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UV 시장에 대륙의 공세가 시작됐다. 빵빵하게 근육을 키운 보디빌더처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미국 풀사이즈SUV가 주인공이다. 지난 3월에 포드 익스페디션과 링컨 네비게이터가 한국 땅에 상륙했다. 신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입국 예고장을 날린 상태다.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던 모델에게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아우디 Q7도 그중에 하나다. 아우디라는 이름값이 있지만, 미국에서 넘어온 거인들을 상대하려면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모 먼저 살펴보자. 아우디답게 깔끔한 디자인이 일품이다. 가지치기 모델인 Q8은 마치 안도 다다오 건축가의 노출 콘크리트 디자인처럼, 차체와 다른 색으로 라디에이터 그릴과 주변에 힘을 잔뜩 줬다. Q7은 반대로 힘을 빼고 얇게 크롬만 둘러 전체적인 조화를 지향했다. 육각형 싱글 프레임 그릴처럼 여섯 번 각을 준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기능적, 심미적 측면에서 완벽에 가깝다. 길이 5065mm, 너비 1970mm, 높이 1780mm를 자랑하는 거구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꽤나 날렵한 인상을 준다. 둥글둥글하게 덩치만 키우지 않고 차체 이곳저곳 날카롭게 각과 선을 집어넣은 덕분이다. 보닛 위에 새겨 넣은 라인,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까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캐릭터라인, 전면부와 후면부에 칼로 베어낸 듯한 각 등이 한 치 오차 없이 조화를 이룬다.
인테리어는 다른 아우디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 계기판, 위아래로 분할한 센터페시아 터치스크린, 비행기 스러스트 레버를 닮은 시프트레버가 눈에 띈다. 역할을 분명히 나누고 있는 중앙 터치스크린은 칭찬하고 싶다. 최근 자동차 인테리어 트렌드는 점점 터치스크린 크기는 키우고 기능을 몽땅 넣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똑똑하게 UI를 구성하지 않으면 기능 하나 바꾸기 위해 여러 번 모니터를 눌러야 해 불편하다. Q7은 자주 사용하는 공조 장치 메뉴는 하단 모니터로, 인포테인먼트 메뉴는 상단 모니터로 조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중앙 모니터 주변은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로 마감했다. 지문이 쉽게 묻고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결벽증이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받기 쉽다.
보닛 아래에는 V6 3.0L 터보 가솔린 엔진이 잠자고 있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잠에서 깨웠다. 우렁찬 소리를 예상했지만 잔잔한 떨림만이 전해졌다. 가속 페달을 밟아 2t 넘는 차체를 움직였다. 초반 반응은 확실히 둔하다. 하지만 엔진회전수를 높이고 기어를 3단까지만 바꿔 물어도 확 달라진다. 날렵하게 속도를 올리고 민첩하게 반응한다. 소음도 크지 않다. 주변 배경이 휙휙 빠르게 지나가도 엔진음이나 풍절음이 실내로 크게 들어오지 않는다. 고요하고 편안하다. 서스펜션은 말랑말랑해서 구름 위를 둥실둥실 떠가는 기분이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대형 SUV에 대한 편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Q7은 대형 SUV가 달리는 재미를 포기하고 크기에 집중했다는 생각을 바꿔 놓았다.
뛰어난 완성도, 스포티하게 다듬은 외모, 편견을 부수는 달리기 성능. Q7은 선택과 집중보다 조화로운 매력이 두드러지는 모델이다. 크기 외에도 다른 부분을 중요시하는 대형 SUV 고객에게 Q7은 분명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