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경제
마크 뷰캐넌 지음
사회가 점점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과 같은 시장의 안정과 자기규제 기능은 상실되었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네이처》의 편집장을 지낸 복잡계 과학자인 마크 뷰캐넌은 《내일의 경제》에서 기존 시장의 평형과 안정이라는 시각에서 과감히 벗어나 복잡계이론을 통해서 경제학을 연구하는 이른바 ‘복잡계 경제학'관점을 선보인다. 기상학에서 말하는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폭풍우를 몰고 오는 이론을 전문용어 ‘양의 되먹임’의 현상으로 복잡계 경제학을 분석해 주는 책이다.
양의 되먹임(feedback)현상은 과학에서 오래 지속된 개념으로, 주어진 시스템에서 생긴 작은 변동을 점점 더 커지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양의 되먹임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논의에서 흔히 언급된다. 녹고 있는 빙하는 얼음을 바닷물로 만들어서, 대기 속으로 반사하는 햇빛을 줄인다. 그 과정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 양의 되먹임은 심리학과 생물학, 전자 공학, 물리학, 컴퓨터 공학과 더불어 다른 많은 학문에서도 생긴다. 우리 중 상당수는 양의 되먹임의 개념을 인정하지만 그 결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추정하면 두려워진다.
복잡계 경제학의 개념은 쉽게 말해 ‘블랙 스완’의 저자 탈레브가 말하는 ‘안티프래질’ 특성과 같다. 탈레브는 어느날 우연히 검은 백조를 발견하면서 ‘세상의 모든 백조는 하얗다’라는 믿음이 깨었던 것과 같은 개념으로 머리 하나를 자르면 다시 하나가 생성되는 히드라처럼 세상의 모든 형질에 안티프래질 이론을 정립하였다. 히드라처럼 희생은 때론 생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손실을 먼저 줄이지 않고서는 부를 증진시킬 수 없는 것처럼, 점점 복잡해지고 다변화되고 있는 사회를 복잡계이론으로 설명해 주는 개념이다.
과거 고전주의 경제학에서는 시장의 리스크를 통제 할 수 있다고 보지만 2008년 금융위기이후 복잡계라는 다이나믹한 경제학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등장하게 된 이론이다.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저자 마크 뷰캐넌은 ‘양의 되먹임’이라는 불안정성이야말로 별의 초신성부터 지구생태계와 지각 운동에 따른 기후까지, 또 인터넷을 통한 전자의 흐름부터 도시의 성장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있는 거의 모든 것에 복잡계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현대의 복잡한 현상을 자연과학의 복잡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의 일인자인 정하웅 교수가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복잡계 이론을 대비하여 사회의 다양한 변수들을 예측하였던 것처럼 일반적으로 예측하지 못하였던 변수들은 '양의 되먹임'으로 충분히 가능함을 증명해 보인다. 주식과 같은 금융시장들과 빅 데이터, 마케팅,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분야와 물리학, 생물학까지 '양의 되먹임'으로 복잡한 사회가 예측 가능하게 되었음을 10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존의 경제학이 사회적 현상이나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마크 뷰캐넌이 말하는 경제학은 사회를 이해하는 '시각'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통념을 깨고 경제학적 마인드를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느낌이라 경제학자들의 사고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책으로 복잡계 경제학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