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닝 하는데 왜 안하얘질까...?
화이트닝에 사활을 걸었는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이만 포기해야 하나,
화장품 회사에 따져 물어야 하나? 화이트닝의 진실 공방.
요즘 백화점 브랜드의 화이트닝 에센스는 약속이나 한 듯
11만5천원이다. 토너나 클렌저, 크림 등과 함께 장만하면 동남아로 여행 한 번 다녀올 예산이 들어간다. 이렇게 거금을 투자해 한 달 전쯤 화이트닝을 시작했다면 슬슬 효과를 보기 시작할 때.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달라진 게 없다면? 주위에서도 피부 좋아졌다는 말 한번 못 듣는다면 짜증이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남도 모르고 현미경만 아는 게 무슨 효과란 말인가?
화이트닝 화장품은 본래 피부색을 되찾아준다
첫 번째로 의심이 가는 건 화이트닝 화장품이다. 요즘 화이트닝 화장품 광고는 ‘멜라닌 지수’까지 거론하며 자사 제품을 쓰면 모델처럼 새하얘질 수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피부색은 타고나는 ‘기능적 피부색’과 햇빛이나 기타 원인 탓에 변하는 ‘구조적 피부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화이트닝 화장품은 기능적 피부색을 바꿔주지 않으며 바꿔서도 안 된다. 즉 화장품을 바른다고 흑인이 백인이 되는 일은 없으며, 마이클 잭슨처럼 탈색되면 이미 병이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약으로만 사용 가능한 ‘하이드로퀴논’ 제제 같은 것은 피부과에서 쓰거나 기미·검버섯 치료제로 팔리는데, 너무 많이, 혹은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시스템을 파괴해 그 부위만 백반증처럼 하얗게 얼룩이 생기는 영구적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자외선에 의해 어두워지기 전의 자기 피부색에 최대한 가깝게 되돌려주는 것이 화이트닝 화장품의 제 기능이다.
화이트닝 제품, 미백 기능성 화장품인지 확인하라
그렇다면 화이트닝 화장품이라고 내세우는 제품이 정말 효과가 있는 건가? 이런 의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기능성 화장품 승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백, 자외선 차단, 주름 개선의 세 부문(앞으로 추가 예정)에 대해 객관적인 효과가 인정되어야만 ‘화이트닝’이나 ‘자외선’ 같은 용어를 쓸 수 있고, 기능성 화장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피부색이 진해지거나 잡티가 생기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피부 속 멜라닌 색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외선을 받으면 티로시나아제라는 효소가 멜라닌 생성의 신호탄 역할을 해 티로신이 도파로, 다시 멜라닌으로 바뀌는 변화가 일어난다. 미백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티로시나아제를 억제하는지, 도파가 멜라닌으로 바뀌는 것을 어느 정도 방해하는지, 인공적으로 피부에 침착시킨 멜라닌을 얼마나 원상태로 되돌리는지 등 여러 가지 과학적인 실험으로 효과를 검증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모든 미백 기능성 제품은 정도는 달라도 괄목할 만한 미백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화이트닝 제품을 구입할 땐, 어떤 미사여구보다 먼저 ‘미백 기능성 화장품’인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화이트닝 제품의 풀 라인 중에도 미백 기능성 제품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특히 화이트닝 라인 내의 클렌저나 토너 중에는 각질만 닦아내는 정도의 기능이 미미한 제품도 많다. 또 화이트닝 성분 중에는 쉽게 파괴되는 것이 많아서 가능한 한 제조된 지 얼마 안 된 신선한 제품, 진공, 차광 용기로 성분이 보호된 제품, 화이트닝 제품을 만든 역사가 오래된 회사의 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 화이트닝의 성패를 좌우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앞서 말한 모든 실험 과정에서 자외선은 철저히 배제된다는 사실이다. 자외선을 조금도 쬐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미백 성분이 얼마나 작용하는지 측정하는 것. 한쪽은 멜라닌이 생기는 걸 방해하고, 다른 한쪽은 직접적 원인이 되므로 화이트닝 성분과 자외선은 그야말로 상극이기 때문이다.
