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진시황릉이 발견되었을 때 그 엄청난 규모에 또 세밀한 표현력에 세상이 모두 감탄
했습니다.그런데 한 술 더 떠. 뭔가 좀 안다고 하는 일부 몇몇층들은 "마치 살아숨쉬는 듯
그 표정들이 진지하고 특히 그 많은 병사들 모습이 각기 다 다르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고
말들을 합니다.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근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드라마와 K-Pop 이 있습니다.그런데
모 방송국의 K-Pop 가수를 선발하는 프로에서 후보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박 모씨)의
말이 걸작입니다.당시 그 모 여자 후보가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불렀는데 두 차례에 걸
쳐 부른 그 노래의 음감이며 모든 것이 지난번 노래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평가입니다.그러
면서 그 심사위원 박모씨는 "휘트니 휴스턴은 열차례 부르면 열차례 다 노래가 틀리다".즉,
백이면 백 다 틀려야 특색있는 노래라는 것이지요. 과연 그럴까요?
여러분들이 만일 조각가라면,틀에다 찍어내지 않는 한,수많은 병사들을 똑같이 만드는 것
이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마찬가지로,가수 역시 비록 같은 노래라 할지라도,마치 레코드 판
에서 흘러나오는 것 처럼 똑같이 부를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정말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유태계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언젠가 직원 한 분이 '사라사데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이란 곡을 연주한 '사라 장'을 언급하기
에 제가 비교해서 들어보라고 '하이페츠'를 소개했었답니다.그러더니 그 두 곡을 비교해 듣
고 나서 그 직원은 감명받아 새로운 바이올린의 세계에 눈뜨게 되었지요.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크라이슬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의 기쁨'
으로 유명한 데,세인들이 평가하기를,바이올린에 있어 "크라이슬러가 왕이라면 하이페츠는
선지자이다.그리고 나머지는 다 연주자에 불과하다" 했다 합니다.그 하이페츠가 유독 즐겨
연주한 '막스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있습니다.오륙십년 대에 걸쳐 하이페츠는 11년
의 격차를 두고 두차례 녹음을 했는데 놀라웁게도 그 연주가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정도
로 유사했다고 합니다.이건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지요.이런 것이 바로 놀라운 것이지,일부
세인들이 평한 진시황릉의 각기 다른 모습의 병마용과 가수출신의 박모씨가 말한 휘트니 휴
스턴의 열차례 노래들이 다 다르다고 한 것이 놀랍다는 것은 좁은 안목이지요.
이번에 놓고 가는 詩는 고려말 충신 목은 이색의 '부벽루'로 우리민족의 대표적 한시 두수
가운데 하나입니다.그 하나는 일전에 제가 올려드린 정지상의 '대동강'으로 세인들에게는
이상하게 '송인'으로 알려져있습니다.분명히 다른데 말이지요.그래서 이참에 이 두수를 함
께 올려봅니다.송인은 이쁜 김영의님의 답글에 올렸습니다.
大 同 江 ... 鄭 知 常
대 동 강 정 지 상
雨 歇 長 堤 草 色 多하니,
우 헐 장 제 초 색 다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르른데,
送 君 南 浦 動 悲 歌라.
송 군 남 포 동 비 가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大 同 江 水 何 時 盡고,
대 동 강 수 하 시 진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別 淚 年 年 添 作 波라.
별 루 년 년 첨 작 파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浮 碧 樓 ... 李 穡
부 벽 루 이 색
昨 過 永 明 寺라가,
작 과 영 명 사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
暫 登 浮 碧 樓라.
잠 등 부 벽 루 잠깐 부벽루에 올라왔네.
城 空 月 一 片이오,
성 공 월 일 편 성은 비어있고 달은 한조각,
石 老 雲 天 秋라.
석 로 운 천 추 천년의 긴 세월이 묻어나는 저 돌...
麟 馬 去 不 返인데,
인 마 거 불 반 인마는 가고 돌아오지 않는데,
天 孫 何 處 遊오.
천 손 하 처 유 천손은 어드메에 계시는고?
長 嘯 倚 風 磴하니,
장 소 의 풍 등 길게 휘파람 불며 바람 부는 돌난간에 기대서니,
山 靑 江 自 流라.
산 천 강 자 류 산은 푸르고 강물만 도도히 흘러가는구나.
