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제자들이 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에 있을 때 큰 풍랑이 일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공포에 떨며 그분을 깨우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부족한 믿음을 타이르시며 풍랑을 잠재우신다(복음).
제자들과 예수님이 탄 배는 곧장 큰 풍랑을 만납니다.
배는 강한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높은 "파도에 뒤덮이게 되었다" 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배 안으로는 물이 밀려들고 거센 비바람은 그칠 줄 모르니,
죽음의 그림자가 제자들 눈앞에 드리워졌습니다.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마태 8,25)
이상한 점은 항상 위험에서 구해주셨고, 죽은 자도 살리시던 예수님께서
그날따라 너무나도 태연하게 "주무시고 계셖다"(마태 8,24) 라는 것입니다.
어째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바로 구해주시지 않고
두려움에 떨도록 그냥 내버려두신 걸까요?
본래 인간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세계에 '내 던져진' 존재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그 어쩔 수 없는 상황들 때문에 늘 고통을 받습니다.
때로는 괴롭고 슬프며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그 '시련'의 극한을 체험할 때야
비로소 '해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힌 제자들을 두고 태평하게 '주무셨다'는 표현은,
우리가 그 두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기를 바라고 계셨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통과해야 자유롭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이 힘겨울 때 예수님은 주무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주무심'과 '내버려두심'은
인간 해방을 위한 '구원의 침묵'일 것입니다.
- 김정일 안드레아 신부 -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마태 8,26)
어느 날,
세상의 한 가운데
홀로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와락 겁을 내며
두려움에 발목이 잡히는 것은
우리의 믿음이 약하기 때문이라네.
우리가
주님의 성령으로 충만해 있는 한
결코
두려움이 더욱 깊어지거나
불어 닥치는 불신의 바람에
휘말리지 않는다네.
- 김혜선 아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