화이트닝의 첫 단추는 자외선 차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이트닝 제품을 전혀 쓰지 않고, 자외선만 완벽하게 피해 다녀도 충분히 화이트닝이 될 정도다. 우리 몸에 닿는 자외선 자극을 줄이면 멜라닌을 투명하게 환원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은 어떤가? 아침저녁으로 화이트닝 제품을 쓰는 만큼, 자외선 차단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보통이다. 기미나 잡티가 진해지는 건 자외선 A의 작용 때문이다. 자외선 A는 낮 동안 하루 종일,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지표면에 도달하고 유리창도 통과한다. 화이트닝을 위해서는 PA지수가 높은 것, 즉 PA+++인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사용하고, 실내에서는 창에 커튼을 치거나 UV 차단 필름을 붙이는 게 좋다. 기미나 잡티가 생기기 쉬운 광대뼈나 콧잔등에는 자외선 차단 콤팩트나 밤 타입 제품을 몇 시간마다 덧발라줘야 화이트닝 효과를 볼 수 있다.
비타민 C 섭취는 충분히, 단시간 내 최대 효과는 IPL
그러나 햇빛 공포증에 걸려 암흑 속에서만 사는 것은 오히려 피부에 좋지 않다.
사실 에디터는 스케줄 문제로 낮에는 차광 커튼을 치고 해가 진 후에만 외출하는 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적이 있다. 거의 완벽하게 자외선을 피해 다닌 것이다. 한 달이 지나자 얼굴이 ‘허옇게 떴다’싶을 정도로 창백해졌다. 문제는 그 후, 아주 잠깐만 햇빛을 쬐도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금세 기미가 진해지는 ‘광 민감성’ 상태가 된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전문가의 처방은 ‘하루 30분 정도는 햇빛을 쬐라’(물론 땡볕은 절대 아니다)였다. 자외선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져 오히려 피부가 쉽게 손상된다는 것.
뼈에 칼슘이 쌓이는 걸 도와주고 암 예방 효과도 있는 비타민 D가 햇볕에 의해 합성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얼마 전, 지나친 자외선 차단과 유제품 섭취가 부족해서 우리나라 여성의 골다공증 발생률이 온몸을 차도르로 두르고 다니는 중동 여성보다 높다는 충격적 보고도 있었다. 한편, 햇빛에 의한 피부 손상을 회복하고, 멜라닌을 환원시키는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화이트닝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리되, 걱정되는 부위는 자외선 차단과 화이트닝을 병행하고, 적당히 햇빛을 쬐면서 식생활과 수면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 만약, 잡티가 너무 많거나, 결혼처럼 중요한 일이 있어 빨리 피부를 깨끗이 해야 한다면 피부과의 IPL 시술을 추천한다. 시술 일주일 만에 눈에 띄게 피부가 좋아지지만, 1회 30만원 선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4~5회는 받아야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년 정도 후에는 원래 피부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도 슬픈 현실이다.
화이트닝 생활 수칙 10
1 PA++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사용한다. 2 직사광선을 피하고, 외출 전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른다. 3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기 위해 하루 8잔의 물을 마신다. 4 매 끼니 비타민 C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부족하면 따로 복용한다. 5 부위별로 적합한 미백 기능성 제품을 두 달 이상 사용한다. 6 절대 흡연을 하지 않으며 음주도 최대한 피한다. 7 일주일에 1~2회는 피부 타입에 맞게 각질 제거를 한다. 8 커피와 탄산음료를 피하고, 녹차 등 비타민 C와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료를 마신다. 9 가능한 한 밤 10시에 잠들어 6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다. 10 화장은 깨끗이 지우고, 뾰루지는 초반에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