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 졸업식이 있었지만 오늘은 친척동생의 대학 입학식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책장에 꽂아두지 않은 졸업앨범과 졸업반지가 탁자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데
누군가는 입학을 한다. 언제나 그렇듯... 끝과 또 시작은 맞닿아 있다.
문득, 처음 상경해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던 20살의 기린나무가 떠오른다.
4인 1실... 나를 제외하고도 3명의 친구들이 함께 방을 썼는데 우리 방은 정말 북적거리는 편이었다.
모두가 성격이 완만하고 활동적인 친구들이었는데다가 그 중 1명이 중국 재외국민이라
기숙사 생활을 하는 중국인 교환학생들의 집합처가 되었던 것이다.
하여 기숙사 409호는 금새...밤새도록 중국어와 영어,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가 모두 오가고
늘 배달음식냄새가 나는 제 3의 국가가 되었다.ㅎㅎ
이런 기숙사 방이 어떤 날은 참 재밌기도 했지만 실기과제에 밀려 사나흘씩 밤을 새우거나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때는 그 소란스러움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각종 언어가 들리고 한 밤 중에도 훤한 형광등 아래 간식거리 냄새가 진동을 하는 방안에 들어서면
더욱 섬처럼 고립되는 느낌이 들어서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숙사 생활도 아주 잠시였다.
지금은 금새 해낼 수 있는 과제물도 당시엔 서툴기만 해서 한 밤을 다 바쳐서 해야만 했는데
그런만큼 1학년들의 밤샘작업은 매일같이 불어났고 덩달아 내 기숙사 외박일수는 점점 늘어나,
결국 벌점탈락제도에 걸려 내 의지와 상관없이-_- 쫓겨난거다. 풉~
재미있는 것은 그 사람 북적이던 기숙사 방에서보다
혼자 앉아 있는 코딱지만한 자취방이 훨씬 덜 외로웠다는 것이다.
소통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외로움이란게 이런것이지...싶다.
그렇게 신입생을 벗어나 1달 2달, 1년 2년 살면서 서울이란 곳도 사람이 있기에
사랑이 있고 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음 통하는 친구들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모든 문제는 사람으로부터 나오고 사람으로부터 해결 되는 것 같다.
예전 생각을 하다보니 또 길어졌다.
이제 20살의 어린 친척동생은 낯선 서울이란 곳에서 적어도 4년 이상 스스로를 달래가며 살아야 한다.
어제 기숙사에 입소했다는데.. 미리 전화라도 한 번 해볼껄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 점심 때 친척동생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밥을 먹기로 했다.
이야기 나누는데 심심하지 않기 위해 입학을 축하하는 노오란 단호박 스콘을 만들어 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새내기같이 노오란 단호박 스콘 (주먹만한 스콘 6개분)
재료 박력분 270g, 중력분 30g, 황설탕 60g, 소금 2g, 베이킹파우더 8g, 버터 100g,
단호박 속살 140g, 우유 80g, 윗면에 발라줄 우유나 계란물약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플레인 요구르트 스콘을 만들때는 부드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중력분을 사용하고
실온의 버터를 이용해서 밀가루를 소보루 상태로 만들어줬는데요,
단호박 스콘은 달콤한 만큼 바삭한 맛을 더 살리기 위해 대부분 박력분을 사용하고
차가운 상태의 버터를 이용했습니다. 참고하세요~^^
플레인 요구르트 스콘 만들러 가기 <=
+ 달콤한 스콘입니다. 단호박의 달기에 따라 설탕량 가감하시고
역시 단호박의 질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우유의 양도 반죽상태를 봐가며 가감해주세요.
+ 단호박 속살을 준비 할 때 무리해서 미리 껍질을 벗기려고 하지 말고
찜통이나 전자렌지에 쪄서 약간 식은 다음에 씨와 껍질, 속살을 분리시키면 편하게 할 수 있어요. ^^
그렇게 분리한 찐 단호박 속살은 냉동해 놓으면
필요 할 때 바로 녹여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라떼나 스프, 스콘 등을 금방 해 먹을 수 있겠죠.
먼저 찐 단호박은 섬유소와 씨, 껍질을 제거한 순 속살만 준비한다.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는 덩어리 없이 체에 쳐서 준비한다.
밀가루, 소금, 설탕, 베이킹파우더를 가볍게 섞고 여기에 차가운 버터를 잘게 썰어 넣는다.
스크레퍼나 나무 주걱 같은 것으로 버터를 잘라가며 밀가루와 버터를 섞어 고슬고슬한 소보루 상태로 만들고...
여기 단호박과 우유를 섞어 반죽한다.
버터가 손에 닿으면 녹기 때문에 가급적 나무 주걱 등 도구를 이용해서
날가루가 없을 정도로 반죽 해서 뭉쳐 주고...
비닐봉투에 넣어 냉장고에서 삼십분간 휴지시킨다.
휴지시킨 반죽을 얇게 펴서 반으로 접고 다시 엷게 펴서 반으로 접는 동작을 몇 번 반복한다.
그러면 약간의 층이 생겨 더욱 바삭한 식감을 줄 수 있다.
반죽을 2.5cm정도의 두께로 만들고 칼로 취향껏 자르거나 모양틀로 찍어낸다.
팬닝 후 윗면에 우유나 계란물을 얇게 발라 준 다음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0-25분간 구우면...
고소하고 달콤한 단호박 스콘 완성^0^
울퉁불퉁하게 구워진 윗면 조차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층을 올려가며 부푼 속살^-^
층을 올려가며 부푼 속살^-^아침에 구워 제일 못생긴 녀석을 골라 하나 시식해봤다.
밀크쨈과 단호박 스프레드를 발라 먹니 더욱 굿~ ^^ 파삭한 느낌이 살아 있고 안쪽은 아주 촉촉하다.
진한 에스프레소 보다는 물금한 아메리카노가 더 어울린다.
스콘을 굽다보니 기린씨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던 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나 보고싶고 또 궁금하다.
왈가닥 아가씨들이 모두 예..전에 졸업을 했겠고
어딘가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일하고 있을거란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난다.^^
모두가 사랑주고 사랑받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더불어... 오늘 입학식을 치룬 사촌동생의 건강하고 따듯한 대학생활을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