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8
[여는 잔치]
열일곱 번째 입학식, 코로나19 생활수칙에 따라 교육공동체 식구가 다 모이지 못하고 새식구들만 참석하고 유투브로 함께 하는 여는잔치를 했다. 새 식구를 맞이하고 반기는 기운과 새내기 설렘이 가슴을 뛰게 한다.
[여는 잔치 인사말]
반갑습니다. 과천맑은샘학교 교장 전정일입니다.
열다섯 번째 여는 잔치(물이랑까지 넣으면 열일곱 번째)를 다 함께 축하합니다.
코로나팬데믹 시대라 올해도 또 특별한 여는 잔치를 합니다. 지난해는 5월에서야 여는잔치를 하지만 다행히 올해는 제 때에 여는잔치를 하게 되어 참 좋습니다. 다만 코로나 생활수칙에 따라 맑은샘교육공동체 식구 모두가 모여 떠들썩하게 맞이하는 잔치를 하지 못하고, 이렇게 새식구들과 재학생부모 대표, 교사들만 참여해서 하게 됐습니다. 물론 어린이들끼리는 3월 2일에 따로 잔치를 한답니다.
2월은 졸업잔치가 있어 교육공동체를 졸업하는 식구들을 보내는 달이기도 해요. 사람의 빈자리는 사람이 채워야 진짜 살아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오늘 여는 잔치가 맑은샘교육공동 식구들에게 큰 기쁨이 되고 고맙고 반갑고 함께 뜨겁게 축하하는 자리랍니다.
푸른샘 1학년 강이안, 김지음, 김준희, 김유하, 임채아, 이은유, 권도현 어린이와 푸른샘 식구들을 정말 뜨겁게 환영합니다.
푸른샘 1학년 이안, 지음, 준희, 유하, 채아, 은유, 도현아!
정말 반가워. 세상에서 가장 재미나고 맛있는 학교에 입학한 걸 축하해! 이제 그동안 익숙했던 유치원 어린이집이 아닌 학교에서 살게 되니 형 언니 누나 오빠들이 정말 많고 새로운 것도 아주 많을 거야. 혹시 기지개학교에서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맑은샘학교는 말하는 사람 눈을 보고, 귀 기울여 듣고, 부드럽고 뚜렷하게 말하기와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함께 살기 공부가 가장 중요해. 아마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처음이니까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형 언니 누나 오빠들과 선생님들에게 부탁하면 친절하게 도와줄 거야. 우리 맑은샘학교 푸른샘 1학년으로 재미나게 살자.
여는 잔치의 주인공인 푸른샘 식구들과 푸른샘 1학년 선생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여는 잔치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모두에게, 스스로에게 부탁을 하고 싶은 게 있어 해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맑은샘교육공동체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말이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로 해마다 새기고 있기도 합니다. 푸른샘 1학년 학부모님들 함께 실천해 봐요.
하나. 아이들을 믿어주세요. 아이들의 실수와 잘못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지 말고, 어린이 마음을 믿고 기다려주시고, 때로는 아이들에게 맡겨 스스로 자라도록 도와주십시오. 어린이 마음, 어린이들의 착한 마음을 굳게 믿어주시고 사랑해주세요.
둘, 맑은샘교육공동체를 믿어주세요. 우리는 살아온 역사가 다른 사람들입니다. 내 아이를 우리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시인의 말을 들어보실 겁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가정환경과 교육관으로 살아온 사람임을 인정하고 소통하며 어린이 삶을 가꾸며 다 함께 자라는 맑은샘의 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셋, 교사들을 믿어주세요. 대안학교를 선택하신 우리 부모님들의 용기와 교육에 대한 열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린이 삶을 가꾸며 함께 자라는 교사들이기에 많이 부족합니다. 교사들의 말과 행동이 서투르고 부족하더라도 선생님들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흔들려서는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여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말과 글을 살려 쓰고 바로 쓰는데 애써주세요. 기후위기와 코로나같은 감염병 시대, 어린이들의 앞날을 위해 지구인으로 함께 살기 위한 애씀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또한 마을 속 작은학교 식구로 마을을 가꾸는데 함께 해주세요. 부모님들의 관심과 실천이 삶을 위한 교육으로 어린이 삶을 가꾸고 살찌울 것입니다.
우리 푸른샘 1학년 부모님들에게 여쭐게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 어느 학교 선생님이죠?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1학년 선생님이 누구시죠?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맑은샘학교 교육 철학으로 삼는 이오덕 선생님 말씀을 읽고 마치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워 가는 일"이 교육이다. 첫째는 몸에 병이 없는 사람, 둘째는 사람을 슬기롭게 하는 지식을 가진 사람, 셋째는 사람다운 넉넉한 감정을 가진 사람, 넷째는 도덕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다’
“가정교육의 기본은 아이들이 먹고 쓰고 놀고 한 결과가 자연을 해치거나 더럽히지 않도록 하는 삶을 몸에 배게 하는 일이고 무엇보다 먼저 학부모님들이 앞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올바른 자녀교육의 길은 아이들에게 ‘조기교육’이니 ‘지능학습’이니 해서 너무 일찍이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가정교육에서 첫 번째 할 일은 온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배달말을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다. 부모들이 한자말, 일본말, 영어말 찌꺼기에 물들지 말고 우리의 살아 숨 쉬는 일하는 사람들의 깨끗한 생활 말을 가르쳐야 한다.”- 이오덕
고맙습니다.
2021년 2월 28일
과천맑은샘학교 교장 전정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