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 = 루시퍼? = 루시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보면 전혀 성경과 관계없는 내용들이 마치 성경의 이야기인양 세간에 알려진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오늘 페친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흔히들 악마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는 "루시퍼" 라는 존재가 실제로는 성경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악마는 "사탄(Satan)" 이라고 불려지는 우두머리격 존재와 그외 이름없는 군소 마귀들이 있을 뿐입니다. 사탄이라는 말의 뜻은 "대적하는 자" 라는 의미이지만, 유대교 및 기독교에서의 사탄은 타종교와는 달리 절대자에게 종속된 열등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탄의 이름으로 "루시퍼" 라는 것이 있습니다만, 사실 lucifer 는 사탄의 이름이 아닙니다. 흔히들 그렇게 오해를 많이 하는데, lucifer 라는 단어의 본 뜻은 라틴어로 lux(빛) + fero(가져오다) 라고 하여 "빛을 발하는 존재"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새벽별(샛별)" 을 지칭하는 단어로 많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시절에 라틴어를 쓰는 로마제국의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어두운 밤하늘에 새벽별과 같이 빛나는 존재라는 뜻에서 그리스도를 "lucifer(루치페르)" 로 불렀으며, 그 당시에 부활절 전야 예배때 불려지던 라틴어 기도문을 보면 그리스도를 "빛나는 새벽별(lucifer)" 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도 천주교회는 물론 정교회와 성공회, 루터교회 등에서도 부활절 전야 예배에 그대로 사용합니다. 다만, 바티칸에서 드리는 미사에는 전통적인 라틴어 기도문을 사용하며 그외의 경우는 자국어로 번역하여 사용한다는 것만이 다르지요. 그런데 요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천주교 비방 동영상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공개적으로 루시퍼를 찬양했다" 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그 증거물로 나오는 장면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라틴어 기도문이더군요. lucifer 라는 단어가 나오는 해당 문장에 대한 엉터리 번역까지 곁들여서.. 그것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그 동영상을 작성한 사람은 라틴어와 초대교회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했을 것입니다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사실인양 퍼져나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인은 천주교 교리에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천주교인 친구들은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말도 안되는 엉터리 내용으로 천주교를 비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에는 사탄의 이름이 "루시퍼" 라는 내용이 없습니다. 사탄이 곧 루시퍼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이사야서 14장 12절의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샛별)이여" 라는 구절에서 계명성이 사탄을 뜻하며 영어 킹제임스 성경에서 계명성을 Lucifer 로 명시했기 때문에 사탄의 이름은 루시퍼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뿌리깊은 오해가 있습니다. 일단 상기 구절은 악마가 아닌 바벨론 왕에 대한 경고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상기 구절을 히브리어 원문으로 찾아보면 계명성에 해당하는 단어가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 "헬렐(새벽별, 샛별)"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따라서 원문을 참고하면 이 부분은 이름을 뜻하는 것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가타역 라틴어 성경은 히브리어 "헬렐" 을 샛별을 의미하는 단어인 "루치페르" 로 번역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중세 시대 몇몇 학자들이 이사야서 14장 12절을 사탄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석하기 시작하면서 (명백히 잘못된 해석이나 이에 대한 신학적 비판은 생략함) 라틴어 성경(중세때는 라틴어 성경만 썼으므로) 의 루치페르라는 단어가 사탄의 이름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단테가 신곡 "지옥편"에서 루시퍼라는 악마를 묘사하면서 유럽전체에 퍼져나갔으며, 여기에 덧붙여서 루시퍼는 하나님의 천사장인데 그가 타락해서 악마의 우두머리가 되었다는 유대교의 전설이 중세시대에 완성되고 퍼지면서 16세기가 되면 "루시퍼 악마설"은 유럽인들의 머리속에 아예 일반상식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17세기 초에 영국에서 번역된 킹제임스 성경은 그 당시 유럽에 이미 널리 퍼져 있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여 이사야서 14장 12절의 "헬렐" 을 새벽별이라는 뜻의 영어 morning star 로 번역하지 않고 "Lucifer" (그것도 대문자로... 라틴어 성경은 그나마 소문자였는데..) 로 번역하여 사탄의 이름이 루시퍼라는 오해를 각인시키는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헬렐" 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Lucifer 라고 쓴 것은 킹제임스 성경의 대표적인 오역들중에 하나입니다. 킹제임스 성경보다 먼저 번역되었던 루터의 독일어 성경에서는 "Morgenstern" 으로 정확하게 번역이 되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NIV 나 NASV 등의 새로운 번역 성경에서는 morning star 로 정확하게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만, 이를 두고 킹제임스 성경 옹호론자들은 도리어 그 번역이 잘못되었다면서 그렇게 번역하면 사탄과 그리스도가 구별되지 않는다는 억지 주장까지 펼칩니다. (여기에 대한 반론은 지면관계상 생략합니다) 따라서 사탄의 이름이 루시퍼라는 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내용이 아니며, 루시퍼는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적인 단어일 뿐입니다. 정말로 이사야서 14장 12절의 "계명성"이 사탄을 뜻하는 단어라면 라틴어 번역본의 단어를 가지고 말할게 아니라 차라리 원본인 히브리어 성경에 사용된 단어 "헬렐" 이 사탄의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더 설득력있게 들릴 것입니다.
- 곽규호 페이스북에서 옮김 - |
출처: 하나님의 뜻 원문보기 글쓴이: 朴龍鎭입니다
첫댓글 예 그렇습니다.
사14:12의 헬렐이 사단의 이름이라면 ""헬렐""을 그대로 옮겨 사용했어야 합니다.
성경에서 이처럼 고유명사라 주장되는 말씀이 번역자에 의해 전혀 다른 이름으로 번역된 곳이 또 있는지요
또한 헬렐은 고유 명사가 아닙니다.
사단의 이름 중에 고유명사가 아닌 이름이 있는지요?
샛별이란 단어가 나올때는?
이 단어가?==>the morning star 인지, 그냥 morning star 인지 구별해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the morning star는?==>오직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을 나타내며(벧후1:19, 계2:28, 계22:16절)
예수님은?==> 광명한 그 새벽별!
그냥 morning star는?==>그냥 천사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천사들은?==> 그냥 새벽별!
루시퍼는?==> 천사들중의 하나라서 이사야 14장에서는 그리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