*후기: 기실 이 부벽루을 제가 가지고 있는 한시집에서 찾아 올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허나 그래도 만전을 기하고자 넷을 뒤져보니 해석도 제각각인데,더더욱 곤
란한 점은 모 교육방송에서 대입 수험생들을 대상으로(한자는 제외) 일일이 설명했다는 점
입니다.이 부벽루는 평양 대동강변 모란봉 기슭에 있으며 인마(麟馬)란 동명성왕이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상상의 말입니다.또,그 때 밟은 돌이 바로 넷째 행 '석로운천추'의 돌(石)
로 '조천석(朝天石)'인데 설화에 의하면 이 돌을 타고 동명왕이 상제에게 조회하러 다녔다
하고,기린굴(인마) 남쪽 큰 바위를 이름합니다.아무튼 이 '석로운천추(石老雲天秋)' 해석이
제일 난해(뜻은 알지만 시적으로 옮기기가 수월치 않음)한 부분입니다.천손은 동명성왕이고..
당시 중국 사신(몽고 사신이 더 정확한 표현.당시 원나라는 시문학이 그리 발달한 나라가
아니었음)이 들어오게 되면 어지간한 편액 내지 한시가 새겨있는 간판은 다 떼어버렸다는데
중국사신에게 흠잡힐까봐라 취한 행동이라 하는군요.그런데 목은 이색의 이 부벽루라는 詩
만큼은 자랑스레 걸어놓았다 합니다.그네들도 감탄하였고... 또 그런 詩랍니다.
여러가지를 나름 비교분석해가며 옮겨보았습니다.한자로 크게 몇차례 소리내어 읽어보신 후
그 뜻을 음미해보면 각별한 맛이 나는 명시입니다.특히 정지상의 대동강은 다시 나오기 힘든
진짜 명시중의 명시이지요.한자음으로 이 '대동강'을 여러번 읇조려보십시요^^
첫댓글 정지상의 시는 워낙 알려져 있는 거라 뭐 그러려니 했는데 목은 이색의 시는 새롭군요.망국의 설움이 얼마나 컸을까요? 오백 년의 무상함이 아마 절로 와닿지 않았을까요? ^^
번번이 똑같은 게 좋은 거군요.하긴 그렇게 하기가 힘들긴 하져.무식의 소치였나 봅니다.다 다르게 만들고 부르는 게 당연하고 같이 부르기가 힘든 건데 심사를 담당했던 분이나 무식한 저나 무식하긴 매한가지입니다.무식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하고 잘 읽고 있습니다~^^아마도 한 시에 대해 심오하고 해박한 지식이 있으신 분인가 봅니다~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감사를 전하며...
려말 대학자인 목은 이색의 문하에는 포은,도은,야은 등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과 거기에 더불어 삼봉 정도전도 함께 있었는데 삼봉은 재기발랄하고 뛰언난 인물이긴 했어도 정통파들에게 늘 밀리고 무시당하는 처지였다 합니다.그저 범인들이야 그러러니 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합니다.감사합니다^^
숙련된다는 것~~~~그건 아주 반복학습에서,,,
십년넘게 하다보면,,,,길이 있더군요,,,자기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우리민튼도 공을 십년이상치다보면,,,습관이 붙어요~~~그사람공은 그길이다,,,미리가서 수빌하지만,,,또다른 방향으로~~~
앗~미리움직였네....
무던한 노력이 필요한것이지요,,,,
길이 보인다는 말씀 동감합니다.고수는 그 길 마저 봉쇄하니 진짜 높은 경지이지요.
오늘 남편이랑 색소폰 연습 갔다가 바로 앞 건물에 아코디언 연습실에 남편 친구가 있어 가 봣더니 마침 선생님이 오셧는데 그 연주에 반해 숨 못 쉴번 했답니다...어/떤 연주든 숙련된 연주자의 연주는 정말 기가 차지요...ㅎㅎㅎ 길게 휘파람 불며 돌난간에 서 있는 노행자님을 봅니다...ㅎㅎ.ㅎㅎㅎ
'여자는 악기와도 같다'는 말이 있지요.좋은 악기에 훌륭한 연주자(남자)가 만나면 정말 기가 차지요^^ 꽃님~! 반갑습니다 ㅎ.
저 대동강이라는 시는 제법 들어본 시라서
낭송마저 정겹습니다~
하온데,
그 날의 감성과 컨디션에 따라서라면 연주도 노래의 흥치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여?~
연습 부족에서 오는 것만 아니라면요..................
세칭 명음반이라 하는 것이란 '연주자,지휘자 및 오케스트라' 이 셋이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졌을 때를 이름하지요.그런데 이 셋중 어느 하나라도 틀어진다면 명반은 나올 수 없답니다.그래서 귀한 것이지요.아무튼 우리 한시를 옮기는 과정은 훨씬 어렵네요^^ 옮겨놓고 나서 일일이 설명을 해야 그 나름 이해를 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