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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미 소속/직책 : ㈜엠케이차이나컨설팅 상무이사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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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및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장비 투자 현황
지난해 한국의 디스플레이 장비업계는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디스플레이 패널업계 불황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2023년 그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트(DSCC)는 소비자 수요 악화를 주된 이유로 제시하면서 2023년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 규모가 2012년 이후 최저인 38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였다. 디스플레이 수요는 팬데믹 기간에 가전 및 IT제품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이후 약화되었고,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등 요인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한층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22년 하반기에는 대다수 패널업체가 손실을 보는 결과가 초래되었다.1) 이러한 산업 환경은 패널업체의 설비투자 지연 또는 보류로 이어지고 있어, 2023년 디스플레이 장비업계의 시장 전망은 ‘암울’하다.
그런데 중국 패널업체들의 움직임은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의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는 반면, 중국 패널기업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에 힘입어 대규모 설비투자를 추진하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는 우리 장비기업의 수출실적 실현에 긍정적 신호로 풀이된다. 2022년 중국 디스플레이 장비시장 규모는 약 82억 3천 4백만 달러로 글로벌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2) 중국은 2015년 이후 LCD 생산 규모를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꾸준히 진행하였고, 2021년 한국을 추월하여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2023년 현재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정책 하에 고(高)세대 LCD 생산라인 확충은 물론 OLED, Micro/Mini LED 분야에서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향후 몇 년간 대규모 장비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패널기업인 BOE는 이미 쓰촨성 청두와 면양, 충칭에 3개의 플렉시블 AMOLED 6세대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8.7세대 OLED 청두 생산라인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장비시장 현황과 주요 기업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공정은 Array(생산비중 약 69%) – Cell (약 17%) – Module (약 14%)의 3단계로 나뉜다. 이중 Array 공정에는 증착, 코팅, 노광, 현상, 식각, 박리 장비가 투입되고 Cell 공정에는 증착, 봉지장비가 투입된다. Module 공정에는 편광판 부착장비, 본딩장비, 접합장비가 사용된다. 동시에 LCD 및 OLED 기판에 이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세정장비가 사용되고, 공정별 검사장비도 투입된다.
패널 주도권이 상당부문 중국으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핵심장비의 경우 아직 경쟁이 가능한 설 자리가 남아있어 우리나라 장비기업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중 중국산 점유율은 아직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Array 및 Cell 공정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핵심 장비는 한국, 미국, 일본 등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4) 한편 필자가 분석한 중국 패널기업의 디스플레이 장비 낙찰정보(2020년 7월 ~ 2022년 2월)에 따르면, 중국업체는 주로 기술 장벽이 비교적 낮아 시장진입이 용이한 세정, 검사 및 Module 단계에서 사용되는 본딩 및 접합장비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정장비 시장의 경우 선전이텐(深圳易天), 선전진퉈(深圳劲拓) 등 다수 로컬기업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한국업체 DMS와 중국 웨이하이 자회사가 메이저 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DMS는 글로벌 Wet Cleaner 시장점유율 50%로 약 18년 이상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업체로 BOE, CSOT, 티엔마, 비전옥스 등 중국의 메이저 패널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해당 회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위치한 자회사를 통해 장비를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웨이하이 자회사는 2022년 매출액 198,770,703천원, 당기순이익 3,983,492천원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장비는 중국 로컬업체의 점유율이 높은 영역 중 하나다. CINNO Research에 따르면 2021년 중국 검사장비 시장 규모는 약 59억 위안이며, 이중 Cell 및 Module 광학검사장비 시장이 약 21억 위안(점유율 약 36%)에 달하며 중국 TOP3 업체(화싱위엔촹[华兴源创, 32%], 징처전자[精测电子, 23%], 징즈다[精智达, 13%])의 점유율이 약 68%에 달한다. 2022년 이후 개시된 TFT-LCD 및 AMOLED 생산라인 신축·증축 영향으로 검사장비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약 92억 위안으로 성장하고, Cell 및 Module 공정용 광학검사설비 시장 규모도 같은 기간 26억 위안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5) 시장발전에 힘입어 다수의 중국업체가 진입하여 경쟁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AMOLED Array 공정 및 Cell/Module 공정 전체 검사분야에서 경쟁업체로 급성장한 ‘징처전자(精测电子,JINGCE ELECTRONICS)’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AMOLED Array 검사장비 시장은 HB Tech, Yang Electronic, DIT, Orbotech 등 외국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징처전자’가 국산화 개발 및 제품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징처전자는 2006년 4월 후베이성 우한에 설립된 회사로 BOE, CSOT, HKC, 티엔마 등 패널업체에 AOI 광학검사시스템, OLED 테스트시스템 장비 등을 주로 공급한다.
