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 맨
원제 : X
다른제목 : The Man with the X-Ray Eyes
1963년 미국영화
제작, 감독 : 로저 코만
출연 : 레이 밀런드, 다이아나 반 데어 블리스, 해롤드 J 스톤
존 호이트, 돈 리클스
저 예산 영화 전문 감독 중에서 가장 널리 이름을 알린 인물이 바로 '로저 코만' 감독일 것입니다. 1950년대에 데뷔하여 1970년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여러 저예산 영화들을 생산해 낸 다작 감독입니다. 물론 감독보다 제작자로서 참여한 영화가 훨씬 많았지만 영화팬들에게는 B급 영화 감독, 컬트영화 감독, 저예산 영화 전문 감독으로서 더 알려져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데뷔작인 1955년 작품 '서부의 용자(Five Guns West)' 부터 그의 50년대 초기 작품들인 '텍사스 무뢰한(Gunslinger 56)' '유혈의 계곡(The Oklahoma Woman 56)' '기관총 켈리(Machin'Gun Kelly 58)' 같은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개봉되었습니다. 그 중 '도로시 말론' '찰스 브론슨' 같은 헐리웃 유명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도 있습니다. 그후 공포영화, 전쟁영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B급 영화들을 많이 양산하면서 저예산 영화의 상징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X-Ray 맨'은 1963년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개봉되지 않았지만 꽤 B급 스러운 재미가 톡톡히 있는 작품입니다. 당시 내리막길에 있던 헐리웃 스타 배우 레이 밀런드가 주인공입니다. 레이 밀런드는 동시대 배우인 '존 웨인' '제임스 스튜어트' '헨리 폰다' 등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 인기나 인지도가 약했지만 '잃어버린 주말' '다이알 M을 돌려라' '절해의 폭풍' 등 제법 수준있는 작품들에 많이 출연한 배우입니다. 1960년대 내리막길을 걷는 그가 B급 다작 감독인 로저 코만 감독의 이색 스릴러 라고 할 수 있는 'X-Ray 맨'에 출연했는데 굉장히 어울리는 캐스팅이었습니다. 뭔가 악역이지미가 있는 부리부리한 외모의 레이 밀런드의 열연으로 굉장히 흉물스런 느낌의 고전 컬트 SF 영화가 나온 것입니다.
의사인 자비에(레이 밀런드)는 X-Ray 사진의 한계를 절감하고 X-Ray 사진보다 훨씬 더 높은 투시력으로 볼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다가 드디어 완성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처음에 원숭이에게 실험을 하여 성공하는 듯 했지만 부작용으로 원숭이가 죽어버리고, 결국 스스로를 실험대상으로 삼아서 위험을 무릅쓰고 눈에 약물을 투여합니다. 그 이후부터 그는 투시력을 가진 인간이 되었고, 사물을 꽤뚫어보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약을 투여해야 했고, 그에 대한 부작용도 있어서 정상인처럼 행동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사고를 저지르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의학기술의 혁신을 꿈꾸었던 그였지만 놀이동산의 쑈맨으로 전락해버린 신세로 삶을 전전하게 되는데, 그를 찾아온 동료 의사 다이앤의 도움으로 다시 연구를 지속할 생각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호락호락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일단 소재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투시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일종의 '초능력자'라고 할 수 있는데 종이 같은 얇은 물체는 간단히 투시하고 옷을 입을 사람을 보면 나체가 보이는 능력을 가져서 그의 앞에 서면 '속보이게' 되어 버립니다. 물론 영화가 사람 나체나 투시하는 외설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주인공 자비에는 의학기술의 발달을 위해서 선의로 그런 위험한 실험을 감행한 것이고, 이런 부류의 셀프 생체실험 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대표적으로 케빈 베이컨 주연의 할로우 맨 같은 작품들) 이 영화도 불길한 진행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인체를 변화시키는 셀프 실험을 하다가 부작용으로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아마도 로버트 스티븐슨 원작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을 것 같고, 그 이후에 과학소설가로 유명한 H.G 웰스의 '투명인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여러 응용을 통해서 범죄물, 공포물 등으로 활용되었는데 'X-Ray 맨'은 의학에 대한 선의로 시작된 실험이 나중에 비극적인 사건으로 치닫는 이야기입니다.
저예산 B급 영화의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엄청난 특수효과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나름 투시력으로 보는 장면도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굉장히 조악하지만 60년대 아날로그 시대에 표현한 다양한 방식을 구경하는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때론 발달된 고급 CG효과보다 이런 투박하게 표현한 장면들이 재미가 있지요. 물론 거액을 들인 대작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1시간 반도 안되는 저예산의 짧은 60년대 고전에서 이런 장르를 탐구하는 것은 독특한 재미가 있습니다.
레이 밀런드 라는 배우가 시종일관 끌고 가는 영화입니다. 내리막길에 접어들긴 했지만 왕년의 헐리웃 메이저 영화 주연급 배우 답게 그는 번뜩이는 존재감으로 이 그로테스크한 주인공 역할을 매우 잘 해내고 있습니다. 레이 밀런드의 캐스팅 자체가 꽤 적합했고, 로저 코만 감독의 작품 특유의 기괴함이 잘 살아나고 있습니다.
저예산 B급 영화답게 잘 끌고가다가 후반부가 다소 허망하게 끝난 느낌이 있지만, 꽤 재미난 소재를 활용했고, 시종일간 묘한 긴장감과 괴이함이 철철 넘치는 작품입니다. 기괴하지만 유혈이 낭자하지 않은 영화를 원하는 분이라면 딱 좋아할만한 내용입니다.
국내에 개봉하지 않았고, 방영된 기록도 없지만 몇년전에 서울아트 시네마 프로그램에 슬쩍 실려서 상영된 이후 B급 고전 매니아들 사이에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작품입니다. 요즘 시대가 좋아져서 꽤 좋은 화질의 영상을 구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60년대 저예산 고전의 투박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괴작입니다.
ps1 : 이런 영화는 요즘 CG 기술로 리메이크 하면 훨씬 흥미롭게 만들 수 있겠습니다.
ps2 : 60년대 당시에도 이미 휘황찬란한 라스베이가스의 카지노가 등장합니다.
[출처] X-ray 맨(X 63년) 저예산 B급 고전 괴작의 재미|작성자 이규웅