만들 수 있으며, 앞으로 칩이 개량되면서 생명체와 훨씬 비슷해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HRL연구소는 실리콘 뉴런이 마치 실제 뇌처럼 자신의 발화 빈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함으로써 칩을 개선하려고 하며, IBM연구소는 짧은꼬리원숭이의 대뇌피질 여러 영역 간의 연결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개발한 뇌신경 모방 칩에 장착된 코어 사이의 연결을 개량하고 있다.
모다 연구원은 이러한 연결이 높은 수준의 뇌 기능을 발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개선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도 연구팀의 칩들은 극도로 복잡한 실제 뇌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HRL연구소가 멤리스터(memristor)라는 독특한 장치를 사용해 고밀도 메모리 실험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마이크로칩 1㎠ 안에 실제 뇌처럼 시냅스 연결 100억 개를 포함시키는 것은 앞으로도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뇌신경 모방 설계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대부분과 큰 차이가 있다. 어쩌면 이러한 칩은 완전히 새롭고 낯선 형태의 지능이라고 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계산능력 향상과 알고리즘 강화라는 기존의 접근법은 더 이상 확장성이 없다.
외부 보조 기기와 연결된 인공지능과는 별개
재커리 렘니오스 IBM연구소 연구전략수석은 사람들이 얼마 안 있어 지금은 낯선 이러한 칩에 익숙해지려고 할 것이라고 본다. 대기업 상당수는 이미 새로운 종류의 컴퓨테이션 지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계산능력 향상과 알고리즘 강화라는 기존의 접근법은 더 이상 확장성이 없다. 이미 이런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렘니오스 수석은 대표 사례로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와 구글의 무인자동차를 든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사례는 주위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그다지 고차원의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 구글 무인자동차는 방향 탐지를 위해 사전 제공되는 지도 데이터에 크게 의존하고, 시리는 음성 인식과 언어 처리를 위해 먼 곳에 있는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확연하게 지연된다.
현재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최전선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채택한 심층학습(deep learning)이라는 분야가 있다. 심층학습에는 보통의 컴퓨터 구조에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뉴런 네트워크의 기초를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구글이 고양이 얼굴을 인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도 이 기술을 통해서다. 하지만 여기에는 뉴런 네트워크의 시뮬레이션 가동과 데이터 입력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컴퓨터 클러스터가 동원되어야 한다. 뇌신경 모방 기기가 발전하면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에 연결하는 것이 비실용일 경우 거대한 시설을 유효한 소형 기기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IBM은 이미 뇌신경 모방시스템 활용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은 복잡한 학습과 실시간 패턴 인식을 필요로 하는 보안영상 처리, 금융사기 예측 시스템이다.
국방 분야에서 드론에 적용될 가능성 높아
뇌신경 모방 칩이 언제, 어떻게 사용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폰노이만 구조로 이루어진 기기와 함께 사용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숫자 처리는 여전히 필요할 것이며, 이미지 분석과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스템 역시 기존의 컴퓨터를 함께 활용하면 작업이 유효하고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때 뇌신경 모방 칩은 실제 뇌에서 여러 영역이 특정 과제를 독자로 수행하는 것처럼 정해진 과제의 해결을 위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최초 모델은 컴퓨팅 역사에서 항상 해 온 것처럼 미군에서 가장 먼저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DARPA에서 시냅스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길 프랫 박사는“이 프로젝트는 신비로운 마법 같은 것이 아니다. 단지 에너지와 성능 사이에서 새로운 교환 관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구조를 고안하는 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프랫 박사는 특히 무인항공기에서 이러한 기술이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뇌신경 모방 칩이 지형지물과 목표물을 직접 인식하면 지금처럼 이미지를 처리하기 위해 기존의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인 항공기는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영상을 전송하는 대신 ‘지점마다 사람이 한 명씩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메시지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컴퓨터 칩의 전망에 대해서라면 메드 교수와 폰 노이만도 흔쾌히 동의할 것이다.
|
첫댓글 데빌님 저 돈없어요 돈꿔줘요 카페 가게... 근데 5월29일 우리 모이거든요 오시는게 어때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