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읽는 시)
고물농사
임영봉
고물농삿일이라는 게 남들이 버린 걸 줍는 일이라
얼굴이 조금은 누추하긴 하지만
어차피 사람이 밥 먹고 사는 일
그만큼 누추하지 않은 일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사람 살이가는 일중 어떤 일이 그냥이랴
논농사 밭농사 좋은 일이지그려
허나 말여 농사라는 게 말여 이게 소일거리도 아니고
요즘은 농사지으면 지을수록 손해가 나는 거여
누구 걱정하는 놈도 없고, 도와주는 놈도 없고,
그러니깨 사람은 자꾸 늙고,
도대체 이나라가 어쩌자구 이러는지 모르겠네그려
한마디로 우리나라 농업은 벌써 망한지 오래여, 오래!
그래서 그중에 새로 생긴 농사작목이 고물농사인 셈인데
그래도 그중에 수없는 농삿일중에서는
그래도 마음 고생이 덜한 편에 속하는 일이지그려
어쩌면 그래도 고물농사가 좀 낫지 싶네그려
고물농사는 어쨌든 손해는 안 나니깐두루잉!
이따금 고물농사를 짓다보면 세상에 버려진 물건들 중에는
그래도 사용잔여기간이 남아 내가 이어서 다시 사용하기도 하는 것인데
이도 살림 비용을 줄이는 일이니 도움도 되고
골동취미로 보면 이도 사는 일중에 어지간히는 줄거운 일이 아니던가
어제는 길거름에서 조그많고 오래된 소쿠리를 하나 주웠는데
건삼 송 50으로 치면 두몫이 채 안 담길 작은 소쿠리였더렜는데
옛날 옛적에 삼깍을 때 할머니, 어머니 얼굴이 떠올라
삼베수건으로 눈 문지른 듯 눈물이 다 나더라고잉
그려 그런 날은 그냥그저 세상으로부터 중고선물 하나 받은 걸로 치면
마음살림은 넉넉히 덮히는 것 아니던가
고물농사라는 게 남들이 버린 소득이니 변변치야 않지만
그래도 밥은 먹고 살 수 있으니
이도 또한 좋은 직업이 아니겠느뇨?
세상 논밭농사야 하느님과 호형호제하며
세상과 긴장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지만
고물농사는 천하에 그런 게 없느니
세상에 고물이 되지 않는 게 없느니
이도 농사로서 장점이라면 큰 장점인 셈이지그려
시대는 바야흐로 고물을 대량생산하는 사회구조로 변한지
이미 퍽 오래이구먼그려
그대도 이제 고물이 다 되어가는구먼그려
그대는 낭중에 어디다가 버릴 텐가
살아서 미리 제 몸 버릴 데나 좀 알아두게나그려
살아서 어딘가에는 재생되어져 쓰여질 덕목도
살아생전에 미리 좀 몇 개 만들어서 준비하여 두고그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걱정이 없는 농사 세상농사 고물농사
그대도 오늘은 세상살이 돌아가는 거 한 번 눈 여겨 보시지요
*** 시 해설
임영봉의 시 "고물농사"는 삶의 소소한 진리와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고물농사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시의 형식은 자유로운 운율을 가지고 있으며, 반복되는 구절과 간결한 표현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형식은 시의 내용과 잘 어우러져, 고물농사라는 주제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특히, 일상에서 '남들이 버린 것'을 수집하는 행위는 단순히 물질적인 측면을 넘어서,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연결됩니다. 이는 고물농사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라, 삶의 철학을 반영하는 중요한 활동임을 암시합니다.
내용적으로 시는 고물농사라는 소재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들을 탐구합니다. 시인은 고물농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버린 것들 속에서 여전히 의미를 찾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 측면을 넘어서, 고물농사가 우리에게 주는 정신적 만족감을 강조합니다. 시인은 "고물농사는 천하에 그런 게 없느니"라고 언급하며, 고물농사가 모든 것의 가치가 다를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시의 후반부에서 시인은 고물농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게 됩니다. "그대도 이제 고물이 다 되어가는구먼"이라는 구절은 인간의 유한함과 삶의 덧없음을 상기시키며, 우리의 존재가 결국 '고물'이 될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하지만 이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삶의 순환과 재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시인이 이 시를 쓴 의도는 우리에게 일상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물농사를 통해 얻은 교훈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방법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고,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결국, "고물농사"는 단순한 농사 활동을 넘어서, 사람의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시입니다. 임영봉은 이 시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며, 독자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남깁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반성과,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진정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영어 번역
Junk Farming
by Lim Young-bong
Junk farming is about picking what others have thrown away,
Though my face may seem a bit shabby,
After all, living life means eating and surviving,
Is there truly any task that isn't somewhat humble?
In the journey of life, nothing comes without its cost.
Yet among all the new forms of farming,
Junk farming might be one of the less burdensome tasks,
I think, indeed.
Sometimes among the discarded things,
There are items still with a bit of life left,
That I might use again, you see,
Reducing living costs, it helps indeed.
Viewing it as an antique hobby,
Isn’t it quite delightful in this life?
Just treating it as a second-hand gift from the world,
Doesn’t it lighten the heart, I wonder?
Though junk farming yields meager returns,
I can still eat and live,
Isn't that a good occupation, I ask?
While plowing fields under God,
Life is filled with tension and toil,
But junk farming has none of that.
Nothing in the world is beyond being junk,
And this is a significant advantage in its own right.
Times have long since changed to a structure
That mass-produces junk in society.
You, too, are becoming junk, I say,
Where will you cast it away, I wonder?
While alive, find a place to dispose of it wisely,
Create some virtues to be reused.
Rain or shine, with no worries in junk farming,
Why not take a good look at it today?
첫댓글 마디마디 고장나는 고물인생
버려도 주워갈 이 없고
집안물건중 버릴목록 1호라니
참 우스개소리지만 섧읍구려
고물중에도 가장 쓸모없는 고물이 무엇일꼬? 하는 생각에 이르면 사는 일은 한마디로 두려웁도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