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8세기 말의 어느 작은 섬에서 결혼을 앞둔 귀족 여성과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의 짧은 사랑을 그린다.
공교롭게도 이 이야기에 남성은 없다. 의도적 거세다. 마리안느가 그린 첫 번째 초상화가 모종의 이유로 실패로 돌아가자 어쩔 수 없이 혼자 밀라노행을 택한 엘로이즈의 엄마가 집을 비우면서, 이 작은 섬은 어느새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두 여성과 그들의 하녀 소피(루아나 바야미)의 낙원이 된다. 엘로이즈의 아버지는 부재하고, 미래의 남편이 될 인물은 엘로이즈 자신도 “밀라노에 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존재하며,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하녀 소피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애초에 호기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성의 사랑, 여성의 삶이 그동안 무수히 메일 게이즈(남성적 시선)를 통해 묘사되어온 예술계의 한계를 직시한 셀린 시아마 감독은 피메일 게이즈(여성적 시선)를 정의하기 이전에 우선 그것이 절대다수인 상황부터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극중 마리안느가 그리는 작품은 프랑스에서 유화작업을 하는 여성 작가 엘렌 델메어가 그렸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단순히 영화에 쓰일 그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여성 화가 델메어 특유의 화풍이 영화에 섬세히 담겼으면 했고, 델메어는 자신의 시선을 살려 아델 에넬의 특징을 포착했다. 시아마 감독은 델메어의 손도 일부러 출연시켰다. 여성성의 매우 다층적이고 복잡한 면모들을 켜켜이 쌓고 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뒤에는 이를 흉내내거나 모방할 필요가 없는, 훌륭하고 또 보편적인 여성들이 있었다.
(* 영화 속 모든 그림을 그린 작가 Hélène Delmaire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helenedelmaire)
셀린 시아마 감독은 제57회 뉴욕영화제에 배우들과 참석해 “화가와 모델의 관계, 신화적인 뮤즈의 의미를 재해석하려고 했다. 여성에 대한 페티시로 점철된 뮤즈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잘 안다. 모델이라고 해서 그녀가 예술의 완성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지성이자 협력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라고 간결히 요약했다.
모델을 향한 화가의 시선이 응당 허락되고 용인된 권력이라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사실 화가 자신보다 더 많은 시간과 집중력으로 상대를 향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쪽이 모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낭만적으로 바로잡는다. 힘과 권력이 동등히 분산된 두 여성의 시선 아래서, 그들은 자유로운 연인이며 대상화되지 않은 서로의 협력자다.
글 출처
http://m.cine21.com/news/view/?mag_id=94722
에서 띄엄띄엄 따왔습니다
‼️스포일러 싫어하시는 분들은 영화 꼭 보고 전문 읽ㄱ를 추천드려요
‘착취하지 않는 응시로 고양된 예술’
http://m.cine21.com/movie/minfo/?movie_id=55336#_enliple
Portrait de la jeune fille en feu (2019)
첫댓글 이거 잼있어 ㅠㅜ
존잼 ㅜㅜ 영상미도 멋져
또보러가야지 무장하고 간다.
하말넘많에서 이 영화얘기하는 영상있는게 그거 보고 또봐여겠다는 생각이 강렬해짐ㅋㅋ
22 나도 봤는데 진짜 영업아닌 영업이였음.....
정말 너무 좋아하는 영화...
영화보면서 그렇게 소름 돋았던 적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어 영상만 봐서는 한없이 잔잔하고 조용해보이지만 그 속에 있는 강렬함은 여느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이 독보적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