Module 공정에서 사용되는 편광판 부착장비, 본딩장비, 접합장비(Laminator) 시장에서도 중국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다. 선전롄더(深圳联得), 선전이텐(深圳易天), 선전진퉈(深圳劲拓), 선진선커다(深圳深科达), 선전신산리(深圳鑫三力) 등 선전시 소재 로컬기업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선전이텐(ET MADE)는 2010년 일본과 한국이 독점한 접합시장에 중국기업 최초로 진입하였고, 현재 편광판 부착장비, 접합장비 및 세정장비의 중국 국산화를 주도하는 대표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시장과 달리 Array 및 Cell 공정 단계에서 사용되는 핵심 장비 영역의 경우 여전히 미국, 일본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식각 및 증착장비는 Applied Materials, 코팅장비는 Toray Engineering과 Tokyo Electron, 노광장비는 캐논과 니콘, 증착장비는 Cannon Tokki, 박리장비는 DMC의 웨이하이 자회사가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몇몇 업체가 핵심장비 원천기술 개발과 양산체제 구축 성과 또는 투자계획을 발표하여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먼저 노광장비 분야에서는 ‘상하이마이크로전자(上海微电子装备, SMEE)’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국가과학기술부, 상하시정부가 공동으로 설립을 주도한 하이테크 기업으로 중국 국산제품 개발과 양산체제 구축에 매진하고 있고 IC프론트엔드 패키징 등 다양한 공정 수요에 부합하는 노광장비 계열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사와 비교하여 노광장비 기술경쟁력은 여전히 상당히 취약한 편이나 강력한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여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착장비는 최근 기술 성과가 가장 많이 발표되는 분야이다. 일본업체가 압도적인 우위를 나타내고 있으나 중산카이쉔(中山凯旋)이나 허페이라이더(合肥莱德)가 독자 기술을 개발하여 제품 개발 및 양산 준비에 착수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중 중산카이쉔은 클러스터형 증착기, Micro-OLED 연속 증착기, 조명용 OLED 연속 증착기 3개 유형의 증착설비를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다.6) 또한 BOE가 투자하여 중국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SINEVA도 2022년 10월 자체 연구‧개발하여 제작한 중국 최초의 실리콘기판 OLED 증착설비 양산을 발표한 바 있다.7)
중국 디스플레이 장비시장 전망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공급망 구축에 필요한 핵심 장비의 경우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고 국산화율이 낮은 상태이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디스플레이 장비시장에서는 미국과의 분쟁 여파로 인한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도체,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수출 제재가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확대되는 경우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및 주도적 시장지위 강화에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OLED 핵심 제조설비에 대한 대중 수출을 제재하는 경우 중국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필수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노광, 증착, 박리 등 설비를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없게 되고, OLED 생산능력 확충에 급제동이 걸리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향후 디스플레이 핵심 장비를 대상으로 하는 자국 내 공급망 구축과 양산을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핵심 장비 및 중점기업에 대한 재정 보조, 금융지원, 생산요소(토지, 인력 등) 지원, 세제지원 등 각종 우대혜택을 지속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쓰촨성 청두시는 올해 2월 노광, 현상, 식각, 증착, 검사, 포장 등 설비 및 그 부품의 제조 프로젝트에 고정자산 1억 위안 이상 10억 위안 이하 투자기업에 최대 투자 규모 3.5%(800만 위안 한도)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하였다.
TFT-LCD 패널 주도권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동반한 생산능력 확충을 통해 빠르게 중국으로 넘어간 사례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쏟아지는 산업의 경우 매우 단시간 내에 ‘중국 로컬기업의 기술개발과 자가 원천기술 확보 →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한 생산라인 구축 및 양산 → 중국 패널기업 공급망 진입과 점유율 확대 → 해당 장비시장에서의 주도권 및 선도기업 지위 유지’의 단계를 거쳐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TFT-LCD 생산능력은 이미 대부분 중국으로 이전되어 한국, 대만, 일본 업체는 더 이상 LCD 라인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중국이 유일하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OLED 영역에서도 중국의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요 패널기업은 생산라인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장비기업들의 중국 패널기업 공급망 진입은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과제가 되어 버렸고, 급성장한 중국 장비기업과의 경쟁은 세정, 검사, 모듈 공정 장비를 넘어 현상장비 등 Array 및 Cell 공정 장비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우리 장비기업에게는 분명한 위기의 시그널이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생산장비 국산화가 아직까지 충분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충분히 이용하여 우리 기업의 기술력 향상, 제품 경쟁력 제고,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 기업은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정부와 산업계는 디스플레이 장비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 방안 마련과 더불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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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년 장비 투자 전망 2021년 이후 최저치 기록”, DSCC, https://www.displaysupplychain.co.kr/blog/(방문일: 2023.4.19.)
2) “IT OLED 패널, 재도약의 기회”,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KDIA 중국 디스플레이 이슈 리포트 VOL4. 53p
3) 2023년 1월 9일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에스에프에이가 1,421억원 규모의 공장자동화장비 납품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전후공정 장비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 “중국발 투자 훈풍…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들썩인다”, 파이낸셜뉴스, 2023.01.08.
4)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설비 시장동향, KOTRA 해외시장뉴스, 2021.10.27.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430&CONTENTS_NO=1&bbsGbn=254&bbsSn=254&pNttSn=191261, 검색일:2023.4.19.)
5) “至2024年国内新型显示检测设备市场规模超92亿元,强势占领市场”, CINNOResearch, 2022.04.17. (https://baijiahao.baidu.com/s?id=1730351395806854090&wfr=spider&for=pc, 검색일:2023.04.19.)
6) 중산카이쉔 홈페이지 조사하여 정리(https://www.kxvac.com/detail.php?id=334, 검색일:2023.4.19.)
7) “零的突破!国内首台在合肥诞生!”, 허페이신문, 2022.10.16.(https://zhuanlan.zhihu.com/p/575871310, 검색일:202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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