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TV의 관계는 매우 흥미롭다. 잉글랜드에서는 현대 축구가 가진 모든 문제의 근원을 TV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 문제점이란 비싼 티켓 가격, 평범한 팬을 소외시킨 분위기, 프리미어리그의 과대평가, 빅클럽만을 응원하는 새로운 팬 층의 탄생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 같은 문제다. 프리미어리그가 전 세계의 최고 인기리그로 거듭나기까지는 TV의 역할이 너무나 컸다. TV는 각지의 수퍼스타들이 잉글랜드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했고, 블랙번과 같은 소규모 구단들이 로케 산타크루즈, 베니 매카시와 같은 선수들에게 연봉을 지급할 수 있게 도와줬다. (이 현상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토론해보도록 하자) 어떤 관계에서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제대로 굴러가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양 측이 서로를 도와야 한다. 잉글랜드 축구는 스카이TV의 자금을 필요로 하고 스카이TV는 축구를 필요로 한다.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스카이스포츠를 시청하는 고객들의 주된 목적은 축구 생중계를 보기 위함이다. 따라서 스카이가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잃을 경우 심각한 운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영국과 한국의 상황이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 주말, 한반도의 전국적인 채널에서 단 한 경기의 K리그도 생중계를 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웠다. K리그가 너무나 가라앉은 것일까? 아니면 야구 등의 다른 스포츠가 더 인기가 많다고 판단한 방송국이 K리그를 버린 것일까? 방송국들은 오직 월드컵만을 취급하려고 하는데, 이는 결코 옳은 현상이 아니다. K리그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MBC ESPN과 같은 스포츠 채널들이 수원과 서울이 관련된 게임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불평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절이 ‘황금기’였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MBC는 일요일의 K리그 중계를 내리고 농구를 보여주고 있는데, ‘내가 미국에 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슬펐다. 이제 TV에서 축구를 볼 수 유일한 방법은 ‘비바 K리그’밖에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비바 K리그’에 출연하고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TV에 나오는 내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벽 1시에 커다란 대머리가 TV화면에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비바 K리그’는 훌륭한 축구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축구 팬들이 국내 리그를 감상할 수 있는 통로가 그 프로그램 하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비바 K리그’는 지난 주말의 흥분과 열정을 정리할 수 있는 쉼표와 같은 시간이 되어야 한다. 70~80년대의 영국에서도 축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토요일 밤 10시에 하는 ‘매치 오브더 데이’라는 프로그램이었던 적이 있다. 사실 방송사들은 대중의 기호에 반응할 뿐이다. 매 주말 마다 1백만 명이 넘는 관중이 축구장을 찾는다면, 방송사들도 K리그 대부분의 경기들을 라이브로 중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K리그가 TV의 외면을 받게 된 과정에는 대중의 책임도 어느 정도는 포함돼 있다. 나는 우리 아파트에 들어오는 케이블 TV의 70개가 넘는 채널을 돌리며 ‘이렇게 볼 게 없나?’라는 생각과 함께 충격에 빠지곤 한다. 대부분의 채널들은 쓰레기와 같은 방송만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커플브레이킹’만 나오면 채널을 고정하게 된다. 그 설정이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주말에 2~3경기의 축구 생중계를 바라는 것은 그리 큰 요구 사항이 아니다. 유럽 축구의 중계가 이렇게 많이 이루어지는 마당에, K리그는 단 한 경기도 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현실이 틀림없다. 한국 축구의 위상과 실력을 생각하면 ‘unbelievable’이라는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비바K리그를 보신 분들이라면 눈치 채셨겠지만, 나는 텔레비전과 방송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축구 방송에도 ‘꾸준함’과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엄청나게 중요한 이야기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매주 일요일 (혹은 토요일) 3시에 TV를 켜면 최소 한 채널은 축구 중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SBS가 2010월드컵 독점 방송권을 갖게 된 것은 실수이며 한국 축구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K리그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K리그는 축구를 염려하며 축구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특정한 채널을 필요로 한다. 스카이TV가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했던 첫 해가 기억나는데, 시즌이 시작하기 전 그들이 리그를 홍보한 방법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랐었다. 현재 한국의 방송사들은 더 재미있어 보이는 이벤트들이 나타나자 K리그를 멀리 팽개치고 있다. SBS, MBC, KBS는 라이벌 방송사들이지만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 연맹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며 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방송국들이 강해져야 할 시간이다. 과거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어려웠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방송사들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수장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부분이 문제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없고, 약간의 걸림돌이 되더라도 더 이상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 방송국이 K리그 독점 중계권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그 방송국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K리그를 멋지게 포장해 더 많은 사람들을 축구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K리그는 멋진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K리그 프리뷰 쇼, 토론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편성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뭔가를 해야만 한다. 지난 주말은 무척 슬픈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대중과 방송국에게 문제의식을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면 긍정적인 미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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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커플 브레이킹...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비바 K리그’에 출연하고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TV에 나오는 내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벽 1시에 커다란 대머리가 TV화면에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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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휴~ㅋ
듀어든씨...아시겠지만 스포츠 채널 중 골프전문채널은 SBS골프, J골프가 있습니다. 과연 골프가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고 대중적인 스포츠라서 24시간 주구장창 골프만 나오는 채널이 2개나 있는걸까요? 전 정말이지...야구든 축구든 농구든 아직 너무나 상업적인 부분과 연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프리미어리그도 돈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막대한 구단자금이 모일 수 있는것이겠지요. 한마디로 영국부자분들에서는 축구가 돈이 되는 도구이고 한국부자(정계든 재계든)들에게는 축구가 돈이 안된다 보는것이겠지요. 참...그리고 주말에 MBCESPN에서 중계한 농구시합은 챔피언결정전이였습니다.
그렇죠...골프는 돈이되죠 ㅠ J골프 채널은 중알일보신문회사 소유의 채널이더라구요
골프는 부유층이 즐겨하고 관심을 가지는 스포츠라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부유층이 즐겨보는 경제신문의 스포츠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골프구요.
그러니 이해는 되지요...하여튼 듀어든씨처럼 한국의 많은 축구팬들이 실망스러웠던 주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확실한건 영국에서 축구중계권은 (정기적을 돈을 끌어올 수 있는 도구) 인거죠. 한국에서도 축구중계권이던 협찬사든 돈이 되려면 축구팬들이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돈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라....진짜 중계 좀...
밤에는 죄다 야한거,아님 리얼리티를 가장한 막장방송 틀어주고 낮에는 죄다 광고를 틀어주는 케이블 채널 ㅋㅋㅋ..축구중계 틀어주면 안되나?ㅋ
우리나라는 스포츠문화도 너무 미국적인듯한 인상이.ㅜㅜ
이러니 그나마 있던 K리그 팬들도 떠나가는거다.
커플브레이킹을 좋아하다니...
고교 야구에게 밀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축엿은 알고나 있을까????
진짜 K리그 보고싶었는데 ㅡㅡ .. 글고 일본 야구는 대체 왜해주는거임 ?
흐음 부산경기 생중계해주지않았나요? 아무튼 슬픈현실 ㅠ
홈경기는 보러가니까 그렇다 치고.. 원정경기는 좀 보여줄래 이것들아?
정말 지난 주말은 정말 슬펐어요..
제발 좀.........
어쩐지 수원 경기 보러갓는데 카메라 찍는 사람이 업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