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앞에서 '精兵 5천'을 생각한다
대학 시절 이래 외우(畏友) J씨로부터 카톡이 왔다. 이언주 전 의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옮겨온 것이라 했다. 내용은 ”대한민국 볼 장 다 봤다“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이었다. 6. 25 남침 전쟁으로 치면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진 격이라,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리란 개탄이었다.
당국은 이미 당선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야당 원내의석은 더 줄어들 것이란 이야기였다. 그나마 살아남을 야당 의원들 중에는 개헌에 찬성할 인간들도 슬슬 기어나올 것이라 했다.
“우파시민들 집회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언론도 다뤄주지 않습니다. 대중들도 관심 가져주지 않습니다. 미통당이 지켜줄까요? 꿈 깨세요. 사회주의 법안이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고, 경제 폭망해도 세계 경제가 어둡다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배급사회를 만들려고 할 겁니다. 이제 미국의 개입 말고는 지금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보수언론 종편방송 없어지고 유튜버도 가짜뉴스라며 없앨 것입니다. 이제는 부처님 하느님께 매일 기도하세요. 그것 말고는 이제 다른 길은 없습니다.”
다른 분이 쓴 글이지만 다소 길게 인용했다. 너무나 가슴을 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되도록 비관적인 말은 하지 않기로 해왔지만, 이언주 전 의원이 토로한 비탄은 지금 많은 동시대인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보이기에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소개한 것이다.
오페라 ’사이공‘에서도 봤지만,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 난민을 태워 나르는 마지막 헬리콥타가 뜨는 현장의 아비규환을 보면서 그때 이미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드디어 그런 날이 서울에서도 닥치고야 만 것인가?
원내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저들의 매너와 서슬이 갑자기 거칠어졌다. 협치고 나발이고는 똥 누러 가기 전 이야기이고, 뚱 누고 나온 이후엔 저들은 완전 전쟁터의 점령군처럼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이젠 거리낄 게 없으니 “야 이 xx들아 머리 처박고 엎드려 뻐쳐!” 하는 식이다.
피고인으로서 재판을 받다가도 “약속이 있으니 재판 중단하라”고 하질 않나, 국회 상임위장직을 모조리 독식하겠다, 토지 공개념 도입하겠다, 종전선언 하겠다, 특정 시국사태를 비판하면 7년 징역에 처하겠다, 이재용 다시 잡아넣겠다, 공수처 7월에 만들겠다, 언론개혁 하겠다, 대북전단 살포 처벌하겠다, 이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겠다...,앞으로도 또 어떤 무시무시한 전체주의 법안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레닌은 폭력혁명으로 집권했지만 히틀러는 의회 절차를 통해 나치 1당 독재 전체주의 국가로 진입했다. 선출된 독재였다. 폴란드 헝거리 등 요즘 일부 나라들도 바로 그런 방식으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비(非) 자유주의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로 변혁했다. 한국에서도 자유민주주의는 의회의 절차에 따라 조락(凋落)하고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1당 독재 전체주의로 막 바뀌기 시작했다.
이 ’좌파 파시즘‘은 국내체제의 민중주의화와 더불어,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미군 철수-한미동맹 해체-남한 무장해제-1948년에 세운 대한민국 소멸-연방제로 갔다가 그 짧은 과도기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극좌 혁명 통일이란 종착역에 이를 것이란 시나리오를 공공연하게 노출하고 있다.
궁민(窮民) 여러분, 강남 좌파 그대들, 기분이 어떤가? 그리도 천지 분간 못한 채 멍청하게 살더니 이제 겁이 좀 나는가? 아니면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며 “아이고 나 죽는다” 비명을 지를 참인가? 미래통합당 니들은 또 어떤가? 영원한 2중대로 편하게 살 줄 알았을 터이지만 아마 니들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다. 세상 그 어느 극좌 혁명이 ’왔다 갔다 기회주의자‘들을 숙청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든?
초가삼간 다 타도 벼룩이 한 마리 타죽는 건 좋다고, 강남 좌파, 금수저 좌파, 좌파에 보험들었던 상층 보수 기득권들, 미래통합당 일부 자칭 중도 좌파들이 모조리 용도폐기 되어 숙청당할 때까지만이라도 살고 싶다. 개처럼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꼴 좀 보게(필자는 물론 그 전에 일차로 죽겠지만). 니들 당할 땐 살아있든 죽어있든 큰 소리로 “쌤통!!” 해주마. 주적(主敵}이 누군 줄 가리지 못하는 어리석고 얄팍한 무리들.
이승만의 건국 청사진과 건국 착수, 그 국가의 나라 됨을 완성한 근대화 역군들(박정희-이병철-정주영-구자경-최종현-박태준-구본무-이건희-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중동 사막의 산업 전사들-기능공들-경영인들-화이트칼라 회사원들, 그리고 민주화 우파)이 만든 대한민국은 기적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 기적은 75년만에 파괴당하고 있다. 이걸 막아서는 자유전사 집단이 없다. 유권자의 다수가 파괴의 당사들에게 표를 주었다. 그러니 망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하지만 망국기에도 그 옛날의 '정병 5천'은 장렬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도 '정병 5천'이 가능할까? 물론 그건 ’정신 승리’였을 뿐이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그만 깡은 있어야 인간 아니겠는가? 이것마저 안 된다면 “예라, 이 망해 싼 궁민아”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있다고 해선 안 될 것이다. 통곡의 벽 앞에 서서 뜻을 같이하는 동시대인 여러분, 우리 품위와 명예를 지키며 장엄한 불꽃을 튀기면서 이 시국을 장식합시다. “죽으려 하는 자는 살 것이고 살려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니라”하신 말씀도 있지 않습니까?
류근일 2020/6/16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